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기득권 '김앤장 공화국'에 대한 경고장"
'김명수 입법 로비' 4표 차로 법원개혁 퇴행 저지
[정현숙 기자]=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21대 국회 들어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이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례적으로 꼽힌다.
국회는 31일 열린 본회의에 상정된 법원조직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재석 22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72명, 기권 46명으로 해당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탄희 의원은 이날 의원실 SNS를 통해 본회의 부결을 두고 "김명수 입법 로비 4표 차로 저지, 신임 판사 1/8이 김앤장. 김앤장 공화국에 대한 경고장"이라고 사법 기득권에 대한 경고로 자평했다.
사법개혁 일환으로 도입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시민사회와 정치권 일각에서도 개악법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부결 결정에 대법원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현행법에 따라 법조일원화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국회는 표결에 앞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탄희 의원이 반대 토론을, 홍정민 의원이 찬성 토론을 각각 진행했다. 이탄희 의원은 이 토론에서 법원개혁의 퇴행을 예고하는 개악법이란 취지로 강력하게 호소하면서 여당에서도 수십명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김명수 대법원의 입법 로비를 4표 차로 막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판사 출신인 이탄희 의원은 이 법안을 꾸준히 비판하면서 민주당 안에서 이 법안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그는 이 토론에서 "김명수 행정처의 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법조일원화를 퇴행시키고 판사 승진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법안"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법조현실과 법조사법시스템에 최악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심 판사 요건과 2심 판사 요건을 5년과 10년으로 쪼개는 것은 판사 승진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것”이라며 “현행법은 길게는 1998년부터 논의해서 2011년에 도입한 제도다. 이 제도를 입법 공청회 한 번 안하고 법안 발의 이후 단 3개월 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퇴행시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새로운 판사상을 담지한 젊은 법조인들은 판사가 되는 길이 사실상 봉쇄되고 대형 로펌 출신자들과 법원 내부 승진자들의 독식 현상이 심해진다”라며 “법원은 변호사 시험 성적 좋은 사람들을 로클럭으로 입도선매하고, 대형 로펌들은 3년 뒤 판사로 점지된 이들을 모셔가기 위해 경쟁한다. 법원을 점점 더 기득권에 편향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같은당 홍정민 의원은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 이상으로 강화하면 법관 부족에 의한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찬성 의견을 냈다.
관련해 개악을 저지한 이 의원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성식 변호사는 SNS로 "우리나라는 되는 나라다. 이렇게 하기 정말 쉽지 않은데 그걸 해냈다"라고 평가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안 부결!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재명 캠프 남영희 대변인은 "밥값하는 이탄희 의원님이 자랑스럽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탄희 의원 반대토론 전문] 존경하는 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이탄희 의원입니다. 저는 김명수 행정처의 이 법원조직법 개정안, <법조일원화를 퇴행시키고, 1심판사요건과 2심판사요건을 5년과 10년으로 쪼개서 판사승진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이 개정안을 반대합니다. 이 개정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법조현실과 전체사법시스템에 장기적으로 최악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입니다. 현행법은 짧게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또 길게는 1993년부터 18년간 논의해서 2011년에 도입한 제도입니다. 그런 제도를 입법공청회 한번 안하고, 법안 발의 후 단 3개월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이렇게 퇴행시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무리수입니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판사순혈주의 국가, 법원관료주의 국가로 분류됩니다. 법조일원화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판사를 필기시험으로 뽑고, 유일하게 판사를 대의기관의 관여없이 법원 자체적으로 뽑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판사의‘상’ 또한 사법농단판사들처럼“필기시험만 잘 보고, 손 빠르고, 법원장/대법원장 말 잘 듣는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바꿔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퍼블릭 마인드를 갖춘 사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 평범한 시민들의 현실을 아는 사람”으로 바꿔달라는 것입니다. 재판은 수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필기시험 없애고, 법원이 아니라 국회/정부/지자체/시민사회단체 등 사회제세력이 연합해서 판사를 뽑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한번도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유신헌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 50년간 누구도 이 제도를 못 바꿨습니다. 이걸 못바꾸니까 고육지책으로, 판사임용 경력이라도 길게 설정해서 기존의 판사 상과는 다른 인재들, 다양한 사회적/직업적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법원 안으로, 물밀 듯이 들어가도록 하자 – 라는 것이 지난 2011년 국회사법개혁특위 여야합의의 내용입니다. 그 취지에 따라 오늘도 수많은 젊은 법조인들이 국가기관, 공공서비스분야, 시민사회단체, 연구기관, 지역변호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현장의 경험과 퍼블릭 마인드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판사희망자가 없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은 제도에 조응해서 바뀝니다. 5년차 변호사 비율만 해도 2017년 6%에서 작년엔 83%로 14배가 뛰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새로운 판사상을 담지한 젊은 법조인들은 판사가 되는 길이 사실상 봉쇄됩니다. 대형로펌출신자들과 법원 내부승진자들의 독식현상이 심해지고, 전관예우와 후관예우가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이미 내년도 신규임용 판사 157명 중 상위 7개 로펌 출신이 무려 50명, 법원 로클럭 출신이 무려 67명입니다. 전국 신규판사의 1/8이 김앤장 출신입니다. 전국 신규판사의 1/8을 하나의 로펌에서 충당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전세계에 또 있겠습니까? 이미 이런데, 여기다가 판사 임용경력을 5년으로 퇴보시킨다?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법원은 변호사시험 성적 좋은 사람을 로클럭으로 입도선매하고, 3년 뒤 대형로펌들은 판사로 점지된 이 사람들을 모셔가는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이것이 후관예우입니다. 로펌에서는 벌써부터 2년간 기름칠해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판사승진제도가 부활하기 때문입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1심판사 임용경력은 5년, 2심판사 임용경력은 10년입니다. 1심 판사를 5년하고 나서 2심 판사로 승진시키겠다는 뜻입니다. 어차피 법원은 10년 경력자들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2심 판사 충원을 10년 경력자들로 하겠습니까. 1심 판사들로 내부승진시키겠습니까. 이러면 5년 차 승진 판사, 6년 차 승진 판사, 7년 차 승진 판사로 판사들이 서열화되고, 승진 탈락하면 옷 벗고 전관개업하게 됩니다. 전관예우 논란은 더 심해지게 됩니다. 게다가 불과 1년 전인 작년에 고등부장승진제도가 폐지되었고, 이게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유일한 법원개혁 성과입니다. 그런데 왜 그걸 은근슬쩍 되돌릴 수 있는 일에 우리 국회가 협력해야 합니까.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오늘의 이 개정안은 법원을 서서히 병들어가는 사람처럼, 점점 더 기득권에 편향되게 만들 것입니다. 지난 6월 강제징용손해각하판결처럼 탁상공론인 판결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최대의 피해자는 재판받는 국민들입니다. 오늘 이 법안을 부결시켜주시고, 다시 차분하게 공론화절차를 거쳐 처리될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속기록에 남겨두고자 합니다. 이 개정안이 공론화 절차 없이 3개월 만에 본회의장에 올라오는 특혜를 누린 것은, 법원행정처 현직 판사들의 입법 로비 덕분입니다. 현직 대법관, 현직 고등부장, 이런 사람들이 재판 전후로 쌓은 인맥과 영향력을 활용해서 양당 국회의원들에게 접근한다면 양승태 행정처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이런 입법로비를 전담한 판사들은 다시 재판에 복귀하거나, 아니면 그 영향력을 이용해서 더 고위법관직을 노리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반대토론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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