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일 상식에서 크게 동떨어진 발언들과 무례한 태도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세금 나눠줄 거면 안 걷는 게 낫다' '쩍벌' 등 윤석열 전 총장이 시한폭탄처럼 연일 터뜨리는 사고에 "박근혜보다도 못하다"는 얘기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4일 오후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라고 강변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그로 인한 규모 9.0의 쓰나미가 원자력발전소를 덮치며 발생한 초대형 재난사고다. 이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고, 방사성 물질 등이 대량으로 누출됐다.
일본 정부도 이 사고를 국제원자력사고등급상 최고 위험등급인 '레벨 7'로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쓰나미 과정에서 1만5천명의 사망자와 2천500명의 실종자가 발생, 약 2만명 가까운 일본 시민들이 희생됐다. 또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 인근에 거주하던 주민들의 질병 발병률이 급속도로 높아지며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게다가 후쿠시마에서 살다 피난민이 된 후 질병을 얻은 이들도 굉장히 많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산' 단어만 등장해도 '방사능' 공포에 많은 이들이 덜덜 떨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이런 공포를 애써 감추겠다고 후쿠시마산 농산물·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강변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시민들은 거의 없다.
윤석열 전 총장 발언을 두고 파문이 확산되자, '부산일보' 인터뷰 내용에선 돌연 해당 대목이 삭제되는 등 기사가 수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 기사 원본이 이미 박제되어 온라인 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달 18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했다가 거센 파문과 함께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주 120시간 노동'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했던 군사독재정권 때에도 없던 일이며,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전인 19세기 초 영국의 산업혁명 때도 없을 일이고 독일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없을 일이라서다.
윤석열 전 총장은 또 “법인의 잘못에 대해 몇몇 최고경영자 등을 처벌하기보다는 법인에 고액 벌금을 부과하는 등 법인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형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법인 관련 범죄의 경우 대부분 최고경영자 혹은 오너 일가의 부정행위로 일어난다.
이는 저지른 부정행위 수위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만을 받는 재벌 오너 일가에게 아예 면죄부를 쥐어주겠다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즉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더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셈이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후 회자된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을 거론하며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는 충격적 발언도 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 FDA의 의학규제도 너무 과도하다"며 "당장 암에 걸려 죽을 지 모르는 환자에겐 3상 실험을 하기 전이라도 원하면 쓰게 해줘야 한다"고까지 했다. 즉 검증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의약품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도 허물어, 기존 기득권을 쥔 이들의 영향력을 더욱 키워주자는 얘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윤석열 전 총장이 거론한 '부정식품'의 경우, 박근혜 정권의 인식만도 한참 못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에서 지정한 '4대 사회악' 중 하나가 바로 '불량식품'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이러한 살벌하고도 시대착오적인 인식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 담긴 소위 '김영한 비망록'도 회자될 만하다. 김기춘 전 실장의 첫 출근날 당일,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적은 메모 내용에는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화, 라면의 상식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또 '민주화 행보'를 하겠다면서, 정작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며 심각한 무지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부산 민주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아 쓰러진 장면이 담긴 조형물을 보고는 "부마항쟁인가"라고 물었다. 박정희 유신정권의 끝을 알리는 부마항쟁과 87년 6월 항쟁을 구분조차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은 그보다 열흘 전인 지난달 17일 광주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아 이한열 열사의 묘지를 참배하며 "대학원 졸업 논문 준비하고 있던 중에 6·10 항쟁이 벌어지면서 일손을 놨다"며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 맞는 걸 못 봤지만 그 뒤로는 생생히 기억한다"고 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을 보면 분명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정작 열흘 뒤엔 횡설수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윤석열 전 총장의 '도리도리' '쩍벌' '낮술' '영결식 2시간 내내 졸음' 논란도 큰 구설수에 오르고 있으며, 최근엔 '세금 나눠줄 거면 안 걷는 게 낫다'는 상식 이하의 발언도 해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코로나 초기 확산이 대구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부터 일어났다' '정치적으로 악용된 페미니즘이 저출산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상대방 성(性)에 대해 극단적인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이들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이미 수십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구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파장이 확산되자 "인용한 것"이라며 발뺌하기 급급했다. 국가를 대표하겠다며 대선주자로 등장했다면 '남의 언어'가 아닌 '자신의 언어'로 말을 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 전 총장 관련 연일 사고가 터지는 데 대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이 자는 박근혜만도 못하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경우 최순실(최서원) 등 최태민 일가로부터 조종당한 허수아비였음이 드러나며, 시민들에 의해 쫓겨나고 감옥에 갔다. 전세계에 화제가 된 '국정농단' 건으로 쫓겨난 이를 재평가할 가치는 전혀 없는 것이 분명함에도, 연일 사고를 치는 윤석열 전 총장이 '박근혜 재평가'론마저 불러올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