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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반사체 윤석열, 출마선언문도 반사체?..
정치

[데스크의 눈] 반사체 윤석열, 출마선언문도 반사체?

이창은 기자 editor@newsfreezone.co.kr 입력 2021/06/30 00:03 수정 2021.06.30 10:45
대선출마 구체적 대안이나 비전없이 문재인 정부 비방에만 열 올려 

[뉴스프리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초구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섰다. 그동안 ‘전언장치’와 모호한 화법으로 비판이 컸던 만큼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현 정권을 두고 볼 수 없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며 표현은 강했지만, 구체적인 비전제시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만들고 지킨 영웅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또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29일 윤봉길 기념관에서 첫 기자회견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윤석열 캠프
29일 윤봉길 기념관에서 첫 기자회견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윤석열 캠프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 등을 거론한 뒤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개악과 파괴를 개혁이라 말하고,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되어 국민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그야말로 '부패완판'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로 나라를 정상화하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같이 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을 때, 우리는 더 강해지고, 이길 수 있다"면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말했다. 
  
결국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이 나섰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중심으로 '반문연대'로 뭉쳐야 함을 역설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전 국민적 관심사인 대선출마 이유, 국민의힘 입당 여부, 자신이 내세운 공정과 법치로 구현될 나라의 미래가 어떠한 형태의 국가인지에 대해 명확한 내용은 내놓지 못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되었음을 감히 말씀드린다"라며 ‘준비가 되었음’을 강조했지만 그 준비된 내용의 설명은 없었다. 이것은 발표문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드러난다.

기자들이 '왜 차기 대통령에 윤석열이어야 하는지'를 3차례에 걸쳐 물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우리 국가는 경제도 중요하고 다 필요합니다만 외교안보나 교육정책에서 헌법과 법치가 무너져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니까 (자신이) 싸운것처럼 정권교체에 나서고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른바 국민의 지지를 언급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으니 나서겠다는 주장의 다른 표현이다.

결론적으로 윤 전 총장은 검증의 무대에서 구체적인 메시지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관심을 모은 ‘X파일’ 문제나 ‘정치참여’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내놓거나 구체적인 답을 회피한 것은 국정조사장이나 검찰총장 재직시 보여줬던 직설화법과 강단있던 모습과 대비해 오히려 점수를 깍아먹은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총장의 연설을 차안에서 들었다”면서 “훌륭한 연설이고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가 담겨있고 젊은세대가 배척하는 애매모호한 화법이 아니라 직설적이고 구체적인 화법이 인상적이다”라며 호평했다. 윤 전 총장 입당 전이지만 범야권 후보인 만큼 의례적인 호평에 불과하다.

여당은 일제히 혹평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윤 전 총장이 말한 무능, 부패 정권은 자기 얘기 아니냐며 무능한 검사의 넋두리”라고 출마 자체를 평가절하했다.

송영길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에 대해 “그런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의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윤 전 총장의 고공 지지율 행진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오죽 우리가 미우면 검찰총장으로 일생 보낸 분의 지지도가 저렇게 높게 나오겠느냐”며 “윤석열 총장이 저렇게 대선 후보 지지도가 높은 것은 우리가 반성해야 할 요소”라고 했다. 

송 대표의 발언에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 1위 배경을 은연중에 밝히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족과 청와대 관련 수사로 존재감을 알리고,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반문정서’로 몸집을 키운 다음, 문재인 정부의 대항마로 성장한 것이다. 윤 전 총장에게 ‘반문’은 전가의 보도, 가장 확실한 선거운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출마선언문에 그대로 반영된다.   

윤 전 총장은 15분에 걸친 발표문 중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도, 독재를 지적하며 8번에 걸쳐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탈’ ‘이권 카르텔’, ‘포퓰리즘’ 등 상당히 거친 단어들을 구사,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부패완판’으로 몰아갔다. 문 정부의 부정을 넘어 전형적인 ‘문재인 때리기’로 일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16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정과 민생’을 중심으로 문 정부를 비판한 국회연설의 확장판에 불과할 뿐이다. 

어느 후보든 보통의 출마 선언문은 이미 확보한 자기 진영 보다는 중간지대의 중도층을 잡기 위해 정책과 비전이 최대한 유려하거나 하다못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윤 전 총장의 발표문에는 중도층을 위한 배려는 거의 없고, 한쪽의 입장에서 극단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따라서 윤 전 총장 대선출마의 “메시지나 비전 등이 없다”라는 평가는 당연하다. 윤 전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 1위라는 것은 순전히 ‘반문정서’를 등에 업은 일종의 반사체였기 때문이고, 반사체에 만족한, 최고의 전략이라고 생각한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때리기’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발표문 내용이 일방적인 것은 반사체의 투사물이기 때문이다. 

이날 윤 전 총장 기자회견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정권교체’나 ‘X파일’이 아니었다.  

윤 전 총장은 한일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일본 NHK 기자의 질문에 “외교는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 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면서 “지금 한일관계가 수교 이후 가장 열악해졌으며 회복이 불가능해질 정도까지 망가졌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이 거론한 ‘죽창가’는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던 2019년 사용했던 말로, 당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분노의 표현으로 ‘죽창가’를 언급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이 표현을 통해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하겠다면서 조 전 장관을 대선판으로 다시 소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한번 ‘조-윤대전’을 상기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죽창가 대목에서 제 눈을 의심했다. 그 역사 인식의 천박함이, 그런 망발을 윤봉길 기념관에서 할 수 있는 무감각이 충격적이었다”며 “착잡하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이 아직도 굴종적 한일관계에 매몰된 일부 극우식 역사인식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네티즌들도 ‘한일관계’ 관련, 윤 전 총장 발언에 ‘실망스럽다’라거나 ‘토왜인 국민의힘과 한통속’이라는 등 비판을 가하고 있다.

대통령이 될려는 사람은 준비를 많이 해야한다. 한 국가를 책임진 지도자는 경륜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준비가 많아야 실수가 적기 때문이며, 역사와 문화 다방면에 관해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어느 자리에서든 적절한 발언을 해야 하고, 때로는 순발력도 있어야 한다. 순발력도 실력이다. 그런 실력으로 공동체 구성원에게 신뢰를 받아야 한다.

지금 한일관계는 불행했던 과거사를 부정하고, 그 연장으로 경제보복을 자행하면서도 독도까지 자기네 영토라면서 올림픽기에 그려놓았다. 이런 일본에 대해 한국인이라면 분노해야 한다. 분노의 국민여론을 업고 외교무대에서 협상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일본의 적극 도발은 외면한 채 ‘이념 편향적 죽창가’를 운운하는, 조국 전 장관까지 소환하면서 오로지 대선공학에 몰두하는 윤 전 총장의 모습에 과연 국정을 준비한 것이 있을까?

한일관계에 최소한의 역사인식도 없는 사람이 지지율 1위의 대선후보로 출마선언을 하는 나라, 윤 전 총장의 미래 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어둡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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