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정치적 변동에 흔들리면 안 되는 곳이 감사원..중심을 잡아달라"
최문순 "최재형은 위장취업자..'정치 감사'를 받을 수 없다"
"'멸사봉공이 아니라 '멸공봉사'다. 반드시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
또 한 사람의 '전언정치' 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독립적 헌법기관장인 최재형 감사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지인을 내세워 이르면 이달 안에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해 대선출마를 선언한다는 내용이다.
21일 중앙일보 단독 ['아들 둘 입양' 최재형, 이르면 이달중 사퇴후 대선출마] 기사에 따르면 최 원장의 대권 선언은 최 원장과 가까운 지인이 전날 밝힌 것으로 당초 7~8월 사퇴설이 나돌았으나 출마시계가 더 앞당겨진 것이다. 최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관련해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일 페이스북에서 <위장취업자,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정치 감사를 받을 수 없다.>라는 제하로 윤 전 총장에 이어 공공직 윤리를 저버린 또 한명의 고위 공직자를 통렬히 비판했다.
최 지사는 "또 다른 사정기관인 최재형 감사원장이 현직에 있으면서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라며 "감사원장은 우리나라 전체 공직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특히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지 여부를 감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감사원장이 현직에 머무르면서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치적 의지를 숨기지 않는 사람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감사원장의 자리에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전체 공직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이 행위는 현직에 있는 최고위직 공직자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도 괜찮다는 전례를 남기게 될 것이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일이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오랜 기간 동안 발전시켜온 공직자들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공직 윤리의 대의가 이 대명천지에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라고 비분강개했다.
이어 "최재형 원장의 정치 선언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전체 공직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이며 감사원의 위상을 현저하게 추락시키는 행위다.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정치 감사를 받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힘 쪽 대권 도전자의 한사람으로 꼽히던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18일 법사위에 출석해 대권 출마설에 대한 질문에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말하겠다”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때부터 헌법기관장의 정치 참여 논란 등이 예상된 대목이다.
최 원장의 대답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이 직무를 마치자마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위해 바람직한가”라고 물었고 최 원장은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박주민 의원은 최 원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자신의 SNS를 통해 "아무리 대선이 다가온다지만, 감사원장님부터 흔들리면 어떡하냐”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정치적 변동에 흔들리면 안 되는 기관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감사원”이라며 “그래서 우리 헌법과 감사원법으로 감사원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더 우려되는 것은 원장 임기 중에 진행된 정치적으로 민감한 감사에 대해 이후 내려질 시민들의 불신, 그리고 감사원장직이 향후 정치적 출세의 디딤돌이 되는 선례”라며 "이미 판단이 끝났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중심을 잡아주십사 부탁드린다”라고 최 원장이 감사원 수장의 업무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신동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제가 법사위에 있을때 최재형 감사원장의 원전감사나 위헌적 언행에 대해 사퇴하라고 했던것이 틀린 판단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라며 "뭐가 뛰니까 뭐도 뛴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총장, 감사원장 등 사정기관 수장들이 임기 도중에 사임하고 바로 대권도전하는 행태가 반복될 판이다. '멸사봉공이 아니라 '멸공봉사'다. 반드시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의원은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이 최고위직 공무원으로서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현직에 있으면서부터 정치행각을 했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 두 사람을 겨냥해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힘써 일하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이 아니라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익을 버렸다는 멸공봉사(滅公奉私)'로 해석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이날 SNS로 "차기 대선 후라도 적어도 형사사법과 감사 영역에 종사하는 고위공직자는 퇴직후 1년간은 출마금지를 하는 법개정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그는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의 정치행보를 겨냥해 “이래도 되는 것일까?”라며 “현행법에 따르면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감사원장, 공수처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도 퇴직 후 90일이면 출마 가능하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출마가 이렇게 쉽게 허용되면, 재직시 판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라면서 “어느 당으로 출마할 것인지, 어느 정치세력과 손잡을 것인지 궁리하며 업무를 하고 결정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지금 시중 여론도 최 원장이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자신의 개인적인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면서 중립성을 더럽혔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월성 원전 감사도 결국은 본인의 대선출마 밑밥을 깔기 위한 정치행보였다는 사실로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조희연 고발했던 감사원 8년간 10명 '특채'..'내로남불 감사' 비판론
한편 지난 18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특정인 특별채용' 혐의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 감사 결과를 수사 참고자료로 제공한 감사원이 정작 자신들도 퇴직자를 사실상 특정해 채용해온 정황이 확인되면서 전형적인 '내로남불 감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매체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015년 8월에 국회에 보고했던 '지방자치단체 감사책임자에 감사원 퇴직자 임용 및 감사원 재취업 현황' 문서를 입수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감사원 직원 23명이 사직서를 내고 지자체 감사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가운데 2015년 7월 당시 지자체에 계속 근무한 사람은 8명이었고, 임기만료자는 15명이었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 15명 가운데 10명인 66.7%를 감사원 직원으로 재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매체에 "우리는 공무원임용시험령 제29조 1항에 따라 감사원을 퇴직한 공무원을 적법하게 재채용한 것"이라면서 "이 채용과정에서 시험 면제 여부 등 채용방식에 대해서는 인사 관련이기 때문에 답변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