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야권의 유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민심행보를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방의 목소리만 듣는 반쪽행보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윤석열이 듣습니다' 타이틀로 진행하는 민심행보의 첫 주제로 원전을 선택하고 5일에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 6일에는 대전 카이스트에서 원자력공학 전공생들과 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성토하고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주한규 교수와 면담 후 기자들에게 "(탈원전 정책이) 국민의 합당한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추진된 것인지 의구심이 많다"며 "졸속적인 탈원전 방향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에너지를 저비용으로 생산해야 우리 산업 경쟁력이 생긴다"며 "그게 우리 일자리, 청년의 희망과 다 관련이 있다. 단순히 원전에서 끝나는 문제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장직을 사퇴한 배경에도 탈원전 정책이 있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월성 원전 사건이 고발돼서 대전지검이 전면 압수수색을 진행하자마자 감찰과 징계 청구가 들어왔고, 어떤 사건 처리에 대해서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검수완박이라 하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백운규 산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해서 이뤄진 것이라 봤고 제가 그렇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우리 최재형 감사원장께서 정치에 참여할지 모르겠지만, 원장을 그만둔 것 역시 월성 원전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도 "(검찰총장) 당시까지만 해도 (사건을) 배당해서 일할 때만 해도 탈원전 인식은 부족했던 것 같다. 저도 공직자고 정부 정책에 대해 막연하게 큰 생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윤 전 총장은 6일 카이스트에서 '탈원전 반대 2030 의견청취'라는 이름으로 석박사 과정 학생 3명과 만나 이틀째 탈원전 비판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총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장기간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진행됐어야 하는 에너지 정책이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문제"라며 "무리하고 성급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에너지라는 게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천만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일본의 지반과 관련한 문제이지 원전 자체 문제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이 민심행보로 ‘원전’을 제기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약한 고리이다. 본인이 언급했듯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 또한 월성 원전 감사로 인해 정부와 대립하다 사퇴한 것을 환기시키면서 ‘원전’으로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민심행보는 원전지지 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사실관계도 정확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치공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윤 전 총장은 "(탈원전 정책이) 국민의 합당한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추진된 것인지 의구심이 많다"며 "졸속적인 탈원전 방향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대 대통령 후보시절, 19대 후보시절에도 대선공약으로 ‘탈원전’을 제시했다. 대통령 당선으로 공약을 추진할 정당성은 입증 받았던 것이지만,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 참석해 원자력 발전소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천명하며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2017년 6월 27일,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일정 규모의 시민 배심원단에 의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론 조사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신고리 원자로 건설이 중단된다고 해서 바로 탈원전이 되는 것은 아니고, 건설이 중단되더라도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 그리고 독일이나 타 국가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완전한 탈원전에 도달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의 원전 축소 계획은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을 폐쇄해 나가는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는 원전이 오히려 5기(신고리 4·5·6호기, 신한울 1·2호기) 증가한다. (‘탈원전’ 나무위키에서 인용)
정부의 정책을 아무 근거도 없이 ‘졸속적인 탈원전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동에 가까운 것이지 정당한 정책비판은 아닌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이틀 연속 원전 전문가들만 만난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원전을 지지하는 쪽이 있으면 반대하는 쪽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을 만나 균형잡힌 접근을 해야 하는데 일방의 주장만 듣는 것이 ‘민심행보’라 하면 반쪽민심 밖에 안될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원전’ 행보에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원자력 에너지라는 게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천만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일본의 지반과 관련한 문제이지 원전 자체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하지 못하는 발언을 윤 전 총장이 용감히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원전 관계자들의 이해를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진행중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현실이 영화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그 자체 지옥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방사능 오염수를 지하저장 아닌 해양 방류로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원전으로 인한 방사능 누출과 폐기물 등 환경오염 문제는 그 지역에 그치는 것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는 1986년 지금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다. 히로시마 원자 폭탄의 약 400배의 방사능이 유출되고 사망자 약 3500명, 암과 기형 피해자 40만 명을 발생시키고, 주변지역은 아직도 출입금지 지역으로 묶여 있다. 피해자와 사망자도 구소련 체제하에서 최소한의 통계일 뿐이다. 그런데 원전이 “영화만큼 위험천만 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윤 전 총장의 사고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지금 ‘탈원전’은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문 대통령이 독창적으로 혼자 들고 나온 것도 아니다. 원전이 ‘무공해 꿈의 에너지’인 시절은 지났고, 각국마다 원전 정책을 재검토 하는데 대체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원전을 줄이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원전을 도입하는 경향이 많다. 문 정부의 ‘탈원전’은 바로 이런 추세에서 합리적인 에너지 대체정책의 일환이다.
윤 전 총장의 연이틀 ‘민심행보’로 원전을 선택한 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공세에 불과하다. 일방의 주장만 듣고, 정책과정의 정당한 집행을 ‘졸속’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대통령에 출마할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윤 전 총장의 이틀에 걸친 민심행보를 보면서 검사선배인 홍준표 의원이 윤 전 총장을 향해 비판한 발언이 떠오른다.
"대통령 직무는 날치기 공부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를 통치하는 데 검찰 수사는 1%도 안 된다. 나머지 99%는 검찰 수사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윤 전 총장에게 이 말은 꼭 묻고 싶다.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