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공직자에 대한 인사실패의 경우 역대 정부에서 반복되는 일이며, 임기가 9개월가량 남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예외라 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 소장은 '도덕성' '사생활' 등이 아닌, 그 사람이 과거 무슨 '행동'을 했는지 검증해야 인사실패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동석 소장은 5일 '김용민TV'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서양에선 인사실패가 거의 없다. 특히 독일에서 인사실패라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동석 소장은 "서양 사람들의 핵심은 도덕성이나 사생활을 검증하지 않는다"며 "어떤 사람의 도덕성은 아무도 볼 수가 없는 것이고, 그 사람의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도덕이나 사상은 자기 내면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동석 소장은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느냐. 그래서 그 행동의 결과가 무엇이었느냐를 검증해야 한다"며 "행동은 겉으로 보이니까 검증할 수 있다. 그 사람이 도덕적 인간인지 아닌지는 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동석 소장은 사람의 행동을 검증하려면 'STAIRS' 여섯 단계를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요약하면 상황(Situation)→과제(Task)→행동(Action)→의도(Intention)→결과(Result)→새로운 상황(New Situation)의 여섯 단계를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동석 소장은 "과거의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제를 맡아서 어떤 행동을 했고, 그 행동한 의도가 뭐였고,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왔고 그 결과가 어떤 새로운 상황을 만들었는지 이 기록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동석 소장은 "미래는 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람이 '앞으로 뭘 하겠다' 이런 얘기는 다 믿지 않는다. 신뢰할 수가 없어서"라고 했다. 즉 과거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록을 살펴보면, 그 사람의 향후 역량을 진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동석 소장은 "이래야 경영학에서 중역을 임용할 때 이 기록을 보고, 이 사람이 어떤 역량을 어느 수준으로 발휘하고 있는지를 진단한다"며 "이 사람은 이런 고위직에 앉히면 좋겠구나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판단해서 임명한다"고 강조했다. 최동석 소장은 "요샌 관상이나 사주팔자도 본다는데 우리나라 인사가 너무 한심하고 낙후돼 있다"며 거듭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동석 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실패 대표적 사례들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꼽았다. 최동석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고 품격이나 이런 걸로 봐서 나무랄 데가 없는 분인데, 사람보는 눈이 없다보니 인사실패가 자꾸 일어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동석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사람보는 안목을 가르치는 공식적 기관이 없다"며 "독일같은 경우엔 연방차원에서도 주 차원에서도 정치교육원이 따로 있어서 사람들에게 정치를 가르치고, 여기서 재능있는 사람이 젊어서부터 정치인으로 나간다"며 독일의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최동석 소장은 차기 대통령에 부여된 과제로 "우선 인사실패하면 안 된다"며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서야 한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떠맡게 되면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는데 그 문제가 심각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최동석 소장은 또 "남북 간의 문제가 있고 제도개혁이나 혁신해야 하는 문제가 많이 있다"며 △교육 △언론 △행정(검찰 포함) △사법 △정치 △선거제도 △노동 △종교 △재벌에 대한 개혁 등을 줄줄이 언급했다. 최동석 소장은 "이순신 장군이 재조산하라고 얘기했는데, 처음부터 우리 산하 전체를 새로 만들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독일 유스투스 리비히 기센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최동석 소장은 독일 기업의 인사조직 분야를 연구했으며, 여러 조직에서 경영자·경영학자, 경영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해왔다. 최동석 소장의 저서로는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 등이 있다.
최동석 소장은 자신의 저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에서 한국 관료 사회 문제점을 낱낱이 짚었다. 특히 '품의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품의제도란 하나의 의사결정을 위해서 아랫사람부터 맨 윗사람까지 단계적으로 달라붙어 일하는 제도이며, 그 단계마다 상관으로부터의 '결재'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즉 의사결정은 맨 윗선에 집중돼 있으나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공동으로 지는 불합리한 제도이며, 하급자의 경우 자율적 결정권한과 고유 업무를 갖지 못하고 상급자 눈치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동석 소장은 해당 저서에서 '품의제도'에 대한 문제점으로 △무슨 일이 어디서 어떻게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점 △합리적 의사결정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는 점 △조직의 폐쇄성을 강화시킨다는 점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 △구성원의 전문성을 키울 수 없다는 점 △정작 중요한 결정은 품의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을 꼽았다.
최동석 소장은 '품의제도'에 대해 "지위가 위로 올라갈수록 더 편하고, 더 많은 권력을 누리고, 더 많은 보수를 받고, 더 많은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고, 책임은 오히려 줄어드는 제도"라며 "올라갈수록 공부에는 손을 놓고, 윗사람 비위 맞추기, 눈치 보기, 원만한 대인관계와 외교술을 몸에 익히기만 하면 된다"며 폐단을 꼬집은 바 있다.
최동석 소장은 품위제도 대안으로 서양인들이 하는 의사결정방식인 '단위업무담당제'를 거론했다. 즉 하나의 단위업무를 한 사람이 처리하는 것으로, 품위제도처럼 위계질서에 따라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닌 그 사안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골라 직위에 관계없이 업무검토지시를 내리자는 것이다.
최동석 소장은 이를 "각자 자기 일을 자기가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라고 요약했다. 이처럼 '단위업무담당제'를 실시해 하급자가 하위의사결정을 하게 하여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면, 자신의 직무에 대한 창의력과 전문성도 높아질 거라는 게 최 소장의 설명이다.
최동석 소장은 '단위업무담당제'를 실시할 경우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아주 명확히 나타난다"며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이 확연히 드러나고 지금까지 무능한 사람들이 유능한 사람들의 머리 위에 올라타 무임승차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이 제도 하에선 어림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