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일 민주당의 충북·세종 순회경선에서 과반을 여유 있게 넘기는 득표율을 보이며 압승했다. 충청권 합산 결과에서도 이재명 지사가 54.72%를 득표하며 역시 과반을 여유 있게 넘겼다. 이에 대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상대로 이재명 후보의 압승"이라며 "나는 속으로 이재명 후보가 53% 안팎으로 승리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거의 적중했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서 "대전충남의 결과는 다른 지역의 표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사실상 게임이 끝났다"라고 단언했다. 그의 해당 글이 쓰여진 시점은 충북·세종 순회경선 결과가 발표되기 전이긴 하나, 충북·세종 경선 결과 역시 충남·대전에서의 결과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정청래 의원은 과거 정보가 독점되고 하향식으로 전달되는 구조에서는 △후보구도(누구랑 붙는가) △조직력(누구를 잡았나) △지역구도 △자금력 등이 중요한 요소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정보가 쌍방향으로 실시간으로 퍼지는 요즘은 이런 선거요소가 혁명적으로 변화했다"며 "이제 유권자들은 누구누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한다. 요즘은 특정인 여론 지배자가 사라지고 대중이 여론을 형성해 간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의원은 "지역 국회의원, 조중동 등 레거시 미디어, 종편 평론가의 영향력은 급격히 떨어졌다"라며 "솔직히 말해 기성 언론보다 똑똑한 유튜브 하나가 더 영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은 대선에 대해 "진영간 진검승부"라고 강조하며 대통령의 조건으로 △시대정신 △자신만의 신화 △팬덤 △정치적 업적 △라인업을 들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최신 트렌드는 위 다섯 가지에 누가 적합한가를 놓고 갑론을박하다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해 간다"며 "개인은 복잡하지만 대중은 단순하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복잡함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걸러지고 대중적 깃발과 구호가 만들어진다"며 "예를 들면 지난 (박근혜)탄핵 때 '이게 나라냐?'는 대중적 탄식이자 대중적으로 수렴된 구호였다"고 강조했다.
"용감한 개혁' 원하는 권리당원, 송영길 지도부는?" "조직은 무용지물됐다"
정청래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과반을 넘는 '압승' 이유로 우선 "권리당원의 표심이 압도했다. 권리당원은 용감한 개혁을 선택했다"며 "강한 개혁의 추진력을 선택했다. 좌고우면이 아니라 빠른 실행력을 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리당원과 민주당 지도부의 괴리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며 "이 대목에서 걱정이 크다"고 했다.
즉 민주당 지지층은 신속한 개혁과제 처리를 원하고 있기에, 자신의 공약을 실천으로 보여주면서 강한 추진력을 보여준 이재명 지사에게 많은 표를 몰아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 송영길 대표 체제는 당심도 민심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두번째로 "국회의원도 한 표, 당원도 한 표다. 대의원표에서도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먹히지 않았다"라며 "조직은 무용지물이 됐다. 경선룰도 이재명을 응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5선 의원에 전남지사, 국무총리, 당대표 등을 지낸데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3년 가까이 국무총리로 재임하며 여론의 집중적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언론에서 '친문'이라고 호칭되는 의원들의 지원까지 많이 받았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의원 뱃지를 단 적은 없고 성남시장 그리고 경기지사 경력만 있어, 민주당 내에서는 조직력이 크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민주당 내 조직력은 분명 이낙연 전 대표가 월등히 앞선 게 분명한데, 현재 이재명 지사의 절반 가량 득표를 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 정세균 대선캠프를 보면 현역 의원 20여명이 몸담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정세균 전 총리는 현역 의원 한 명의 지원도 받지 못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거의 득표 차이가 없다.
정세균 전 총리는 6선 의원에 국회의장, 국무총리, 당대표, 장관 등 많은 주요직책을 맡았고, 계파에 수많은 의원들을 뒀음에도 이런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윤석열 게이트' 확산으로 '추미애가 옳았다'는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추미애 전 장관의 득표가 정세균 전 총리를 앞설 가능성은 더욱 높다.
"동원된 참여는 자발적 참여를 못 이긴다" "네거티브는 자신에 마이너스일 뿐"
정청래 의원은 세번째로 "자발적 참여가 대세를 갈랐다. 동원된 표는 투표율이 낮지만 자발적 참여는 투표율(열성도)이 높다"며 "동원된 참여는 자발적 참여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실제 지지하는 후보의 매력에 끌려 지지하는 이들의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물론 작게나마 정치후원금을 내기도 하고 캠프 일까지 자발적으로 도와주곤 한다.
정청래 의원은 네번째로 "네거티브는 대세를 좌우할 수 없다"며 "대중은 똑똑하다. 왜 저 말을 하는지 의도를 간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설령 사실일지라도 네게티브에 올라타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이재명 후보의 네거티브 중단선언은 시의적절했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캠프에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해왔다. 이재명 지사가 먼저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하며 정책 대결을 하자고 했음에도, 이낙연 캠프 측에선 공세를 계속해왔다.
특히 이재명 지사를 향한 '네거티브' 내용 중 상당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들을 재탕삼탕하는 것에 불과했고, 억지성 내용들도 많았던 만큼 지지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이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의 과거 참여정부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행적들까지 줄줄이 소환되면서 역풍까지 맞았던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다섯 째로 "민주당 경선룰은 조직이 약하고 바람에 강한 이재명 후보에 유리한 구조"라며 "국회의원도 한표.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대의원도 한표, 권리당원도 한표, 권리당원들의 캠페인에 영향을 받는 선거인단도 한 표"라고 설명했다. 대의원의 한 표가 권리당원의 수십 표 역할을 하면서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당대표 선거와는 차원이 달라서다.
정청래 의원은 이같은 다섯가지를 언급하며 "다시 말해 조직이 힘을 쓸 수 없는 경선룰로 짜여 있다"며 "권리당원은 조직의 오더가 통하지 않는다. 시대정신의 바램대로 바람처럼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경선은 권리당원의 바람이 바람을 일으키는 선거"라며 "이것을 모르고 열심히 조직하려 다녀봤자 꽝"이라고 설명했다.
정청래 의원은 "구시대적 유물같은 조직은 무용지물이 됐다. 진짜 조직력은 시대정신을 등에 없는 유권자 대중의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며 "너 몇 살이야? 너 몇 학번이야? 무논리로 과거의 경험과 연공서열만 고집하는 꼰대정신이 설 곳은 없어졌다"고 일갈했다. 그는 "미래가 안 보이는 과거의 영광은 현실에서 버림받는다"며 "몇몇이 선거판을 좌우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은 "개혁은 앞 물을 밀어내며 바다로 간다. 개혁은 바람처럼 물처럼 자연스럽게 목표지점을 향해 흘러간다"며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이게 시대정신이다. 조직은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