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5일 "민주당 안에서까지 반개혁세력이 판을 치면 곤란하다"며 "앞에서는 개혁을 말하고, 뒤에서는 개혁의 발목을 잡는 비겁한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겉으로는 검찰·언론·사법·재벌·재정 등에 대한 개혁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개혁을 방해하거나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세력, 즉 '표리부동'한 당내 인사들을 직격한 것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날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세종·충북 합동연설회에서 "우리 대한민국에 반개혁 세력은 '국민의힘'만으로 충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번 경선은 ‘개혁 대 개혁’의 경쟁으로 개혁의 외연을 넓히고 개혁의 의지를 충만하게 채우는 장이 되어야 한다"며 "추미애의 깃발, 사회대개혁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곳은 진정한 국민통합이다. 국가적 과감하고 신속한 사회대개혁으로 국민통합의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당대표까지 지냈던 자신의 직급을 한참 낮춰 법무부 장관을 맡았던 이유에 대해 "검찰의 조직적 저항으로 온 가족이 망신창이가 된 조국 전 장관의 뒤를 이어 검찰개혁을 완수하라는 것"이었다며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면 나라도 해야지' 하고 나섰던 것"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검찰, 친검언론, 국민의힘 이하 야당 등의 합동공격에 대해 "생각보다 거셌다. 사방에서 쏟아진 공격은 곳곳에 상처를 냈다. 피를 흘리기도 했다"며 "그러나 견딜 수 있었다.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고 누군가는 끝내 해내야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정작 저를 아프게 했던 것은 일부 동지들이 보여준 개혁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와 냉소였다"며 개혁과제에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대하거나 친검언론의 프레임(대표적으로 추윤갈등)에 그대로 따라다닌 민주당 내 인사들을 직격했다. 그는 "하지만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내며 끝내 여기까지 왔다. 시민들의 응원이 눈물겹도록 고맙다"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정치검찰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 저지른 일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최근 터진 윤석열 전 총장의 '청부 고발' 파문을 언급했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윤석열 정치검찰의 검찰쿠데타 기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나"라며 "검언정 카르텔의 대대적인 공세와 비난에 굴복해 제가 원칙대로 수사지휘권과 징계청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진실은 덮여졌을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실제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전 총장 가족과 측근이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사건은 흐지부지 묻혔을 거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은 △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업체인 코바나컨텐츠 관련 협찬금 명목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 △ 김건희씨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사건 △ 장모 최은순 씨의 요양병원 운영 관련한 홀로 '무혐의' 처리 논란 △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 사건 △ 한동훈 검사장이 관련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 윤석열 전 총장이 해당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바 있다.
윤석열 전 총장 장모 최씨는 지난 7월 1심에서 약 23억원의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가 인정되며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또 김건희씨가 연루된 의혹이 있는 주가조작 사건이나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은 현재 수사 중에 있으며, 김건희씨를 추석 전에 소환조사할 거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6년전 무혐의로 처분했던 윤우진 전 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도 역시 재수사 중에 있으며, 한동훈 검사장이 관련된 '검언유착' 건(사실상의 총선개입 시도 의혹)의 경우 한 검사장이 1년 넘도록 자신의 휴대전화(아이폰) 비밀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버티면서 공전 중에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총선개입 시도가 명백해 보이는 '청부 고발' 파문이 터지면서 해당 건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윤석열 전 총장의 '청부 고발' 건이 터지면서 대대적인 '게이트' 급으로 커질 조짐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추미애가 옳았다"라는 여론이 올라오고 있다. 결국 추미애 전 장관의 가치를 뒤늦게라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제라도 진실의 문이 열리자, 시민들께서 이구동성으로 말씀하고 계신다"라며 "'아~추미애가 옳았다' 이 말을 듣고 저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오늘 여러분께서 저 추미애를 선택하신다면 정치검찰의 쿠데타 도발을 가장 확실하게 제압할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호소드린다"라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민주당에 실망해서 돌아선 개혁세력들을 다시 하나로 만들어야만 민주정부4기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며 "저는 제1야당 대표로서 1700만 촛불시민과의 약속을 어느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헀다.
추미애 전 장관은 자신이 2년간 당대표를 맡으면서 낸 업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근혜 국정농단 당시 있었던 '군사 쿠데타' 음모를 사전경고를 통해 저지했고, 결국 박근혜를 평화적으로 자리에서 끌어냈으며 정권교체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2018년 지방선거 압승에, 민주당 지지율은 50%를 넘어갔을 정도로 굳건했으며 민주당 권리당원 수도 다섯 배 가량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당대표 2년이라는 임기를 '역대 최초로' 마쳤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 민주정부 3번의 역사마다 추미애의 심장이 녹아있다"며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나라에 이어 사람이 높은 세상, 사람을 높이는 나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두 가지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며 "하나는 양극화와 불평등에 맞서야 하고, 또 하나는 70년 분단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맞선 에코정치 △사람 중심의 디지털혁신강국 구성 △지대개혁 등을 통한 더블복지국가 형성 △국민안식년제 도입으로 3개년(취업준비기, 직업전환기, 은퇴준비기) 매달 100만원의 '사높세' 수당 지급 등을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