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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탄핵’ 한마디로 이준석에게 ‘굴욕’당한 윤석열

이창은 기자 editor@newsfreezone.co.kr 입력 2021/08/13 17:51 수정 2021.08.13 20:45
윤 캠프측 탄핵 발언으로 궁지, 윤석열 직접 ‘유감’ 표시하며 봉합, 해결책 없어 

[뉴스프리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후보(전 검찰총장)간 대립과 갈등 구조속에서 나온 ‘탄핵’ 발언이 경선판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윤 후보는 ‘탄핵 발언’ 이후 종래와 다르게 이 대표에게 ‘유감’ 표시를 하면서 발빠른 수습에 나서 일차적으로 봉합을 했지만, 진검승부가 막이 올랐다는 평가이다. 

이 대표와 윤 후보는 전격입당부터 신경전을 벌였고, 최근에는 경선준비위원회의 일정과 안건을 두고 전면적인 대치전을 벌였다.  

야권 지지율 1위 윤 후보의 전격입당은 지지율 하락을 막고 거대정당의 보호막 아래 반등을 노린 포석이다. 그러나 처와 장모 등 ‘가족리스크’ 보다 ‘1일 1실언’이라는 본인의 말실수로 인한 지지율 하락이 더 큰 문제를 불러왔다. 캠프에서는 특단의 조치로 ‘레드팀’까지 구성할 판이었다. 이 와중에 경준위가 진행하는 후보간 정책토론회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다. 지지율 1위라 후보들간 공동의 적인 측면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말실수는 치명상이기 때문이다. 

윤 캠프측에서는 경준위의 일정과 제안에 대해 ‘월권’이라는 등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여기에 친윤(親尹)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까지 가세, 경준위를 무력화 시키는 방안에 나섰다. 한편으로는 지지율 1위 후보에 걸맞는 대우를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캠프 좌장인 정진석 의원의 ‘돌고래’론은 이러한 배경을 깔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플랫폼을 최대한 끌어 올려 흥행과 지지율을 잡으려는 이 대표에게 윤 캠프측의 딴지와 이의제기는 ‘패싱’ 논란을 넘어선 무력화에 다름아니다. 휴가중임에도 이 대표는 경준위 안을 밀어 부쳤다. 가장 큰 힘은 그동안 윤 후보에 가려진 당내 후보들의 지원이었으며, 무엇보다 경준위를 통한 정책토론회는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라는 명분이 있다. 이 명분을 윤 후보는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윤 후보간 대립은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 게임(chicken game)’처럼 폭주 중이다. 대표와 윤 후보 뿐 아닌 여타 후보에 당직자들까지 가세, 전면전 양상이었다. 이 와중에 문제의 ‘탄핵’ 발언이 나왔다. 

윤 캠프측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신지호 전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 경준위가 준비하는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와 관련 "당 대표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탄핵도 되고 그런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야권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드루킹 댓글조작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답하고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후 이 대표 패싱 논란을 부른 전격입당, 경준위 토론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탄핵’이라는 발언은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전신인 한나라당 포함 두 번의 탄핵에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탄핵’을 꺼낸 배경은 당 대표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경준위 안을 강행하려는 이 대표에게 당내 ‘힘의 우위’를 은연중 과시하며, 물러서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윤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의 도발에 물러설 이 대표가 아니다. 

이 대표는 1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 내용을 공유하며 "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 드는 것을 보니 계속된 (당 행사에 대한) 보이콧(거부)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보이콧 종용 사태 때도 캠프 내 직이 없는 중진의원들의 일탈 행동이라고 회피했는데 캠프 내 주요한 직에 있는 사람들의 부적절한 언급에 대해서 어떤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가 있을지 보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를 향해 물의를 일으킨 인물을 조치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탄핵 발언에 대해 김재원 최고위원도 거들었다. 김 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신 정무실장의 '탄핵' 발언을 언급하며 "경선 현장에서 떠나주기 바라고 당에서도 징계해주길 요구한다"고 했다.

최재형 캠프 전략총괄본부장인 박대출 의원도 "선을 넘는 금기어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개인의 일탈로 넘기기엔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탄핵’ 발언의 여파가 커지자 윤 전 총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정치를 하게 된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제1야당에 합류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의 화합과 단결이 절실하다"며, "제가 오늘 캠프에 나와 캠프 모든 분들에게 당의 화합과 단결에 화가 될 언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어느 누구든 다 법과 원칙, 규정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론이지만 탄핵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았다"며 신 정무실장의 발언을 지적했다. 다만 "본인이 이거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사과를 한 이상 지켜보겠다"고 해 경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 이날 오전 "이준석 대표를 겨냥하거나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오해하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입장문을 낸 신 정무실장은 윤 전 총장의 발언 후 다시 한번 입장문을 냈다. 

신 정무실장은 "어제 발언의 취지에 대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논란은 저의 발언에서 비롯됐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풀이돼 당과 당 대표께 부담을 드리게 된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후보는 캠프 차원의 유감을 표명한 뒤 이례적으로 이 대표에게 오후에 직접 전화를 걸어  "캠프 내에서 지금 분위기를 잡고 있으니 이해를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런 분위기가 캠프 관계자 모두에게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탄핵’ 발언의 발단이 된 토론회 참가여부에 대해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에게 "토론회 참석 여부를 빨리 얘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윤 전 총장은 "손을 잡고 잘하는 모습을 보이자"면서도 "토론회 참석 여부는 캠프 내부에서 상의를 해보겠다"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정치권에서 ‘탄핵’이라는 용어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탄핵을 언급한다는 것은 그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배경에 깔고 있다. 신 정무실장의 ‘탄핵’ 발언은 지지율 1위에 당내 대세론을 형성했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고, ‘탄핵’을 배경으로 그 위상에 걸맞는 대우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탄핵’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다해도 명분이 없으면 끌고 갈 동력이 없게 된다. 이 대표는 영민하게 이 점을 파고들면서 전선을 넓혔다고 할 수 있다. 

탄핵 발언이 나오자 마자 윤 후보에 가까운 김재원 최고위원은 말할 것도 없고 홍준표 의원은 “일부 철없는 정치인들을 앞세워 당대표를 흔드는 것이 가관”, 최재형 캠프에서는 “개인의 일탈로 넘기기엔 명백한 해당 행위”라며 윤 캠프를 직격했다. 

이 대표와 윤 캠프측 모두 각을 세우고 있는 원희룡 후보는 “샅바싸움하다가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면서 “선을 넘은 게 명확한 경우에는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후보는 후보대로 명확히 인적정리도 하고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양비론적 시각을 드러냈지만 윤 캠프측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당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당대표는 조연으로서 주연인 (대선) 후보들이 더 빛나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며 이 대표에게 자중을 촉구하기도 했다. 

입당 이후 이 대표와 윤 후보간 대립과 갈등은 ‘탄핵’ 발언으로 정점을 찍었다. 1차전이지만 승자는 이 대표였다. 윤 후보로서는 캠프 인사의 ‘탄핵’ 발언 한마디로 이 대표에게 ‘사과’에 가까운 유감을 표명해야 했고, 발언의 당사자인 신지호 정무실장은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윤 후보는 대선출마 선언 이후 장모의 법정구속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일”이라 했고, 부인 김건희씨의 학위논문 부정의혹에도 “학교측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본인의 의혹에 대해서는 “당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했다. 가족간 불미스런 일이나, 본인의 말실수 등에 최소한의 유감표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탄핵 발언에 대해서는 윤 후보가 선제적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단합’을 강조하면서 유감을 표명했고, 당사자인 신 정무실장에겐 (이 대표에게) 더 강한 표현의 사과문을 올리도록 조치했다. 무엇보다 전격입당을 하면서도 이 대표에게 전화 한통 없었던 윤 후보가 먼저 전화를 걸어 ‘탄핵’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양해를 구한 것은 일종의 ‘굴욕’이나 마찬가지였다.

윤 후보측이 허리를 굽힐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범야권 지지율 1위,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1위는 ‘공공의 적’이다. 제로섬 게임인 정치판에서 2등 이하는 의미가 없다. 말한마디 실수해도 외부의 공격보다 내부의 비판이 뼈아프다. ‘탄핵’ 발언은 선두주자를 맹공할 기회를 깔아줬기 때문에 발빠른 수습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제 주도권은 이 대표가 쥐게됐다. 윤 후보와의 전화통화에서도 토론회 참가를 압박했다. 윤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토론회 참가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는 참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준위의 정책토론회는 이 대표의 작품인 측면이 강하다. 

토론회에 윤 후보가 불참하면 준비부족을 자인하는 꼴이다. 참가해서 ‘실언’ 이상의 말실수가 나오면 더 큰 ‘굴욕’을 당할 것이며, 지지율도 장담 못할 것이다. 당내 정책토론회가 검증을 넘어 단두대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내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윤 후보가 “보수우파를 궤멸시키고, 문재인 정부에 부역한 것에 대한 참회와 반성없이 점령군 행세를 한다”며 토론회에서 만나자며 칼을 갈고 있다. 

유승민 캠프 대변인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렇게 토론이 두려우면 대선에 나오는 것 자체가 무리한 게 아닌가?“라며 윤 후보를 직격했다. 

이제 사안은 간단해졌다. 윤 후보가 토론회에 불참하면 이미지는 크게 훼손될 것이고, 참가해도 준비부족을 드러내고 말실수를 하게되면 더 큰 굴욕을 당할 것이다. 만에 하나 토론회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대세론을 확인하면서 오히려 이 대표를 ‘탄핵’할 힘을 얻게 된다.

관심이 집중된 국민의힘 경준위 ‘정책토론회’는 8월 18일 열린다. 더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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