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국민의힘은 23일 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위원장에 박근혜 정권 초대 총리였던 정홍원 전 총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준석 대표는 서병수 의원을 선관위원장에 임명하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 당내 최고위원 일부의 강력한 반발에 대폭 후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관위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지난 주말 다수의 원로분들과 접촉하며 의견을 경청했다"며 "그 결과 우리 당의 19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관리위원장(공관위원장)을 지내시고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역임하신 정홍원 전 국무총리께서 선관위원장을 맡아주시기로 했다"고 알렸다.
전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가 선관위원장 인선 문제로 정홍원 전 총리 등을 만났다고 알려졌다. 그 자리에서 인선 문제를 논의했고 정홍원 전 총리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당초 이준석 대표는 경선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서병수 의원을 선관위원장에 임명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무산됐다. 서병수 의원은 지난 20일 경선위원장을 사퇴하며 선관위원장 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준석 대표는 "우리 최고위는 결의를 통해 정홍원 전 총리께 공정한 경선 관리와 흥행을 위한 전권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는 또 최근 커지고 있는 당내 분란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당 대표로서 지금까지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 당내 다소간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겸허하게 국민과 당원께 진심을 담아 사과의 말씀을 올리겠다"며 "다시 한번 지금까지 혼란과 부족했던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의 거센 반발에 결국 이준석 대표가 대폭 후퇴하며, 리더십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5일 휴가 첫날에 정홍원 전 총리의 개인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전하는 등 양측의 인연을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정홍원 전 총리의 '선관위원장' 임명은 윤석열 전 총장 뜻대로 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홍원 전 총리의 경우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전 총장 입장에선 대선배격이라 할 수 있다. 그는 2004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2012년 새누리당 공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당초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부동산 투기 논란과 아들의 재산·병역 논란 등으로 낙마한 뒤, 총리 후보로 지명돼 총리직을 수행했다.
정홍원 전 총리는 이듬해 세월호 사건 직후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과도한 수임료(5개월간 16억) 논란에 낙마하고, 이후 후보자로 지명됐던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도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이라고 말한 교회에서의 강연 영상이 공개되며 낙마했다. 이렇게 두 명 연속 낙마하면서, 정홍원 전 총리가 유임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2015년 2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완구 전 총리가 그의 후임 총리로 각종 구설 끝에 임명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 뒤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본질은 박근혜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 정홍원 전 총리에 대한 '소환' 여론까지 들끓었고 '불멸의 총리'라는 호칭까지 얻게 됐다.
결국 이완구 전 총리가 사퇴하자 박근혜 청와대에서 다시 정홍원 전 총리를 소환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결국 후임 총리로는 당시 법무부 장관 신분이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