[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정부는 올해 추가 세수가 32조원 가량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하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가속도를 높여 오는 11월 집단면역 달성을 목표로 잡은 만큼 이를 앞두고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방침을 공식화한 반면,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선별 지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보편 지급'과 '선별 지급' 방침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획재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선별 지급' 방침은 실패로 드러났음을 지적했다. 최배근 교수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서 '재난지원금 유형별 효과 분석'에 대한 자료를 예시로 들며, 선별 지급은 보편 지급에 비해 두 배 가량의 예산을 들이고도 효과가 매우 미미했음을 꼬집었다.
전국민 대상으로 진행됐던 1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들인 예산은 14조3천억원이다. 특정 계층 대상으로만 진행됐던 2~4차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은 총 32조1천억원이 들었으며, 이 중 방역 예산을 제외하면 28조원으로, 약 두 배 가량의 차이가 있다.
최배근 교수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전국민 지급 때 가계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으나 선별 지급 때는 1.1%에 그쳤다. 또 자영업자 소득 증가율에서도 전국민 지급 때는 전년 대비 8.2%가 증가했으나 선별 지급 때는 1.8%에 그쳤다.
재난지원금 지원 등에 따라 정부로부터 가계로 이전된 소득의 경우에도 전국민 지급 때는 가구 당 35만6천원 가량이었으나 선별 지급 때는 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만2천원에 불과했다. 재난지원금 지원 등에 따른 자영업가구의 평균 소득도 전국민 지원 때는 역시 35만6천원 가량이었던 반면, 선별 지원은 28만5천원에 그쳤다.
최배근 교수는 "선별 지원은 두 배에 가까운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구 소득, 자영업자 소득에서 매우 비효율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정리했다.
최배근 교수는 "이런 통계 결과는 기재부도 알 것"이라며 "경제정책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기는커녕 왜 고집을 부릴까"라고 반문했다. 최배근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재정에 대한 기재부의 독점 권한이 붕괴할 것에 대한 우려"라며 "(국민보다 관료조직과 금융자본의 이익을 우선하는) 모피아가 정치검찰과 샴쌍둥이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전국민 대상 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지난해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이 가구별로 지급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1인당 지급하는 방안으로 하는 것이 유력하다. 1인당 30만원씩 지급할 경우 약 15조원 가량의 예산이 드는데, 올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 32조원의 절반 가량 되는 셈이다. 이를 추석 전에 지급하자는 것이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실질적 손실보상제 마련 등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재정건전성도 상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과감한 재정 정책을 통해 민생을 회복시킬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지난 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손실보상제 도입에 대해 "코로나 양극화를 막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살리는데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상반기 세수가 더 걷혀 생긴 재정여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기획재정부 입장은 '선별지급'을 고수하던 지난해와 같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추경 편성을 공식화하면서도 “이번 추경 검토는 백신 공급·접종 등 재난 대책과 하반기 내수 대책 및 고용 대책,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취약 및 피해계층 지원대책 등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2~4차 때와 마찬가지로 선별 지급 방침을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서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이다.
이는 홍남기 부총리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막지 못할 경우 자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으며, 현재도 이같은 입장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들며 '선별 지급' 방침을 계속 고수해왔고 이 입장은 세 번 연속으로 관철됐다. 그러나 이번엔 당의 '보편 지급' 입장이 관철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편 다수 언론들은 사설에서 홍남기 부총리에게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막으라고 적극 독려하는 중이다. '한국경제'는 7일 [洪 부총리, 이번에도 '무차별 지원' 못 막으면 물러나야]는 제목의 사설에서 "나라 미래뿐 아니라 본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엔 자리를 걸고 재정 거덜 내는 폭주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도 이날 [늘어난 세수의 90%가 '단발성'인데 그 핑계로 돈 더 풀겠다니]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선용 매표(買票) 행위라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며 역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했다. '동아일보'도 지난 5일 [전국민지원금 반대한 홍남기, 정말 직 걸고 막는지 볼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제는 홍 부총리가 여당에 밀리지 않고 나라곳간을 지켜낼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직을 걸고 선별지원 소신을 지켜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