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5차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 선별 지급하기로 한 정부 방침을 1차 때처럼 전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멸성 지역화폐 방식으로 '전국민 보편지급'을 주장해온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선별지원은 민주당의 정치적 무덤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최배근 교수는 7일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 재난지원금은 차별 없이 보편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최배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의총에서 발표한 자료를 공개했다.
최배근 교수는 "선별은 요란한 이념이나 빈곤한 이론"이라며 "특정 관료의 이념(신념?) 혹은 정치적 계산이 왜 대통령과 민주당에 부담을 주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선별 방침으로 할 경우 기술적·행정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들었다.
선별 방식으로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위기가구 중 37%가 생계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선별할 경우 정작 도움이 절실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배근 교수가 공개한 '재난지원금 유형별 결과' 자료를 보면, 선별 지급은 보편 지급에 비해 두 배 가량의 예산을 들이고도 효과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국민 대상으로 진행됐던 1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들인 예산은 14조3천억원이다. 특정 계층 대상으로만 진행됐던 2~4차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은 총 32조1천억원이 들었으며, 이 중 방역 예산을 제외하면 28조원이다.
최배근 교수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전국민 지급 때 가계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으나 선별지급 때는 1.1%에 그쳤다. 또 자영업자 소득 증가율에서도 전국민 지급 때는 전년 대비 8.2%가 증가했으나 선별지급 때는 1.8%에 그쳤다.
재난지원금 지원 등에 따라 정부로부터 가계로 이전된 소득의 경우에도 전국민 지급 때는 가구 당 35만6천원 가량이었으나 선별지급 때는 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만2천원에 불과했다. 재난지원금 지원 등에 따른 자영업가구의 평균 소득도 전국민 지원 때는 역시 35만6천원 가량이었던 반면, 선별 지원은 28만5천원에 그쳤다. 전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방식이 옳았음이 입증됐음에도, 왜 실패한 방식을 고집하느냐는 것이다.
최 교수는 선별지급 방침을 고집할 경우, "결과적으로 정치적 자살골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수도권 화이트칼라의 분노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화이트칼라 직군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 즉 소득 상위 20%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 선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계층으로, 그대로 선별 방침을 강행할 경우 집토끼마저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배근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극찬받는 K-방역에 대한 성과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강조했고, 이로 인해 벌어들인 경제적 이익은 122.2조 가량이 될 거라 추산했다. 최배근 교수는 여기에 더해 "무형의 이익은 상상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최배근 교수는 한 예로 한미관계가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등으로 인해 기존의 수직적 관계에서 호혜적 관계로 바뀐 것, 한국이 G7 정상회의에 초청된 것,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된 점 등을 들었다.
또한 "시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이고 이 협조에 대한 보상과 위로가 재난보상금"이라며, "그런데 어떻게 소득이나 자산 등 수입을 기준으로 나눌 수 있나"라고 질타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코로나 이전의 사고로 접근하며 사회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아닌가"라고 거듭 비판했다.
최배근 교수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현재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일부 후보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라며 "전국민 지급하면 특정 후보에게 도움이 된다는 한심한 사고를 하기 때문"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지난 6일 밤 열린 MBC '100분 토론'에선 민주당 대선후보 8인 중 이재명 경기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 의원은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방식이 옳다고 했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박용진 의원은 선별 지급 방식에 찬성했다.
이를 두고 최배근 교수는 "촛불시민과 민주당 지지층이 나서서 각 후보에게 전국민 지급에 대한 입장 요구와 더불어 반대하는 후보들에 대해 지지 철회 압박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