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최 전 원장의 입당으로 야권 대선 지형이 급변할 전망이다. 특히 지지율 하락에도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고 독자행보를 걷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을 한 뒤 입당을 결정했다. 그는 “좋은 정치를 함으로써 국민께 보답하겠다”며, “온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한다”고 입당 배경을 밝혔다.
최 전 원장의 입당 선언은 지난달 28일 감사원장 사퇴 이후 17일 만이자 지난 7일 정치참여 선언 이후 일주일만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과 거리를 두며 독자 행보를 이어간 것과 달리 ‘속전속결’로 입당을 결론지었다.
최 전 원장의 입당으로 국민의힘은 상당한 동력을 얻게 됐다. 이준석 대표로서는 최근 불거진 리더십 논란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선버스 정시 출발' 계획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 대권 레이스도 사실상 막을 올렸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최 전 원장의 전격적인 국민의힘 입당은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정치경험 부족은 물론, 조직의 열세, 낮은 인지도 등이 약점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는 데 입당만 한 카드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입당과 동시에 당내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든든한 우군을 꾸릴 수 있게 된다. 당밖의 주자군 가운데 '1호 입당'으로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순식간에 인지도를 올리는 효과도 입당을 서두른 배경이다.
또한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며 제3지대 혹은 외곽에서 힘을 모은 뒤 국민의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윤 전 총장의 전략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런 배경은 표면적인 것이고, 최 전 원장의 전격입당의 가장 큰 배경은 따로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부터 여야 통틀어 지지율 1위에서 지금은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9일 대선출마 선언 이후 장모의 법정구속, 부인 김건희씨의 ‘쥴리’ 논란에 이어 학위논문 부정의혹 등 ‘X파일’ 이상의 것들이 구체화 되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가장 큰 리스크는 ‘윤석열 리스크’였다. 출마 선언 이후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민생투어라고 해봤자 결론은 ‘문재인 때리기’, 자신만의 고유한 콘텐츠나 비전없이 ‘모든 것이 문재인 탓’이라는 윤 전 총장의 메시지는 식상함을 넘어 경쟁력 그 자체에 의문을 갖게 했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인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18세 이상 2천36명에게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직전인 6월 21-22일 조사 때보다 4.5%포인트 떨어진 27.8%, 이 지사는 3.6%포인트 오른 26.4%로 각각 집계됐다. 두 사람의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내인 1.4%로 줄었다. 직전(9.5%포인트)보다 8.1%포인트 좁혀진 것이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윤 전 총장의 퇴조가 완연한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 이재명'의 경우 윤 전 총장 39.4%, 이 지사 38.6%로 초접전 양상이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은 직전 6월 4주차 조사 대비 8.3%포인트 하락한 반면 이 지사는 3.5%포인트 상승하며 양자간 격차도 12.6%포인트에서 0.8%포인트차로 좁혀졌다.
윤 전 총장의 경우 동일 조사 기준 지난 3월 29일(34.4%) 이후 30%대를 유지해왔지만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0%대로 내려갔다. 완연한 하락세를 보여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이 합동으로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에 ± 3.1%포인트)에선 이 지사가 26%로 1위였다. 윤 전 총장은 20%로, 이 지사와의 격차는 6%포인트였다. 이 전 대표는 14%로 3위에 랭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지난 13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자동응답)를 실시한 결과,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 전 대표는 43.7%, 윤 전 총장 41.2%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5%p로 오차범위 내였지만, 이 전 대표가 윤 전 총장을 제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이 범여권 지지율 2위인 이낙연 전 대표에게 양자대결에서도 밀린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여론조사 자체가 가변적이고 방식마다 다르다. 아울러 최근 여권 주자들의 급상승은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컨벤션 효과에 따른 지지층 결집 효과라는 측면도 있다. 여권 주자들의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지난 3-4개월간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다가 이제 20%로 내려왔다. 반등보다는 ‘처가리스크’ 등으로 하락할 내용이 더 많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일정정도 유지됐다면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전격입당 했을까?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서두른 것은 여론조사에 나와 있다. 범야권의 단일 대선후보가 될 경우 국민의힘 지지층이 상당수 최 전 원장에게 표를 던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앞서 언급한 13일의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최 전 감사원장의 가상 양자대결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가 42.6%, 최재형 전 원장이 36.1%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69.7%가 이 경우 최 전 원장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최 전 원장이 맞붙는 경우에는 이 의원 43.5%, 최 전 원장 36.8%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70.3%가 최 전 원장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본격 등판도 하기 전이지만 최 전 원장은 현재 여론조사상 4-5%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과 비슷한 양상이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이미 야권의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급락하지 않은 이유는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을 대체할 인물의 부재를 의미한다. 앞으로 최 전 원장의 동선이 커지고 안정감 있는 정치행보를 보일 경우 윤 전 총장 이탈세력은 최 전 원장 쪽으로 모일 것이다. 입당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최 전 원장의 본격 등판은 다른 말로 하면 윤 전 총장의 몰락을 의미한다. 최 전 원장에 대한 역할이 커질수록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법조계 선배이자 감사원장 출신인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을 잡을 수 있는지 조금 더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