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의 형태란 적의 튼튼한 곳을 피하고 약한 곳을 공격하는 것이어야 한다.(‘손자병법’ ‘허실편’).
즉, 주력이 있는 곳은 피하고 힘이 약한 곳을 공격하라는 것이다. 이를 ‘피실취허(避實就虛)’라고도 하는데, ‘회남자’ ‘요락훈(要略訓)’에서는 “튼튼한 곳을 피하고 빈틈을 찾는 것이 마치 양 떼를 모는 것과 같다”고 했다. ‘피실격허’를 운용하여 빈틈을 치면 튼튼함이 감소 된다. 공격을 가하는 쪽이 작전 목표를 선택하여 진공 노선과 주요 공격 방향을 확정할 때, ‘피실격허’를 잘 활용하면 그 작전은 노련한 백정이 소를 잡듯 순조롭고 여유가 생긴다.
전쟁사에서 ‘피실격허’의 전례는 매우 많다.
전국시대 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했을 때, 제나라가 조나라를 구원하러 나섰다. 제나라 위왕은 전기(田忌)를 장군으로 손빈(孫臏)을 군사로 삼았다. 전기는 대군을 이끌고 곧장 조나라로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자 손빈은 전기를 말리며 다음 같은 말을 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풀려면 함께 얽혀서는 안 되며, 싸움을 구원하러 나선 자가 함께 어울려 치고받아서는 안 됩니다. ‘적의 요충지나 빈틈을 공격하는’ ‘비항도허(批亢搗虛)’의 계략으로 형세를 절도 있게 통제하면 저절로 풀리는 법입니다.”
여기서 손빈이 말하는 ‘비항도허’가 바로 ‘피실격허’와 같은 말이다.(‘위위구조’ 참조) 이 전법은 수천 년 동안 군사 전문가에 의해 연구되고 운용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