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반농업, 반농민적 사고..어떻게 대통령 되겠다는 건지”
[정현숙 기자]=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주자로 선두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일 막말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에는 “농민이 경자유전에 너무 집착한다”라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일 여의도에서 열린 청년 정책 토론회 ‘상상23 오픈 세미나’에서 “농업을 산업, 비즈니스 차원에서 발전시키는 것보다 오래전부터 농사를 지어왔던 분들이 경자유전(耕者有田, 농사짓는 사람이 토지를 소유함)에 너무 집착한다”라며 “관련 법 규정이 (산업화 등을) 전부 막고 있다. 농업을 비즈니스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법 체계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의 이같은 발언에 4일 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농민단체 '농민의길'은 성명을 내고 “윤 전 총장의 반농업적 반농민적 사고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비판했다.
이들 농민단체들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이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을 왜곡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지적하면서 “현실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농지법에는 예외 규정을 둬 국민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그 결과, 현재 전체 농지의 70%가량은 임차농이 농사를 짓고 있으며, 15년 후에는 전체 농지의 84%를 비농민이 소유할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농민이 경자유전에 집착하고 싶어도 집착할 농지조차 없는 소유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또 “윤 전 총장의 장모가 불법 농지 투기를 통해 아파트를 임대받았다는 의혹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발언은 농민과 농업의 현재 조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농민이 농지 소유에 집착한다는 식으로 현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은 이 토론회에서 “전략 농산물 비축은 뒤떨어진 사고”라고 말했다. 농민단체는 이 주장에 대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7~10% 정도를 비축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라며 “전략 농산물 비축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국가의 일”이라고 받아쳤다.
농민단체는 “이런 정도의 인식으로 어떻게 대통령이 되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라며 “만약 윤 전 총장이 발언한 전략 농산물 비축이 정부 수매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반농업, 반농민적 사고”라고 후려쳤다.
더불어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가격 지지로부터 시작된다"라며 "그래서 농민은 더 많은 수매를 통해 국가가 가격 지지에 대해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가는 필요한 양만 수매 비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을 때 비축한 물량을 시장에 풀어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들은 “이 정도 국가 역할마저도 뒤떨어진 사고라고 한다면, 윤 전 총장은 어떻게 농산물 가격을 지지할 것인지,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을 때 어떻게 가격을 안정시킬 것인지 밝혀보기를 바란다”라고 압박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 2일 성명에서 “행정부 사법행정의 최고위직 중 하나인 검찰총장을 지낸 대선 유력 후보가 헌법을 정면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 제도는 금지된다’고 천명하고 있다”라며 “검찰총장이 되기까지 수사와 공소에는 능한 율사였는지 모르나, 사법시험 합격 후 헌법을 한 번이나 제대로 읽어 봤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칙을 규제로만 인식하는 유력 대선 후보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예비후보의 편협한 농정인식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 장모의 양평 농지 불법 매입 의혹을 소환하면서 윤 전 총장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는 언론의 소명의식을 일깨웠다.
추 전 장관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어떤 토지관과 토지정의가 있는지 언론은 철저히 묻고 검증하여야 할 것"이라며 "장모와 처의 가족이 가족회사를 통해 저지른 불법여부와 그 과정에서 윤 전총장이 검사시절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는지 등도 검증되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또한 농지를 단지 투기대상으로 여기는 것인지, 농지를 농민이 소유하는 헌법원칙이 왜 못마땅한 것인지 추궁하여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그의 장모는 농민이 아닌데도 농지법을 위반해 농지 900평·임야 수천평을 2006년 부동산회사를 세워 집중매입했고 가족회사에 헐값 ‘편법증여’ 논란도 제기됐다”라고 짚었다.
이어 "양평군은 장모가 땅을 산 뒤 LH사업은 무산시키고 100% 녹지인 장모 땅을 무슨 이유인지 개발구역 승인을 해주었고 장모쪽은 무슨 확신을 했는지 이후로도 농지를 추가 매입했다는 것"이라며 "전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용도변경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4월 6일과 7일 한겨레에서 ['농지법 위반' 사실상 시인한 윤석열 장모 쪽의 황당한 해명], [아파트 지어 100억 수익 낸 윤석열 장모 '농지법 위반' 투기 의혹] 제목으로 윤 전 총장 장모 최은순 씨에 대한 농지법 위반에 대해 연속 기사를 냈다.
당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캡처하고 "당시 양평군수는 현재 국민의힘 김선교 국회의원(양평·여주), 윤석열은 2013년 4월 양평군을 관할하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발령받아 2014년 1월까지 근무"라며 "이점이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라고 의문을 표한 바 있다.
같은 날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도 SNS에서 최 대표의 글을 공유하며 "양평군에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와 자녀들이 임야 5천평, 농지 900평을 사서 아파트를 지어서 수백억을 벌었다고 한다.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