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경선 후보 6인이 참여한 TV 토론회에서 '이명박근혜' 사면론에 대한 질문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박용진 의원은 '반대' 입장을 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소위 '세모(△)' 표시에, 박진영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29일 "최악의 선택은 비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박진영 전 부대변인은 29일 페이스북에서 '결단하지 않는 지도자는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찬성하는 사람의 고민을 이해한다. 국민통합의 논리일 수도 있고 중도화의 선거전략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진영 전 부대변인은 "지도자는 결단하는 자리"라고 강조한 뒤 역사적 사례들을 하나씩 열거했다. 그는 우선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이 정명가도(명나라를 치려니 길을 빌려달라)의 서신을 보냈을 때, 선조의 선택은 무엇이었나?"라며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모호한 태도를 예로 들었다.
박진영 전 부대변인은 이어 "이토 히로부미의 을사늑약 압박에 대한 고종의 불명확한 입장도 아쉬움이 남는다. 전두환의 쿠데타에 대한 최규하 대통령의 입장은 지금도 알 수 없다"며 을사늑약과 전두환의 쿠데타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실패한 역사에는 늘 지도자의 애매한 비결정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박진영 전 부대변인은 "소시민으로 살 사람에게 결단과 선구자적 활약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지도자는 다르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에, 역사적 격변에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된 사람이어야 한다"며 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진영 전 부대변인은 "민주당은 민주화운동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민주화세대라면 그 역사 속에서 결단한 경험이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 되었으면 한다"며 "역으로 역사적인 순간에 결단을 하지 못했더라면 지도자가 될 생각은 마시고 소시민으로 사는 것이 본인과 국민을 위해서 좋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이끌어라! 그렇지 못하면 떠나라!"며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를 거듭 직격했다.
지난 28일 오후 MBN·연합뉴스TV 공동주최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사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공통질문에 이재명·추미애·김두관·박용진 후보는 곧바로 ‘X’ 푯말을 들었다. 이낙연· 정세균 후보는 푯말을 세로로 세우며 'O'와 'X'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추미애 전 장관은 사면 반대 이유로 "정치권의 당리당략 차원 문제로 할 게 아니다"라며 "연인원 1,700만 명의 국민이, 설령 광장에 함께하지 않았더라도 마음에 촛불을 든 국민이 주권자로서 내린 심판이었다. 국민께서 동의하지 않는 이상 정권 담당자나 정당이나 국회가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도 "국민적 합의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진영간 통합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사실 계층간 통합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정세균 전 총리는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면을 하기 위해선 국민적인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 아마 대통령께서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살피고 계실 것”이라고 모호한 답변을 했다.
사실 이 질문은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한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고 그의 입장이 가장 주목됐던 부분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새해 첫날 뜬금없이 꺼내들어 지지층을 크게 격노케 하는 등 거센 파문을 일으킨 바 있어서다. 이낙연 전 대표가 기존 '사면론 고집'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난 모습으로 보이나, 이번의 모호한 답변도 계속 뒷말을 낳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