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폐지 논리라면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데 국방부가 뭔 필요가 있나?"
"MB때 통일부 폐지론에 경악했는데 또 나오다니"
이준석 극단적, 폭력적 대북관 "북한과 타협할 일 없다..통일부·여가부 역할 없다"
[정현숙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근 여성가족부에 이어 통일부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SNS 설전을 벌이면서 일파만파 논란이 됐다. 이에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힘 내부와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을 두고 '박근혜 키즈의 이명박 회귀' '헌법 조항조차 무시하는 역사인식의 부재' '윤석열 의혹 등을 이슈를 만들어 덮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이 대표의 말처럼 부처를 통폐합 하거나 유사업무끼리 묶어서 규모를 축소할 경우,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가 될 가능성이 커져 '작은 정부'가 아니라 '무책임한 정부'가 된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대표의 통일부 폐지론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부족한 역사 인식과 사회인식에 대한 과시"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가적 과제를 안다면 결코 내놓을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혹평했다.
1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는 특임부처이고 생긴 지 20년이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 임무에 대한 평가를 할 때가 됐다"라며 "이들 부서는 수명이 다했거나 역할이 없는 부처들이다"라고 강변했다.
지난 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대만에 통일부가 없다는 예를 들면서 "외교의 업무와 통일의 업무가 분리된 게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일 수 있다"라며 "외교의 큰 틀 안에 통일이란 게 있다. 보건은 환경부가 해야되는 업무랑 비슷하고 복지는 경제부처와 엮이는 게 맞다. 정보통신은 문화나 체육으로 엮이는 게 맞고 과학기술은 산업자원과 묶이는 게 맞다"라고 통일부 무용론을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통일부 폐지, 외교부 통합론'을 겨냥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은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가 없더라도, 꾸준히 노력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외교의 대상이 아니다. 전 세계 수많은 국가 중 하나로 북한을 바라보고, 평범한 외교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순간, 분단은 고착화된다"라고 되받아쳤다. 이어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평화적 통일'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느냐"라며 통일부를 평화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평화부'로 확대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과거 MB 정부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한다고 산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을 없애 국가가 운영할 디테일한 업무를 없애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 바 있다. 정보통신부를 통해 상당히 많은 정보통신기술을 높일 수 있었으나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기치로 이명박 정부가 없애 버린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0일 SNS를 통해 <이준석, 과연 해경해체 박근혜 키즈답다.>라는 제하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상황팍악도 하지 못했다. 7시간후 부시시한 얼굴로 왜 구조를 못하냐?는 식의 엉뚱한 말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박근혜 정부는 상황분석과 대책과는 상관없이 분풀이하는식으로 해경을 해체해 버렸다. 세월호 참사와 함께 박근혜 정부도 침몰하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 키즈인 이준석 대표는 박근혜 방식을 따라하겠다는 것인가?"라며 " 여가부 폐지에 이어서 통일부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뭘 했냐?는 식이다. 그러니 폐지하자는거다. 젠더갈등을 해결하지도 못했으니 여가부를 해체하겠다고 하며 오히려 젠더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라고 힐난했다.
정 의원은 또 다른 글에서 "통일부 폐지 논리대로 라면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데 국방부가 뭔 필요가 있나?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국방부도 폐지해야 하는가?"라며 "일찍 피는 꽃이 일찍 진다. 만고의 진리다. 이준석, 자중자애하라. 그리고 반헌법적 반통일적 망동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원외 정당인 미래당 오태양 대표는 "이준석 대표의 통일부, 여성가족부 폐지 공론화 주장은 시장경쟁 만능주의에 기초해 끝없이 시장효율만을 강조하고 국민 갈라치기와 사회적 소수자·약자에 대한 차별을 증폭시키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5선 중진 권영세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통일부는 존치되어야 한다"라며 자당 이준석 대표의 '통일부 폐지론'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이날 SNS를 통해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 쓸데없이 반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라고 했다.
권 의원은 그는 "우리의 분단극복과정에서 가장 좋은 모델은 결국 동서독 통일사례다. 그 중에서도 우리와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서독정부의 행태가 우리에게 최적의 모델이 될 것"이라며 "양안관계에서 어느 모로 보나 열세에 있는 대만정부 모델이나 교조적 공산주의 국가 동독, 북한의 사례는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MB정부 초기 일부 인사가 통일부 업무를 '인수분해'해보니 각 부처에 다 나눠줄 수 있고 따라서 통일부는 폐지가 마땅하다는 말을 해서 경악을 했는데 다시 통일부 무용론이 나오니 당혹스럽다"라며 "이 정부 통일부가 한심한 일만 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없애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집권해서 제대로 하면 된다"라고 했다.
권 의원은 "우리가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지만 지금 우리의 통일부가 할 일은 당장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 중에서 남북한간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것"이라며 "서독의 경우 내독관계부, 최초에는 전독일문제부가 담당을 했었다"고 부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마저 "이 상황을 말장난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는 게 문제"라고 이 대표를 힐난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철학의 부재로 보수의 아젠다를 못 만든다"라며 "토론배틀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나 벌이다 약발 떨어지니 '백투더 MB(이명박 전 대통령)',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라 비꼬았다.
이 같은 글에 '통일부 폐지론에 반론을 제기하라'는 보수권의 여론이 올라오자 진 전 교수는 같은날 SNS로 [통일부에 사망선고 내린 이준석…그에게 보내는 통일부 존치론의 근거들]이란 '한국일보' 기사를 링크하며 "여기있다. 반론"이라고 적었다.
한국일보는 이날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와 제4조 등을 들어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통일부 존치의 이유를 전했다.
관련해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12일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전문, 대통령의 의무 등 헌법 전반에 걸쳐 ‘평화적 통일’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로 규정되어 있다"라고 했다.
최 지사는 "이준석 대표가 얘기하는 것처럼 통일부는 '업무 분장이 불확실한 부처'가 아니며, 어느 부처보다 목적과 존재 이유가 분명한 부처이고, 그 근거가 헌법 전반에 규정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가 정치적 논란거리를 통한 분열과 편가르기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공당의 대표답게, 당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서 의안으로 제출하고 국회에서 숙의하길 바란다"라며 "남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강원도의 입장에서 이 대표의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즉흥적 주장이 위험해 보이는 이유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SNS로 이준석 대표의 체제 우위 '흡수통일'을 두고 무력도 불사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을 에둘러 경고했다. 그는 "이 대표의 북한 붕괴-흡수통일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통일부는 3배는 더 키워야 할 것"이라며 적대적 흡수통일을 꿈꾸기보다 평화적 공존을 만들어나가는 실질적 대안을 만드는 데 집중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6월 내놓은 저서 '공정한 경쟁'에서 “저는 통일의 방법이 체제 우위를 통한 흡수통일 외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싶다”라며 “조금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통일 교육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