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불의와 부조리를 못견디고 자신에게 그럴만한 권한이 있는 한 이걸 고쳐야 한다는 강렬한 의지가 불타는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인물 역량 진단' 전문가인 최동석 소장은 지난 19일 '김용민TV'에 출연해 "초선의원 시절 제주 4.3사건의 문제를 제기한 이후, 20년이 지난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야 자신이 시작한 일을 매듭지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1948년 제주 4.3항쟁은 보도연맹, 여순사건 등과 함께 이승만 정권에서 일어난 대표적 민간인 학살사건 중 하나다. 당시 제주도민 수만 명이 억울하게 희생됐다.
추미애 전 장관은 초선의원 시절이던 지난 1999년 제주 지역신문인 '제민일보'와 협력해 4.3 항쟁에 대한 정부기록공식문서인 '제주 4.3 사건 수형인 명부'를 찾아냈고, 이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공식화할 수 있었다.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이 공개했던 명부에는 군사재판을 받았던 제주도민 2천530명의 명단이 담겨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최근 자신의 대담집 '추미애의 깃발'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대담집에서 "당시 여당 일각에서 이 주제는 정권 초반에 하기엔 너무 뜨거운 감자"라며 "그렇지 않아도 사상시비를 계속 걸어왔는데 이걸 주안점으로 삼으면 곤란해질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미뤄라 목소리를 낮춰라 이런 주문들이 계속 들어왔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그런데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저를 정치에 들어오게 하셨을 때는 어물쩡하지 말고 진짜 제대로 해보라고 하신 건데 내가 왜 주저하나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다. 그래서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며 발벗고 나선 이유를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DJ의 지침에 따라 위원회(4.3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했고 내가 부위원장을 맡았다"라며 "그때도 민생이냐 개혁이냐를 놓고 갈등했다. IMF라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민생에 집중해야지 왜 역사를 들춰내서 치유한다고 나서냐며 엉뚱한 일을 벌이지 말라는 식이었다. 도와주는 사람이 별로 없는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그러나 다짐했다. 개혁은 때가 있는 것이고 때를 놓치면 영원히 할 수 없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해내겠다고, 역사의 고통을 계속 미루기만 하면 언제 해결하나 싶었다"며 발벗고 나선 이유를 강조했다.
추미애 전 장관이 '제주 4.3 사건 수형인 명부'를 찾아내면서 정부가 4.3 항쟁의 진상을 인정했고, 희생자 유족들도 진상규명을 공식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여기에 법적으로 재심재판을 열 수 있는 근거도 됐다.
지난 3월에는 행방불명으로 처리됐던 333명의 희생자 전원에게 재심을 통해 법원에서 공식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 4.3단체는 '제주 4.3 사건 수형인 명부' 발굴과 4.3 특별법 제정 대표발의에 힘쓴 추미애 전 장관에게 '4.3 해결의 은인' 감사패를 증정하기도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3 추념식 연설문에서 "이 자리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국가기록원에서 발굴한 수형인 명부가 4·3 수형인들의 무죄를 말해주었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최동석 소장은 "이 문장이 매우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동석 소장은 "수천명이 그냥 학살됐는데 왜 학살됐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추미애 전 장관이)이분들의 명단을 찾아서 재심 처리해서 무죄로 올렸다. 정상적으로 국가가 배·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받았다"며 "나는 이 사건 하나만으로 추미애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명확히 알게 됐다"고 극찬했다.
최동석 소장은 이를 "놀라운 사건"이라고 강조하며 "칸트의 세 질문(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이 있는데, 이 질문에 추미애가 응답한 것"이라며 "제주 4.3 사건은 자신이 할 수 있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추미애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동석 소장은 "(추미애 전 장관이)이 과정에서 모든 역량 요소들을 높은 수준으로 발휘하면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동석 소장은 "추미애같은 정치인이 우리 국회에 대다수를 차지해야 한다"며 "그런데 자기인식이 없이 오로지 자기이익만을 위해 공직을 이용하는 사람이 지금 민주당에 대다수"라고 꼬집었다.
최동석 소장은 "추미애가 보여준 이런 문제해결 사례는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을 가장 민주적으로 해결해 낸 모범사례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을 통해 도구적 역량, 추상화 역량, 목적지향적 역량이 모두 높은 것으로 코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동석 소장은 추미애 전 장관에게 '영재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재성이란 머리가 좋은 게 아닌 어떤 사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뜻한다"며 "추미애는 이 부조리한 사태, 불합리한 사태, 불법과 부정한 사태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으로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최동석 소장은 "(추미애 전 장관은)물러서지 않는다. 끝까지 해결해 낸다"며 "검찰개혁을 끝내지 못하고 (법무부 장관직에서)나왔다. 그러니 추미애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나"라고 말했다.
최동석 소장은 추미애 전 장관이 '돌파한다'는 말을 자주 쓰는 데 대해서도 "장애물을 극복하고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뜻"이라며 "돌파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는데 못하고 나온 것에 대한 한이 있는 것이다. 이게 영재성의 특징"이라고도 설명했다.
최동석 소장은 "(추미애 전 장관이)이것(검찰개혁)을 마주해야 되겠다 생각하고 대선에 출마했을 것"이라며 "검찰개혁을 미완의 과제로 남겨놨기에 언젠가는 이걸 자기 손으로 직접 완수해야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동석 소장은 추미애 전 장관에 대해 "준비돼 있는 사람"이라며 "국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시민들이 관심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동석 소장은 20일 페이스북 글에서도 "지난 두 번의 역량진단(이낙연, 최재형)에서 우리 정치인들의 천박함과 비굴함, 사적 이익과 출세욕, 거짓과 이미지, 책임회피와 자기기만 등에 직면하면서 나는 희망을 잃고 있었다"면서 "자료조사하다가 우리 정치판에 이렇게 훌륭한 인물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추미애 전 장관을 극찬했다.
최동석 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의 소임을 맡아 제대로 처리했어야 했는데, 문재인 주변의 제도권에서 큰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죄다 추미애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들은 항상 조중동에 끌려다니며 쩔쩔매는 인물들이었다"고 질타했다.
최동석 소장은 "그래서 이들을 수박, 호박, 오이 등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자들을 국힘당에 가 있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이 왜 그랬는지 알게 되었다. 민주당엔 이런 자들이 대부분이다. 정말 슬픈 일"이라고 개탄했다.
최동석 소장은 "추미애는 이 슬픈 현실을 바로 잡고자 대선에 출마했을 것"이라며 "저 더러운 정치판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존재"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