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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우비 의전’의 원조 전여옥, 고민정 비난 자격없다

이창은 기자 editor@newsfreezone.co.kr 입력 2021/08/30 17:32 수정 2021.08.30 19:34
박근혜에게 우비 모자 씌어준 전여옥, 언론의 먹잇감 인정하면서 독설 퍼부어 

[뉴스프리존] 지난 27일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우산 의전’ 논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잘못된 방송취재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자,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고 의원을 겨냥, “고 의원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침묵은 바보의 최고 무기’란 말”이라며 독설을 퍼부어 주목을 받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의 해명을 보면 '차관 뒤에서 우산을 받치던 직원이 키가 커서 사진·영상 취재진이 비켜달라고 요청한 것 같다'라고 했다. 촬영기자 입장에선 가장 좋은 화면을 담기 위해 그랬을 테지만 이번처럼 불가피한 경우에는 그런 요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의 일방적 행동이 아닌 기자들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생겨난 일임에도 이런 기사들이 무더기로 양산되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죽음을 피해 온 아프간 협력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지원에 대한 브리핑이었지만 야당의 논평을 무분별하게 취하며 쏟아낸 보도로 인해 결국 우산 받쳐 든 황제의전 사진 한 장만 남았다"고 꼬집었다.

고 의원의 글에 대해 전 전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 전 의원은 "고민정 의원이 '주옥 같은 글'을 올렸다. 길게 썼는데 내용은 한마디다. '기자들이 나쁘다'는 것"이라며, "'기자가 앉으라고 해서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한다. 고로 나쁜 사람들은 '촬영기자들', '클릭수'에 연연하는 언론'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기자들의 ‘조금 숙여달라’는 요청이 아닌, 법무부 차관이 ‘황제 의전’을 받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게다가 강 차관은 뒤돌아서 ‘우산조공’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쁜 손’으로 지목된 법무부 공무원은 우산 높이를 지정했다”면서 “고 의원 참 정치 멍청하게 배웠다. 상식만은 지켜주길 바란다”면서 "'침묵은 바보의 최고 무기'란 말이 있다"라며 비꼬았다.

지난 27일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충북 진천에 위치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당일 브리핑 중 강 차관 뒤에서 직원 1명이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는 장면이 포착돼 '법무차관 황제 의전 논란'이 나왔다.

당일 브리핑은 문재인 정부의 특별수송을 통해 한국에 온 아프간 협력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지원에 대한 브리핑이었다. 방역수칙으로 야외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비가 오자 강 차관 뒤에서 직원 1명이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황제 의전’ 논란이 불거졌다.

사실은 강 차관을 초점에 맞추려는 사진기자와 방송기자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고, 브리핑이 길어지자 자세 유지에 어려웠던 직원이 무릎을 끓는 자세를 취했다. 이에 야당은 ‘황제 의전’이라며 맹공을 가했고, 언론 또한 아무런 검증없이 ‘황제 의전’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양산했다. 

고 의원은 “언론의 취재관행에 의한 것인데 (언론이) 논란을 양산하는 것은 ‘온라인 클릭수’에 목맨 언론환경”이라는 점을 비판 했다. 그러나 전 전 의원은 이를 고 의원이 ‘기자(언론)탓만 한다’로 맹공을 가한 것이다.

전 전 의원의 독설로 인해 오래전 사진이 소환됐다. 이른바 ‘박근혜 우비 의전’ 사진이다. 

2005년 2월 18일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추모식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박근혜 대표의 비옷에 달린 모자를 씌워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05년 2월 18일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추모식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박근혜 대표의 비옷에 달린 모자를 씌워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05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추모식에서 기괴한 장면이 연출됐다. 추모식 도중 비가 내려 참석자 대부분 우의 모자를 쓰는데도 맨 앞줄의 박근혜 대표(당시)는 미동도 않고 있다. 주위의 채근에 의해 당시 대변인이던 전 전 의원이 박 대표의 우비에 달린 모자를 씌워주고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전 전 의원이 일생일대의 ’치욕‘이라 부른 사진, 이 사건 후로 전 전 의원은 박근혜의 ’입‘에서 저격수로 변신했다. 

전 전 의원은 2012년 발간한 회고록 <i전여옥>에서 이 사건의 전말과 의미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경상북도 대구에서 있던 행사로 기억된다. 대변인 시절이다. 그날 앞쪽에는 박근혜 당시 대표가 앉아 있었고 바로 뒷줄에는 나와 대구경북 지역의 의원들이 줄줄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비가 주르륵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원체 꿉꿉했기에 모두들 천원짜리 일회용 우비를 입고 행사를 하고 있었다.

비가 오기 시작하자 행사에 착석했던 여성들은 우비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바로 내 앞에는 박근혜 당시 대표가 있었다. 알다시피 그녀의 올린 머리 스타일은 크고 독특하다. 나는 속으로 ‘비가 오는데’하며 내 우비 모자를 썼다.

그런데 옆에 있던 김태환, 이해봉 의원이 내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전 대변인, 뭐하고 있나? 대표님 머리 씌워드려야지.”

“???” 순간 나는 당황했다. 아니, 자기 우비의 모자는 자기가 써야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나는 대변인이지 시중꾼은 아니지 않는가? 나는 짐짓 못들은 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 의원이 계속해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대표님 머리 비 맞으면 어떡하라구? 전 대변인 빨리 씌워드려.”

나 참 기막혀서 그렇게 걱정되면 당신께서 씌워주지. 나나 거기나 바로 옆에 있는데 정말 왜 이럴까? 싶었다.

두 의원 중 한 사람은 목소리가 유독 컸다. 그래서 이제는 기자들까지도 돌아가는 사안을 알아차렸다. 카메라를 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특히 좌파 성향의 언론들이 먹잇감을 확인하고 몰려들었다.

그때 난 알았다. 박근혜 의원이 나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충분히 알만 하건만 손 끝 하나 대지 않고 꼿꼿이 있었다. 전여옥의 손으로 씌워주나, 안 씌워주는가를 보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솔직히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남에게는 짧은 순간이었겠으나 내게는 만리장성을 쌓는 것처럼 길고 긴 시간이었다....<이하 생략>

박근혜와 전 전 의원의 ‘우비 의전’에는 관심이 없다. 박근혜 특유의 ‘충성심 테스트’에 걸린 전 전 의원의 ‘굴욕’도 관심 밖이다. 그러나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그래서 이제는 기자들까지도 돌아가는 사안을 알아차렸다. 카메라를 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특히 좌파 성향의 언론들이 먹잇감을 확인하고 몰려들었다.”

전 전 의원은 KBS 기자, 도쿄특파원을 지낸 언론인이다. 누구보다 언론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본인 마저 ‘박근혜에 충성하는 전 대변인’으로 포장되어 언론에 당했다. ‘먹잇감’으로 이용당했다는 표현도 가능하다. 이 사건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 전 의원은 2007년 박근혜를 떠나 이명박 캠프에 합류, 반박(反朴)의 선봉에 서게 된다.

전 전 의원 ‘우비 의전’은 불과 17년전이다. 어느 누구보다 강성국 법무차관 ‘우산 의전’이 어떤 상황에서 일어난 일인지 잘 아는 전직 언론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재편의를 위해 잠시 연출된 것을 ‘황제 의전’, ‘우산 의전’이라며 클릭수를 위해 기사를 쓰는 언론의 문제”라며 문제점을 지적한 고 의원에게 무차별적인 독설을 퍼부었다. 본인 스스로 최대 ‘치욕’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이 문제다. 물론 17년전 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전 전 의원이 비판은 최소한 고 의원이 ‘언론이 문제다’라는 점에서 인식하고 출발해야 했다. 본인이 언론 보도로 처절하게 당한 것은 외면하면서, 지금의 ‘정치논리’만 따지는 것은 전 전 의원이 고 의원을 겨냥, “달리 할 일도 없고, 존재감도 무너지니 ‘비 오는 날 공치는 한’이 있더라도 과잉 충성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는 발언을 본인에게 하는 말에 지나지 않다. 

정치도 언론도 많이 바뀌었다. 오로지 진영논리 하나로, 상대편을 향해 “침묵은 바보의 무기”라고 조롱하면, 그 말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전 전 의원의 다음 발언을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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