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피해구제법' 통과..정정보도는 원문 기사의 절반 이상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 법률적 제재..국힘 반발 속 표결 처리
[정현숙 기자]=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27일 밤 늦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은 미디어특위안과 최강욱 의원안이 결합된 방식으로 통과되었습니다. 5배는 특위안으로 하고, 기준손해액 산정은 매출액으로 하는 최강욱 의원안이 합쳐진 것입니다. 여전히 배상액이 적다는 지적은 잘 경청하고 고민하겠습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낸 언론사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한 것을 알렸다.
언론법 개정안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 16건에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민)의 논의 내용 등을 병합한 것으로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잃는 건 ‘사주의 자유’ 얻는 건 ‘기자의 자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과시키고 나서] 제목으로 시대별로 드러난 언론자유를 회고하며 이번에 갖은 진통을 겪고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 통과한 벅찬 감회를 털어 놨다.
그는 "70~80년대 언론자유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라며 "독재정권은 바른말을 하는 기자들을 길거리로 내쫓았고, 보도지침을 내려보내 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을 쓰게 했다"라고 했다.
이어 "90년대 언론자유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라며 "당시 김중배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가장 강력한 권력은 자본'이라고 일갈 했다. 여기서 ‘자본’은 광고주를 뜻하고, 광고주란 재벌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언론자유란 언론사 ‘사주’로부터의 독립"이라며 "거대 언론사의 사주들은 이제 스스로 권력이 되었다. ‘앙시앙 레짐(구체제)’을 복원하기 위해 기자들을 징병해 정치 투쟁의 최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채널A> 기자의 일탈은 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또 "사주들은 돈벌이를 위해 기자들의 영혼을 악마의 맷돌에 넣어 갈아내고 있다"라며 "클릭 수를 위해 모든 기사를 ‘포르노’로 만들어버렸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기자들에게 최소한의 사실확인조차 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언론사 사주들은 밤의 대통령이다. 누구도 그들을 견제할 수 없다. 하지만 딱 하나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돈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조국 가족의 삽화 건으로 대형 사고를 쳤으나, 처음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이 조선일보 미주판을 상대로 1억 달러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하겠다고 하니 즉각적으로 사과보도를 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조선일보의 모습이었다.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앗 뜨거워라' 한 거다"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제가 속해 있는 국회 문체위 법안소위가 어젯밤 늦게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포함돼 있는 법안"이라며 "악의적인 오보를 냈을 경우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고 한다. 맞다. 하지만 침해되는 건 ‘사주들만의 언론자유’"라며 "‘현장기자의 언론자유’는 이 법 통과를 계기로 비로서 보장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이 법 30조의4(구상권 청구요건)는 제가 강력히 요구해서 들어간 조항"이라며 "손해배상은 회사가 하는 것이고, 기자들에게는 손해배상액을 물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자에게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음이 명백할 경우, 또는 기자가 데스크를 속였을 때만 기자를 상대로 회사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제 회사와 사주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이익을 위해 기자들을 다그치다 문제가 일어날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기자들로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찍어 대던 '공장'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하나하나 팩트를 확인하던 ‘잊혀진 미덕’이 다시 살아나는 전환점이 될 거다. 그러니 잃는 건 ‘사주의 자유’요, 얻는 건 ‘기자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언론사 사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하나 더 필요한 것이 있다. 기자들을 찰칵거리는 클릭수의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현 포털 체제"라며 "저는 한 달여 전에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포털이 알고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자체적으로 기사를 선정해 배열하는 현 시스템을 제한 하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제 법안을 중심으로 통합안을 만들고 있다. 이르면 8월 늦어도 9월에는 통과되리라 기대한다"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이어 포털 관련법안이 통과되면 언론의 생태계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문체위는 전날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16건을 병합한 위원회 대안을 표결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심사소위 위원 7명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 의원 3명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달곤·최형두 의원은 개정안 반대 의사를 강하게 밝히며 항의에 나섰다. 국민의힘 측은 "표결에 불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국힘 의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인한 자가격리 상태라서 소위에 불참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개정안 의결 직전까지 민주당이 가져온 대안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다"며 "소위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안 처리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개정안은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정정보도 시 기존 보도와 동일한 시간 분량 및 크기로 실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