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롤스가 쓴 <정의론>이 출간된 후 정의에 대한 화두가 이제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기회균등이란 기득권 수호 논리다. 자유, 평등, 공정, 기회균등, 정의… 얼마나 멋진 말인가? 언어나 문자로 형상화된 개념은 자칫 순진한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왜 정의가 인구에 회자 되는가? 정의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온 민초들은 열심히 일하면 우리도 사람 대접받으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소망 때문은 아닐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기라성(?)같은 인물들… 화려한 스펙에 눈이 버쩍 뜨이는 공약, 유창한 웅변에 빼어난 외모… 선거철만 되면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하는 기대와 희망으로 유권자들을 들뜨게 했다. 20대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누가, 어떤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되어야 할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그 사람의 인물, 됨됨이부터 평가받아야 한다. 대통령은 반드시 검찰총장을 지냈거나, 전직 국회의장, 국무총리와 같은 고위직을 지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지난 세월, 자질미달의 대통령을 뽑아 임기도 채우기 전, 탄핵을 당하거나 재직기간 권력을 남용하고 부정과 비리로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20대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사람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을까? 이번 대선 후보자 중에는 좀 특이한 사람이 있다. 검찰총장을 중도 사퇴하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윤석열후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9수로 사시에 합격해 법조계에 몸담았던 경력 외에는 다른 경력은 전무한 사람. 윤봉길의사의 후광을 받고 싶어서일까? 출마 선언 장소부터 파평윤씨의 후손을 강조하기 위해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었다.
윤석열 후보를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사람은 문재인대통령이다. 그가 검찰총장을 지내지 않았다면 언감생심 대통령이 될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검찰총장을 만들어 준 임명권자를 배신하고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은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문재인정부와 가치관인 다르다면 검찰총장을 제안을 거절해야 옳았다. 그런데 대통령이 임명할 때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총장직을 맡았으면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이라도 제대로 했어야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중도사퇴하고 나와 대통령이 되겠다며 임명권자를 향해 온갖 독설을 퍼붓는 언행은 인격자로서 할 말인가? 검찰개혁도 못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직은 제대로 수행하겠는가?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 윤석열후보가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자리에서 한 출마의 변이다. 문재인정부를 향해 던진 독설… ‘권력 사유화’니 ‘책임의식, 윤리의식이 마비됐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독설의 대상이 윤석열 자기 자신이 몸담았던 정부가 아닌가. 3년간이나.. 아니 그가 검찰에 몸담았던 세월동안 자신이 하지 못한 무능을 스스로 인정한 자기부정이었다.
윤석열후보의 출마선언에 표방하고 나선 가치는 ‘공정과 상식’이다. 그가 주장하는 공정이란 어떤 기준인지 몰라도 연고주의의 후광을 노리고 나타나 임명권자를 배신하고 자신이 몸담았던 정권을 향해 무차별 독설을 쏟아내는 자기부정이 공정일까? 하긴 정치인들이란 정당을 이해관계에 따라 옮겨 다니는 철새정치인도 있고, 노동자의 대부로 존경받던 인물도 노동자를 배신하고 국회의원도 하는 마당에 자신을 키워 준 임명권자를 배신하는 정도야 문제 될 게 없다며 ‘공정과 상식’을 표방하고 나서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검찰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인구에 회자되는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검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의 대명사다. 사법정의를 망가뜨리는 원인 제공자로 ‘떡검’이니 ‘검새’라는 비아냥거림을 윤석열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윤후보는 지난 검찰총장 시절 검찰개혁을 하려고 시도했던 일이 있는가? 검찰개혁도 못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지금 윤석열의 지지도는 후보가 없어 빌려온 후보 ‘윤석열띠우기’를 하는 수구언론과 문재인정부의 무능의 반영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품이다. 윤석열후보는 “G8의 국력을 인정받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부정식품 그 아래 것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이 말하는 공정과 상식은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은 쓰레기통이라도 뒤지라는 말인가?’ 법을 전공한 사람이 헌법에 담긴 평등의 가치, 약자 배려에 대한 헌법의 기본가치를 무시한 가치관에 소름이 돋는다. 헌법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했다. 헌법조차 무시하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사람 취급하겠는가? 윤석렬이 말하는 ‘공정과 상식’의 진의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