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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추천하는 영화..
정치

[데스크의 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추천하는 영화

이창은 기자 editor@newsfreezone.co.kr 입력 2021/06/15 18:14 수정 2021.06.15 20:02
한재림 감독의 ‘더 킹’, 검찰보다 국민이 더 무서운 존재임을 알려준 영화

[뉴스프리존] 최근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3.5%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7.7%)를 오차 범위 밖까지 밀어내며 1위를 차지했다. 지지율 급반등의 요인은 부쩍 넓어진 행보, 여기에 아군이라 할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대표의 돌풍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그동안 이재명 경기지사와 엎치락 뒤치락은 있었지만,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부동의 1위, 독주태세를 굳히고 있다.

여기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출신 기자를 언론특보에 임명, 본격적으로 대권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1.6.9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1.6.9출처 : 연합뉴스

유력 대선후보지만 국민들은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서 잘 모른다. 9번 재수 끝에 사시합격 이후 검찰 조직에서만 몸을 담은 그를 알길은 없다. 다만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사찰’ 수사로 압력을 받고 굴하지 않자 좌천당하고 한직에 있던 그를 문재인 정부는 중용하고 검찰 최고직인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한마디로 인생역전이다. 무엇보다 국정감사장에서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윤석열을 상징하는 말이 되어 ‘강골’ 혹은 ‘강직’이란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런데 국민이 진짜 궁금해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를 신뢰하고 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조국 전 법무부 가족수사 등 이른바 임명권자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이유다. 물론 조국 전 장관 일가가 불법이나 부정을 했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서 기소하면 되는 일이다. 공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문재인 정부에서 ‘의리’ 같은 개인적 이해관계가 관통할 문제도 아니다. 윤석열 총장과 그 측근들은 지나치고 집요하게 조국 전 장관 일가를 탈탈 털었다. 검찰개혁에 대한 선제적 공격 혹은 저항이라고 하기에는 강도가 더 셌다. 왜 그랬을까?

검찰총장실 안에서 검찰총장과 측근들이 나누는 대화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단서는 있다. 윤석열 총장이 임명장을 받고 서초동으로 돌아가 측근들과 나눈 대화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나 부정부패를 효율적으로 처단하는 그런 대화보다는 ‘문재인 정권 조차도 통제의 대상’이라는 오만한 발상이 오갔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을 엮을려는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간 유착관계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같은 정황은 한국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2017년 개봉한 ‘더 킹’은 한재림 감독, 정우성과 조인성이 주연한 영화로 시대별로 검찰 내 실세가 권력을 유지하고 행사하는데 초점을 맞춘 영화다.

주인공 태수(조인성 역)는 전라도 목포에서 건달 아버지 밑에서 자라 공부하고는 상관없는 싸움잘하는 학생이었지만 어느날 아버지가 양복입은 신사에게 무릎 꿇고 싹싹 비는 것을 보고 충격,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문대를 나오고 검사에 임용된다. 아버지를 무릎꿇인 사람이 검사였기 때문이다. 평범한 검사인 태수는 어느날 고등학교 체육교사의 성폭행 사건을 다루다가 뻔뻔한 태도에 분노,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만 선배 검사가 잘봐주면 좋은 자리에 추천해준다고 회유하자 흔들린다. 선배가 추천한 자리는 검찰 내 실세였던 한강식(정우성 역)이 이끄는 전략부였고, 상위 1% 검사조직이라 출세가 보장된 곳이었다. 결국 태수는 한강식이 이끄는 전략부에 합류한다.

한강식이 이끄는 전략부는 정치인들의 약점을 잡아 권력을 유지한다. 목포의 조폭조직인 들개파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연예인들의 약점을 잡아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슈가 터질때는 연예인 이슈 등을 터트려 “이슈로 이슈를 잠재우는” 방식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다. 일반적인 검찰조직과는 별개인 곳, 그들만의 왕국을 구축한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대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권력의 등장앞에서 한강식과 그 일파의 대처 방법이다. 감대중 정부의 등장 전에는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해서 요행히 김대중 정부 라인에 올라탄다. 노무현 전 대통령 등장에는 “상고 출신 변호사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용하다는 무당에게 누가 당선되는 것이 아닌 노무현 당선만은 막아달라고 굿을 한다. 노무현이 당선되자 자신이 정보를 제공한 야당인사를 여러 혐의로 묶어 고소함으로써 화를 피해간다.

한강식 일파의 불법과 전횡에 대해 검찰 감찰부 안희연(김소진 역) 검사같은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강식은 전략부를 발판으로 검사장까지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목포 들개파 조직의 내분과 조여오는 감시망 속에 한강식은 태수를 희생양 삼아 위기를 벗어나고, 태수는 졸지에 팽 당한다. 태수는 한강식의 지론, “정치인은 당한 만큼 복수한다”를 떠올리며, 자신의 불우한 성장사, 검사가 되어 조직의 비리를 직접 경험하며 목격하고 양심에 못 이겨 이를 폭로한 후보로 한 순간에 이미지 변신을 하며 정치인으로 나선다.

한강식은 태수의 폭로에 대해 “내가 역사야. 이 나라고. 니가 (나를)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라며 경고하지만 태수는 굽히지 않고 정치인으로 나선다. 한강식은 태수의 기자회견을 무력화 하기 위해 언론을 동원하고 더 앞선 시간에 기자회견을 열어 김을 뺄려고 했지만, 태수는 무난하게 당선되는 곳보다 유력 정치인이 있는 서울 종로에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한강식의 전략, ‘이슈로 이슈를 덮는’ 상황을 더 세게 받아친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 종로 선거에서 출구조사를 지켜보면서 태수의 나레이션으로 맺는다.

태수: 내가 당선되었냐고? 떨어졌냐고? 그건 나도 궁금하다. 왜나하면 그건 당신이 결정할 일이니까. 

       당신이 이 세상의 왕이니까.

영화 ‘더 킹’의 킹은 검찰이라는 권력을 배경으로 자신만의 조직으로 왕으로 군림하는 한강식이 아닌 일반시민, 유권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때로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생생하고 더 지독하기도 하다. 영화 속 검사집단,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검찰권력을 사유화 해서 자신들만의 왕국을 구축하려는 집단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지금 수많은 국민이 검찰을 불신하고 더 커진 권력으로 두려워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대권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충성한다는 조직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윤 전 총장이 먼저 나서서 검찰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면 대권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대권출마 선언 전에 이 영화를 꼭 봤으면 한다. 봤다면 측근들과 한번 더 보길 바란다.

킹(King)은 검찰 아닌 일반 국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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