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군의 기강이 해이졌다고 비난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고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군대의 정신력은 물리적 전투력보다 훨씬 강하다"고 목소릴 높였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전 총장 본인은 '부동시(짝눈)'를 이유로 군면제를 받은 사람이다. 훈련소에 가서 총 한 번 잡아본 적도, 행군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27일 서울 대방동 공군호텔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에 참석해 "현 정권은 우리 군을 적이 없는 군대, 목적이 없는 군대, 훈련하지 않는 군대로 만들었다"라고 비난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최근 군내 성폭력 사건과 청해부대원 코로나19 집단감염 등을 거론하며 "어쩌다 군이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 정권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제라도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고,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윤석열 전 총장은 또 "군대의 정신력은 물리적 전투력보다 훨씬 강하다"며 "자유월남(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이제라도 국가방위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윤석열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가 불안하다고 외치는 셈인데, 문재인 정부는 지금껏 북한 등으로부터 한 차례의 도발도 허용한 적이 없으며 희생자 역시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이 일어나 수많은 이들이 희생됐다는 점만 떠올려도 격세지감이나 다름없다.
특히 '전국민의 병영화'를 만들었던 군사정권 하에선 수많은 무장공비가 남으로 침투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정도로 안보는 매일같이 불안했다. 특히 68년의 1.21 사태처럼 무더기로 무장한 북한 군인들이 청와대 인근까지 접근, 대대적인 총격전을 벌이기까지 했었다.
또한 한국의 군사력 수준은 문재인 정부 들어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세계 138개 국가의 군사력을 비교하는 ‘글로벌파이어파워’(GFP) 순위에서 한국은 6위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해인 2017년 11위에서 다섯 계단이나 오른 것이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가 군사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는 지표이며, 안보에 있어서도 외부 도발을 받지 않은 만큼 군사독재정권이나 이명박 정권 등에 비해 훨씬 유능하다는 점이 증명되는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 전 총장이 "현 정권은 우리 군을 적이 없는 군대, 목적이 없는 군대, 훈련하지 않는 군대로 만들었다"고 한 것은 전혀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폐쇄적인 조직인 군에서 벌어지는 구타나 가혹행위 등 갑질과 의문사 등 군내에서 일어나는 수없는 사고나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 등은 과거에는 외부로 공론화되기는커녕 대부분 은폐되곤 했었다.
이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엔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가 이뤄진 뒤에도 대물림돼 왔으며 지금도 그 잔재는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 군에서도 종종 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는 외부로 점점 공론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공론화 형성엔 군 장병에게 스마트폰을 쓸 수 있도록 한 점이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군내 사고가 줄어드는 데도 기여했고 사기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 것이다. 즉 단절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장병들에게 위안을 주면서,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에 대해 외부로 알릴 수 있는 매개체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병들의 월급도 군사독재정권이나 '이명박근혜'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인상했다. 그만큼 장병들의 복지에도 역대 정부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국방개혁을 통해 장병의 군복무 기간도 3개월 단축(공군은 2개월)해 18개월(육군·해병대 경우)로 줄였다.
윤석열 전 총장은 "군의 정신력은 물리적 전투력보다 뤌씬 강하다"고 했는데, 현대전에서의 전투력은 보급력과 첨단 장비 그리고 과학적인 훈련, 리더십 있는 리더를 통해 나온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력'을 맨 앞에 내세웠던 것은 과거 일제가 했던 것으로, 결국 태평양 전쟁에서 일제가 패망하는 데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그렇게 '정신력'만 앞에 내세우던 일본군에선 내부에서 수없이 사고가 터질 정도로 군기는 막장의 끝을 보여줬었다. 일제 잔재를 그대로 가져온 군사독재정권이 시민들에게 주입하던 그 철지난 '정신력'을 꺼내들고 있는 셈이다.
또 월남이나 아프가니스탄이 무너진 것은 그 내부에 쌓이고 쌓였던 모순과 부정부패 그리고 민심을 전혀 얻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내부 모순이 심각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아무리 '정신력'을 외쳐봐야 공감을 얻긴커녕 반감만 더 생길 수밖에 없다.
철지난 '정신력'을 맨 앞에 내세우며 "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하는 윤석열 전 총장의 발언을 보면, 그는 군사독재정권이 주입시키던 그 철지난 사고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음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