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윤석열 X파일’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윤 전 총장의 대권출마선언에 이어 30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추문에 해명과 함께 반박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의 대선출마 선언 이후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TV조선 이진동 전 기자가 주도하는 신생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와의 언론 인터뷰에서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라시’ 형태로 퍼진 의혹에 대해 “기가 막힌 얘기”라면서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돼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였다’는 X파일 내용에 대해 “호텔 룸싸롱 호스티스니 별 얘기가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고 오히려 일중독”이라며 “석사학위 2개나 받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했다.
X파일에서도 가장 핵심내용인 윤 전 총장을 만나기에 앞서 유부남 검사와의 동거설 대해서도 김씨는 "제집에는 제 친구들도 모여 살았다"며 "누구랑 동거할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누구랑 동거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데, 그 검사는 바본가"라며 "그건 (정치적) 이득을 위한 일방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동거하던 검사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출입국 기록이 삭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떤 기자의 확인 요청에) 할 수 있으면 한 번 지워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가려지게 돼 있다. 이건 그냥 누가 소설을 쓴 거다”라며 “나중에 쥴리를 한번 취재해 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쥴리를 해야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김씨의 언론인터뷰는 윤 전 총장의 본격 대선행보를 위해 털고 갈 것은 털고 간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보수색 짙은 신생매체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추문을 해명해서 ‘X파일’을 무력화 시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김씨가 막상 ‘쥴리’가 아니라고 해명하는 순간, 정치권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수면 아래 잠복해있던 ‘X파일’이 공식화 된 순간이기 때문이다.
김건희발 ‘X파일 해명’의 파급력은 홍준표 의원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홍 의원은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그거, 하는 거 아니다. 상대방이 누구라도 그런 이야기는 정치판에서 하기가 어렵다"며 "그런데 본인 입으로 물꼬를 터 버렸으니까, 이제 그 진위에 대해 국민들이 집요하게 검증하려고 들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치명적 실수’였다는 것이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이날 공개된 김씨의 언론 인터뷰 내용에 관해 “윤 전 총장 측에서 여의도 정치를 잘 모르고 언론의 생리를 잘 모르니까 나오는 미숙함”이라고 저평가했다.
여권에선 김씨 해명이 오히려 소문에 날개를 달아줬다며, ‘X파일’의 내용을 확장 증폭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자충수’라는 제목의 글에서 “윤 전 총장 부인이 ‘쥴리’를 언급했다. 이 역시 대응책 치고는 하책 중 하책”이라며 “사람들은 앞으로 쥴리를 찾아 삼천리를 떠돌 것이다. 쥴리는 생각하지마!”라고 비꼬았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과연 누가 '쥴리'를 처음 거론할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윤석열 아내 김건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건희씨 해명은) '나는 사기꾼(crook)이 아니다' 했던 닉슨 대통령의 거대한 실수"와 같다면서 "'나는 쥴리가 아니다' 하는 순간 사람들 머리에 무엇이 떠오르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X파일’은 사안의 민감성 등으로 정치권에서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였다.
‘X파일’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5월 중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을 쌓아가고 있다”고 언급, 이후 정치권에서는 이를 ‘윤석열 X파일’로 명명했다. 야권과 윤 전 총장측은 즉각 불법사찰,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했지만, 지지율 1위 후보에 대한 견제구의 성격이 강했다.
이후 수면 아래 잠복한 ‘X파일’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야권인사인 장성철 ‘공감과 소통 정책센터’ 소장이 열람 이후 “의혹이 3가지가 넘는다. 이대로는 윤 전 총장 방어가 어렵겠다”라는 발언 후 ‘X파일’은 핵폭탄으로 등장한다,
대권을 놓고 싸우는 정치판이라도 금도는 있다. “배우자가 과거 접대부 출신이었다” 등의 루머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역풍을 의식해 쉽게 던지지 못할 내용이다. 여권에서 제기하면 정치공세라고 역효과가 날 것이고, 야권에선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언론조차도 글로 옮기기에 민망할 정도, 기사화할 명분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비유하면 ‘고양이 목에 방울다기’, 누군가 먼저 떠트리길 기다리는 상황, 정작 윤 전 총장 측에서 공론의 장으로 실체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작 김건희씨도, 정치권도 언론도 착각하는게 있다.
국민 대부분은 ‘쥴리’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지 않다. 궁금한 것은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재산도 2천만원 밖에 없다는 중년의 검사에게 젊고 재능있는 여자가 결혼상대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억울하다면서 해명한 것은 그녀의 개인사이다.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도 사생활이 있고, 개인의 선택은 존중해야 한다. 김씨의 과거 애정행각이나 윤 전 총장을 만난 것은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김씨가 해명해야 할 것은 본인이 70억대 자산을 어떻게 모았는가의 문제이다.
윤 전 총장 사퇴 직후 ‘관보’에 공개된 부부의 재산은 71억 7천여 만원, 이중 윤 전 총장은 예금 2억 4484만원으로 나머지는 모두 김씨의 재산이다. 김씨 명의 재산은 2억5932만 원 상당의 경기도 양평군 소재 토지와 15억5900만 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건물, 예금 51억591만 원이다. 공직자로 드러난 것만 이 정도이다.
김씨는 오래 전 인터뷰에서 “1990년대 후반 IT 붐이 일었을 때 주식으로 번 돈을 밑천으로 사업체를 운영해 재산을 불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30일 인터뷰를 보면 “석사학위 2개, 박사학위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할 틈도 없었다“고 한다. 어울리지 않는 해명이다.
다 이해해도 윤 전 총장과 결혼후 자신이 운영하는 코바나콘텐츠 전시 등에 기업들의 과도한 협찬금, 현재 살고있는 서초구 최고급 아파트가 모 기업에서 지원했다는 의혹 등을 해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어머니 최씨의 재산축적 과정, 각종 금융의혹사건에 대해서 해명했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은 ‘쥴리’에 관심없다. ‘쥴리’ 논란은 정치적 지형에 따른 공방이지 본질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윤 전 총장 ‘경제공동체’로서 처와 장모 등의 각종 의혹에 관한 검증이다.
‘쥴리’가 아니라는 김건희씨의 다음 해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