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불과 한달만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범야권 지지율 1위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똑같이 곤경에 처했다. 한달 전에는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쌍끌이’로 국민의힘과 유력 대권주자로 올라서는 동력이 됐지만, 한달만에 ‘이준석 리스크’와 ‘윤석열 리스크’로 전락했다. 한달만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6월 11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30대 0선의 젊은 정치인 이준석을 선택했다. 보수정당 최초로 30대 정치인이 자력으로 당 대표가 됐다. 그 자체로 신선했고, 이 대표는 ‘세대교체’의 아이콘이 되면서 ‘이준석 효과’를 불러오는 등 일종의 ‘신드롬’이 됐다.
따릉이를 타고 국회에 출근하는 그의 파격은 기존 여의도 정치와 전혀 다른 바람을 일으켰다. 국민의힘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2030세대가 국민의힘에 대거 가입하는 등 변화의 바람은 거셌다. 국민의힘 대변인을 뽑는 ‘토론배틀’은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보다 더 많은 주목과 화제를 일으켰다. 이 대표의 등장과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의 존재로 국민의힘은 4년 9개월만에 정당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이 대표의 앞날은 탄탄대로로 보였다.
그러나 대선후보로 나선 유민승 전 의원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호응하면서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통일부 폐지’까지 전선을 확대, ‘작은정부’론을 제기했다가 외부는 물론 당내에까지 호된 비판으로 스타일만 구기게 됐다.
여기에 지난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합의했다가 뒤늦게 번복한 것은 치명상이 됐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해놓고, 당의 철학까지 마음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렵니까"란 글을 올리면서 거칠게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여당이 더 좋아하는 의도대로 동의해준 것이다, 송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대선주자들 뿐만 아니라 의원들 조차 이 대표의 합의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조해진 의원은 "이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로서는 ‘제왕, 독단, 경솔’ 등 젊은 정치인이 듣지 말아야 오명을 뒤집어 쓴 것이다.
지난 6월부터 본격 대선행보를 시작한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출마 선언을 했다. 현역 국회의원 25명이 참여한 것은 과거 김영삼 김대중 등 ‘제왕적 총재’ 시절이나 가능했던 일, 수 백개의 축하화환 도열과 지지자들의 아우성은 요근래 보기드믄 정치이벤트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윤 전 총장은 ‘공정과 정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콘텐츠와 비전은 없었다. 출마 전부터 발목잡힌 ‘X파일’의 ‘처가리스크’가 구체화된 것은 시간문제였다. 장모의 법정구속, 부인 김건희씨의 ‘쥴리’ 해명은 더 큰 논란을 불러왔고 이 와중에 김씨의 박사학위논문 부정의혹까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진짜 위기는 본인에게 있었다. 출마선언 이후 2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뚜렷한 본인만의 색깔을 내보이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문재인 때리기’로 일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기댄 ‘중도층으로 외연확대’는 커녕 극렬우파만 모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다보니 지지율이 정체에서 뚜렷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것은 여론조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13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자동응답)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43.7%, 윤 전 총장 41.2%를 기록했다. 여권 지지율 2위인 이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밀리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다.
14일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자 대결에서 이 지사는 43.9%, 윤 전 총장은 36%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는 7.9%포인트나 벌어졌다. 한달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한길리서치의 지난 6월 5~7일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45.8%의 지지율로 34.5%에 그친 이 지사를 오차범위 밖에서 누른 바 있다. 한달 만에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9.2%p 줄었고, 이 지사는 9.4%p 상승한 셈이다.
물론 윤 전 총장이 이 지사에게 뒤지는 결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글로벌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에 걸쳐 실시한 양자 대결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이 지사에게 오차범위 밖(8%포인트)으로 밀리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지지율이나 양자대결에서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60대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이 지사 지지율이 윤 전 총장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한달 전, 장밋빛으로 출발한 두 사람의 현재 모습은 ‘순식간에 망했다’는 이른바 ‘폭망각’까지 왔다. 그런데 문제는 반전의 모멘텀(momentum)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 이 대표의 가장 큰 일은 당내 대권후보 뿐 아니라 당외 유력 대권후보들을 당내로 끌어들이고 엄정 관리와 함께 화학적 결합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데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등 이른바 ‘젠더 갈등’을 유발하면서 자신의 정치욕심을 내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조정자’ 역할을 할 사람이 현장에서 선수로 뛰는 격이다.
이보다 더 한 문제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 외연을 확장할 주제들이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대립적이라는 것이다. 여가부 폐지 논쟁에서 드러났듯, 이 문제를 강조할수록 이대남의 참여는 커지지만 그보다 더한 이대녀(이십대 여성들)의 반발을 초래한다. 외연의 확장아닌 더 좁아지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의 경우는 더 딱하다. ‘처가리스크’, 특히 부인 김씨의 악재는 연이어 터질 것이고, 국민의힘 입당의 지렛대로 삼을려는 ‘중도층으로의 외연확대’는 한계에 봉착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만남의 정치’만 보여줄 뿐 구체성은 없다. 지지율의 하락은 효용성의 폭락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플랜B’가 가동될 것이다.
정치적 변동성이 큰 현대사회라지만 한달 만에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범야권의 변화와 희망의 아이콘에서 현재는 ‘이준석 리스크’와 ‘윤석열 리스크’로 급락했다.
두 사람이 지금의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것도 하나의 관전포인트이다. 더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