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노환중 원장이 무슨 노스트라다무스인가..검찰 앞뒤가 안 맞아"
현근택 "장학금은 기소 尹 장모는 불기소..엿장수 맘대로도 이보다는 낫겠다"
정경심 "증거가 검찰에만 가면 정반대의 증거가 된다"
[정현숙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 조 씨의 서울대 인턴십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았다는 혐의의 재판에서 쟁점이 됐던 동영상 속 여학생 신원에 대해 "제 딸이 맞다"며 법정에서 직접 발언했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필)는 업무방해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항소심 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동영상에 나오는 여학생 관련 진술하고 싶은 게 있나?"라고 물었고 정 교수는 "동영상에 나오는 여학생은 제 딸이 맞다"라고 확답했다. 하지만 1심은 정 교수 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정 교수 측은 2009년 5월15일 개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세미나 영상을 제시하며 해당 영상 속 여학생이 정 교수 딸 조 씨이기 때문에 실제 인턴십을 한 것이고 이에 허위 확인서 발급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1심에서는 정 교수 측의 발언 기회 요청에도 건건이 막던 재판부가 이날은 최후진술과 별개로 항소심에서 이뤄진 증거조사 및 절차, 결과와 관련해 정 교수에게 직접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정 교수는 "1심에서부터 제가 '증거인멸교사했다', '증거은닉교사했다'라고 많이 들었는데 저는 저희 집에 있는 PC나 동양대 PC를 확보할 때 이미 변호인이 선임돼 있었다"며 "죄가 되는줄 알았다면 변호인들에게 자문을 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가 검찰에만 가면 정반대의 증거가 된다"면서 "저는 사실을 몰라서 물어본건데 마치 숨기기 위해 한 것처럼 둔갑됐다. 증거라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패닉하는 심리가 됐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입시 비리 의혹 재판에서 조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600만 원을 뇌물로 지목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끝까지 '부패한 공직자' 이미지를 덧씌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1200만원의 장학금 중 조 전 장관의 청와대 민정수석 취임 후 지급된 세 학기 장학금 600만원을 뇌물로 봤다.
부산대 의전원 재직 시절 조 씨의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의료원 원장은 모친 장례 조의금으로 설립한 외부장학금 ‘소천장학금’을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조 씨에게 지급했다. 학교 추천이 아닌 기탁자 지정 방식으로 학기당 200만원씩 6학기동안 1200만원을 지급했다.
조국 전 장관은 이날 취재진에 "저는 딸이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는 과정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라면서 “그 장학금은 성적 장학금도 아닌 입학 초기 적응을 못 하고 방황했기에 지도교수께서 격려 차원에서 계속 주신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검찰)이 표적 삼아 진행한 수사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기에 저에게 ‘뇌물 사범’의 낙인을 찍기 위해 기소를 감행했다”라며 “기가 막힌다. 이런 검찰의 행태에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민다”라고 비판했다.
노 원장 측도 검찰의 일방적 뇌물죄 추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 원장 쪽 변호인은 “검찰의 논리는 노 원장이 2015년 딸 조씨를 지도학생으로 데리고 갈 때부터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되는 걸 인지했다는 것인데 (노 원장이) 무슨 노스트라다무스인가”라며 “검찰의 논리는 앞뒤가 안 맞는 참담한 수준”이라고 힐난했다.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교수이던 2016년부터 딸 조 씨에게 장학금을 줬는데 1년 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될지 어떻게 알았겠냐는 지적이다.
노 원장 측은 “조 씨는 조 전 장관의 딸이어서가 아니라 군대에서 관심사병 같은 관심학생이었다”라며 “공직자 자녀라는 이유로 장학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공익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라고 했다. 첫 학기에 유급을 당해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던 조 씨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재유급돼 탈락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면학 장려책으로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장학금을 주며 관심을 가졌을 뿐이라는 취지다.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 씨를 빗대 검찰을 후려쳤다. 그는 "학생에게 주던 장학금은 몇년 후에 아버지가 민정수석이 되자 뇌물이 되었다(기소)"라며 "수사를 받고 있던 사업자(윤 전 총장 장모 최 00)가 외국에 있는 검사 부인에게 보낸 돈은 지인간의 금전거래이다(불기소). 엿장수 맘대로도 이보다는 낫겠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조 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던 노환중 부산의료원 원장은 지난 2019년 8월 22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장학금 뇌물 관련 의혹 사실이 아니다"라고 항변한 바 있다.
노 원장은 “성적, 봉사, 가정 형편 등 학교의 장학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기관의 공식 장학금이 아니라 학업에 대한 격려를 목적으로 모친의 조의금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마련한 소천 장학금”이라며 “(조 전 장관의 딸)이 유급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 원장은 “지도학생 중 유일한 신입 1학년이던 조 씨는 2015년 1학년 1학기에서 유급되었는데, 2016년 다시 1학년으로 복학했을 때 의학 공부에 전념할 자신감을 잃고 학업을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학생과 면담을 통해 지도교수된 도리로 복학 후 만일 유급만 당하지 않고 매 학기 진급을 한다면 200만원의 소천장학금을 주겠다고 격려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조 학생은 6학기 동안 유급당하지 않고 약속대로 잘 진급했기에 장학금을 지급했지만, 마지막 학년인 4학년 진급을 앞둔 2018년 3학년 2학기에 다시 유급을 당해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노환중 원장의 설명이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10일 검찰 위주의 악의적 헤드라인을 달고 조 전 장관 측 변호사의 반론은 제대로 싣지 않은 채 오롯이 검찰의 주장 위주로 기사에 담았다. 노환중 원장의 소천 장학금 성격이 단지 성적 우수생만을 위한 것이 아님에도 구독자를 오인하게 만든 것이다. 부산대 의전원의 장학금 수혜율이 95.4% 정도라고 한다. 장학금 안 받고 졸업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이날 SNS로 <딸 장학금 보도는 여전히 기계적 중립도 지키지 않는다>라는 제하로 언론의 검찰발 편파보도를 비판했다. 그는 "어제 공판 보도를 보고 참담한 마음이 든다. 딸이 장학금을 주신 교수님이 주위에 알리지 마라고 말했다는 문자를 부모에게 보낸 것만 헤드라인에 부각시키며 뭔가 큰 비밀이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저와 노환중 원장님 변호인이 밝힌 증거는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딸이 유급후 학업 포기를 고민한 상태에서 지도교수로서 지도학생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에서 장학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이후 노 원장은 지속적으로 딸의 학습상태를 점검하고 지도하였다. 노 원장님 변호인 표현을 빌리자면, 당시 딸은 '관심 학생'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명 학생에 대해 연속적으로 장학금이 지급된것은 딸 경우만이 아니다"라며 "장학금 수여는 공개행사에서 이루어지며 비밀리 진행된 적이 없다. 노 원장의 부산대 병원장 응모 및 탈락은 조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부산대 병원장 후보에 오르지 못하였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증하지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 원장은 부산의료원장 선발에 선임 의료원장의 제안으로 지원했으며, 이 자리는 부산시 관할로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노 원장은 양산병원 관련하여 여야 정치인에게 업무상 부탁을 한 적이 있지만, 조국에게 부탁한 적이 없다"라며 "부산대 병원장이든 부산의료원장이든 노 원장은 조국에게 청탁을 한 적이 없다. 노 원장과 조국 사이에는 총 3-4회 정도 의례적 문자 교환이 있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