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은 기자] =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이 아닌 소득 상위 20%를 제외한 하위 80%에게만 주는 방안을 토대로 2차 추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선별이 아닌 전국민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초 공언한 대로, 전국민 지급방침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우원식 의원은 7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다시 주장한다"며 "가구소득 하위 80%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정한 것은 신속한 경기회복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당의 철학과도 맞지 않다"며 "여러 차례 의견을 밝힌대로 추경 논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형식의 전국민 대상 보편 지급으로 수정할 것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원식 의원은 전국민 지급 주장 이유로 먼저 “위축된 내수 경기 회복에 전 국민 지급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우 의원은 지난해 봄 전국민 대상으로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연구결과를 사례로 제시했다.
우원식 의원은 "추가 소비효과(한계소비성향)는 KDI 26.2 ~ 36.1%, 경기도연구원 29.2%, 노동연구원 약 70% 등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며 "행정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2.9%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들었다.
우원식 의원은 두 번째로 “‘소득’ 기준으로 선별하는 것은 비효율과 불필요한 갈등을 낳는다”는 점도 들었다. 우원식 의원은 “우선 단 1만원 차이로 지급 대상과 제외되는 가구간 소득 역진이 발생해 제외되는 가구의 박탈감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선별로 방침을 정할 경우 매우 미세한 차이로 누구는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 '차별' 문제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또 전국민 보편 지급으로 할 경우 누구에게나 즉시 지원이 가능하지만, 선별로 할 경우 대상자가 제출해야할 서류 등이 적잖아 선별하는 작업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선별지급 방침이 발표된 지 수개월이 지났어도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부작용 사례들도 적잖았던 것이다.
우원식 의원은 세 번째로 상위 20%에 지급한다는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우 의원은 "상위 소득 20%는 전 분기 카드 사용액보다 많이 소비할 경우 최대 30만원을 캐시백으로 돌려받게 되지만 소비처도 매우 제한적이고 제도가 복잡해 소비 진작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높다"며 "'누가 30만원 받자고 300만원 더 쓰겠냐'며 벌써부터 냉소가 한가득"이라고 꼬집었다.
우원식 의원은 “결국 재정당국이 선별지급에 대한 아집으로 하나마나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이 제어하지 못한다면 정책 불신만 가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원식 의원은 “곳간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경제회복의 적기를 놓치지 않고 빠른 시일 내 전 국민재난지원금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당이 중심을 잡고 이끌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의원도 이날 성명서에서 역시 양극화 감소를 위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했다. 서영교 의원은 “전국민이 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 안에 소비하면 경제에 활력이 된다”며 “지난해 5월 전국민재난지원금이 지급된 2분기에 양극화격차가 가장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영교 의원은 선별지급이 더 손해인 점도 짚었다. 서영교 의원은 "국민 80% 선별 지급에 약 10조3천억원이 필요하고, 상위 20% 카드 소비에 따른 캐시백 지원금(상생소비지원금)은 1조1천억원”이라며 “국민 80%와 캐시백 지원 선별을 위한 비용을 다 합친다면, 전국민 재난지원금 12조9천억원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역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소득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는 재난지원금으로 불필요한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며 "이는 소비진작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소멸성 지역화폐' 방식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6일 페이스북에서 "80%에 25만 원을 전국민에게 20만 원으로..전국민재난지원을 당과 정부에 호소한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지사는 “‘가진 자 주머니 털어서 못 가진 자에게 준다’는 로빈후드식 정책은 정치인들에게 도덕적 만족감과 선전 효과를 줄지는 몰라도 중산층을 비롯한 사회구성원 다수의 증세 저항을 불러 복지 확대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며 “복지 선진국 대부분에서 이처럼 사회구성원간 갈등을 낳고 낙인을 찍는 정책은 이미 낡은 방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지사는 특히 "지난해 13조 원 규모로 전국민 보편지급이 된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40조 원에 이르는 2, 3, 4차 현금 선별지원보다 컸다는 것이 이미 통계로, 전국민의 체감으로 확인됐다"며 선별지원 효과가 미미함을 설명했다. 이재명 지사는 또 "하위 80%와 81%의 차이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라며 "대상자 선별에 따르는 행정비용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지사는 "공동체 정신에 손상을 입히기보다 낙오자 없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데에 우리 국민들께선 동의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8인 중 이재명 지사를 비롯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 의원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 밤 방송된 MBC 100분토론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 토론회’에서 '재난지원금 하위 80% 지급에 찬성하나'라는 질문에 이들 3인은 X표를 들었다.
이들과는 반대로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박용진 의원은 O표를 들어 선별지급에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오후 2시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 추경안 처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총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찬성 입장을 밝혀온 최배근 건국대 교수와 선별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 토론을 듣고 의원 간 토론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나 기준을 비롯한 추경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