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중앙선관위는 내년 3월 9일 대선 240일 전부터 예비후보 등록 제도를 운영하는데 12일이 첫 날이다.
여야는 모두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예비경선을 거쳐 8명의 예비후보 중 추미애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기호순)를 본 경선 후보로 압축했다. 최문순 강원지사와 양승조 충남지사는 탈락했다. 민주당은 순회경선을 통해 9월 5일 대통령 최종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이 비교적 단순하고 순조로운 출발에 비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하태경·윤희숙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출마 선언을 했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가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내 인사보다 국민적 지지율이 높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장성민 전 의원 등이 국민의힘에 언제 합류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이 때문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월 경선버스 정시 출발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당외인사들이 국민의힘 경선 시작 전까지 입당하지 않으면 향후 후보 단일화에 진통이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윤 전 총장 등 유력 후보들이 입당하지 않고 몸집을 키운 다음 후보단일화를 압박할 경우 상당한 갈등과 분열이 예상된다. 야권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 이기도 하다.
현재 지지율을 근거로 범여권은 이재명 경기지사, 범야권은 윤 전 총장이 양강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바짝 추격하는 2강1중 구도이다.
1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29.9%, 이 지사는 26.9%였다. 윤 전 총장의 지지도는 전주보다 1.5%포인트, 이 지사는 전주보다 3.4%포인트 동반 하락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전주보다 5.9%포인트 상승한 18.1%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에게서 떨어져 나온 지지도가 이 전 대표에게 향한 모양새다. 이어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4.5%,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4.2%,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4.1%, 최재형 전 감사원장 2.5%,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2.1%, 정세균 전 총리 1.7% 등의 순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대표 지지율 급등의 배경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경선 TV토론 등 언론을 통해 보여준 안정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각각 ‘가족리스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여야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 뿐 아니라 이 전 대표까지 대선 초년생들이라는 점이다. 이 지사는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졌고, 9월 5일 본경선을 이기면 첫 대선을 치르게 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을 사퇴한 후 곧바로 대선에 직행한 케이스다. 이 전 대표는 그나마 국회의원 4선, 전남도지사, 당 대표까지 차근차근 밟아 대선 후보로 나섰다.
이 지사는 1일 대선출마 선언에서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준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슬로건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더 나은 국민의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공정’은 이 지사가 핵심으로 내세우는 대선 브랜드다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 등록 첫날 1착으로 등록하면서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국민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저는 지난달 29일 국민들께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공정과 상식이 바로선 대한민국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국민이 피땀으로 일궈낸 자랑스러운 나라다. 지금은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받아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중차대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5일 대선출마 선언에서 "중산층 경제를 만들겠다. 중산층을 70%로 늘리겠다"며,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슬로건 아래 5가지 국가 비전을 미래 대한민국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각 후보의 출사표를 보면 대동소이하다. 대부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여야 지지율 1위 후보간 ‘공정’을 자신의 선거 아젠다로 삼은 것이다. 정권재창출과 정권심판 사이에 ‘공정’이 어느쪽에 유리하게 작동하는지도 관심거리이다.
지난 13대 대선, 1노3김의 대결 이후 14대 김영삼 후보는 ‘군정종식’으로 문민정부를 열었고, 15대 김대중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으로 국민의정부와 함께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었다. 16대 노무현 후보는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참여정부를 만들었고, 10년을 기다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치의 기치아래 ‘적폐청산’을 대선구호로 삼았다.
역대 정부의 대선구호에는 시대를 담아내거나 미래로 이끄는 구호가 있었다. 물론 1987년 6월항쟁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 90년대 후반 이후 거대담론의 종언 등으로 정치담론이나 대선 슬로건이 거창해야 할 필요는 없고 생활밀착형으로 전화되는 과정도 자연스러운 경우이다.
대선이 시작되면 후보들은 살아온 이력만으로 감동을 주기도 하며, 적극 지지층을 중심으로 자발적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이번 대선은 아직은 열혈 지지층이 나오지 않거나 감동을 주는 후보가 없어 보인다. 물론 대선 초반이며 아직은 본인보다 가족 등 주변인물의 추문이 계속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선은 진영대결이다. 과거에 비해 지역간 보다는 세대간 대립이 더 커졌고, 각종 SNS로 정보전과 소통전이 관건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보다 국민에게 다가서고 감동을 주는 후보를 당할 순 없다. 지역과 세대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제 240일간의 열전이 시작된다. 검증은 철저히 하되 사람 자체가 감동을 주는 후보를 찾아보자. 아직 시간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