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지난 5월말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후보 경선시 여권이 견제의 일환으로 제기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처가 관련 의혹에 대해 되받아칠 묘책이 있는 3개의 비단 주머니를 준비해두고 있다고 밝혀 한동안 ‘금낭묘계(錦囊妙計)’가 회자됐다.
금낭묘계는 중국에서 지혜의 상징으로 떠받드는 제갈량이 남긴 두 번의 ‘위기대책’ 비법으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절절하게 묘사되어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당시 이준석 후보가 밝힌 첫 번째 주머니는 윤석열 전 총장 부인과 장모 의혹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이 되기위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 방식으로 대응할 것임을 밝혀 실소와 함께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30대 정치인 이준석이 당대표 이후 언론은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당대표는 13일 국회 첫 출근 당시에도 따릉이(서울시 대여자전거)를 타고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14일 공식일정 첫날 그동안 관행적이던 동작구 국립현충원 아닌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연평해전, 천안함 희생 장병묘역과 유족을 둘러보고, 이어 광주로 내려가 철거건물 붕괴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을 찾아 조문했다.
언론은 이준석 대표의 행보에 대해 대부분 ‘파격’이라고 표현했다. 언론의 호의에 고무됐는지 이날(14일) 오후에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오늘부터 우리가 행하는 파격은 새로움을 넘어 새로운 여의도의 표준이 돼야 한다”며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그릇이 돼야 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우리의 언어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기존 여의도 정치인의 문법과 다른 행보, 첫날 광주행 등은 익숙한 풍경은 아니다. 그러나 30대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행보가 ‘파격’으로 불리는 것은 과장이다. 그나마 신선한 풍경이라 할 수 있는 것을 ‘파격’이라며 띄우는 일부 언론이나, 마치 자신이 아주 새로운 길을 걷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일시적 ‘낯선 풍경’을 이준석에게 갖다부쳐 색다르게 보일려는 착시효과일 뿐이다.
유럽의 정치인 대부분은 청소년기에 정당에 가입, 치열한 당내 훈련과 토론 등을 거쳐 검증되며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보통은 자전거나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한다. 경제적 문제 보다는 환경을 생각하기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 따릉이를 타고 광주를 먼저 찾는 이준석 대표의 행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일상의 풍경이 돼야 하는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자 뿐 아니라 여론에 호응이 높은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당대표 행보에 나선 이준석 대표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 사상 최연소 대표로 등장한 만큼 그에 걸맞는 언행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언론의 ‘파격’ 행보 운운하며 띄우는 것에 본인 스스로 ‘파격’이라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변화의 본질’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위해 3개의 금낭묘계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지금 남 걱정 할 때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금낭묘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유력 대선후보를 위한 ‘금낭묘계’를 끄집어 내는 순간, 이준석은 국민에 익숙하면서도 식상한 정치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 이준석 대표가 할 일은 국민의힘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본질에 충실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 이같은 방향으로 노력할 때 기존의 관행을 깨트리는 ‘파격’이 나올 것이며, 국민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자신과 국민의힘을 변화시킬 진짜 ‘금낭묘계’가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