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박근혜·최순실(최서원)과의 뇌물공여 혐의로 복역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9일 "깃털같이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것도 감당하지 못할까봐 솜털같이 가볍게 공정을 날려버리는가?"라고 일갈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날 밤 페이스북에서 "이재용 가석방 결정 매우 유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에 대해 "무려 86억원을 횡령하고도 재판부는 양형기준표의 최하한 형인 2년6월의 실형을 선택했었다"라며 "저지른 범죄에 비해, 죄질의 불량함에 비해 깃털같이 가벼운 선고형"이라고 꼬집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은 1심에서 징역 5년이었다가, 결국 최종 형량은 그 절반으로 깎인 바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은 "회사 경영상의 불가피하다는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저 정유라의 승마 지원비, 말 구입비 같은 데 수십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던 것이어서 봐줄 여지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파기환송 재판부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최저형을 선택했다"고 질타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여기에다가 국민의 사랑과 온갖 특혜와 지원을 받아 성장한 국가대표기업임에도 국정농단 세력의 꿀단지가 된 정경유착 공범에 대한 그 2년6개월도 무겁다고 법무부가 조기가석방의 시혜를 베풀었다"며 "곱배기 사법특혜를 준 셈이다. 법무부가 솜털같이 같이 가볍게 공정을 날려버린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질타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국정농단 세력을 징치한 것은 촛불 국민"이라며 "아직도 정의와 공정과는 먼 상식 밖의 일이 버젓이 활개치는 나라에서 국정농단 세력과 불법적으로 유착된 부패 경제권력이 저지른 대형 경제사범을 가석방하기에 적절한 것인지는 촛불의 정의로 물어야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을 비롯해 법무부 내·외부 위원 9명으로 구성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8·15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를 선정했고, 대상자 810인 중에 이재용 부회장이 포함됐다. 박범계 장관은 이를 승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 중이었는데 약 7개월만에 나오게 됐다. 그가 기존에 산 실형 기간까지 포함하면, 형기의 약 60%만 채우고 가석방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법원 판결이 확정된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여전히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건이 여럿 있다. 대표적 한 건은 박근혜-최순실과의 '뇌물공여' 건과 결이 같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건이며, 여기엔 4조5천억원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분식회계) 건이 포함돼 있다.
해당 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9월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그룹 임직원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이재용 부회장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혐의에 대해 벌금 5천만원에 약식기소한 바 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경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에도 의료 목적 외에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고 보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이송한 바 있다. 아직 검찰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박범계 장관은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이라고 했으나 '국정농단'에 대해 철저한 단죄를 외치던 시민들의 뜻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인 만큼, 적잖은 반발을 부르고 있다. '적폐청산'을 공언해왔던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적잖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