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토론회 당시 파이시티 인허가 사업(2009년 11월 허가)과 관련 자신의 재직시절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선거법 위반 해당)로 고발됐다. 이에 따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1일 서울시청 도시계획국을 포함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에 오세훈 시장은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주장을 꺼내들며 마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동일하다는 프레임을 짰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3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검찰-울산경찰청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 검찰수사에 의해 낱낱이 밝혀졌다”며 "관권을 동원한 불법선거 공작의 망령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고 강변했다.
오세훈 시장은 윤석열 검찰이 전국적으로 키웠던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사실이라고 단정짓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해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7일 "오세훈 시장이 울산경찰청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 발언을 했다"며 오 시장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황운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에 따른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오세훈 시장은 뜬금없이 청와대를 물고 들어갔다. 무책임하고 저급한 구태정치가 아닐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운하 의원은 "오 시장은 아무런 근거없이 경찰이 청와대 명을 받아 자신을 겨냥한 불법적 수사를 벌인다고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더욱 가관인 것은 윤석열이 대권야욕을 위해 날조한 이른바 울산사건을 여기에 끌어들였다"고 분노했다.
황운하 의원은 "윤석열이 검찰권 남용을 '살아있는 권력수사'로 미화하여 일시적으로 각광을 받긴 했지만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곧 사라질 운명임을 오세훈은 간파한 듯하다"며 "자신도 무턱대고 청와대만 물고 늘어지면 반문재인 정서에 기대어 야권의 대선 유력주자가 될 수 있고 나아가 단박에 윤석열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윤석열 전 총장이 '고발 사주' 파문 건으로 무너질 경우, 오세훈 시장도 대선을 노릴 수 있다는 추측인 것이다. 황운하 의원은 오세훈 시장을 향해 "김기현(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전 울산시장)에 이은 윤석열 수혜자가 되고 싶은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윤석열의 '없는 죄 만들고 있는죄 덮어 버리기' 술수에 김기현은 피해자 코스프레로 화답하며 가장 큰 수혜자가 된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황운하 의원은 "김기현이 원내대표가 되고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는 모습을 보며 오세훈은 자신도 이를 우려먹어 보자는 판단을 한 듯 하다"고 직격했다.
황운하 의원은 울산지방경찰청장 재임시절 울산고래고기 환부사건(경찰이 고래 불법 포획·유통사건을 수사하면서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일방적으로 피의자에게 돌려준 사건)을 비롯,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비서실장과 동생이 연루된 ‘레미콘업체 선정 강요 사건' '30억원 아파트 용역계약서 사건' 등 지역토착비리 의혹을 수사지휘했었다.
이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 지난 2018년 4월 황운하 당시 청장을 울산지검에 고소·고발한 바 있는데, 윤석열 전 총장 시절인 이듬해 11월 해당 사건을 뜬금없이 서울중앙지검이 맡도록 하면서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건으로 일을 키웠고 약 두달 가량 친검언론들의 검찰발 기사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이후 황운하 의원을 비롯해 송철호 시장,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거 불구속 기소됐는데, 그로부터 1년 반이 넘었음에도 1심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황운하 의원은 이에 대해 "혹세무민이 따로없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며 "윤석열의 지시에 따라 묻지마 기소를 감행한 검찰이 정작 재판과정에서 내놓은 증거는 법리는 커녕 상식에도 어긋나는 실소를 금치 못할 수준이었다"고 일갈했다.
황운하 의원은 "검찰은 울산경찰청이 수사착수, 진행, 보고 과정 그 어디에서도 청와대의 지시를 받았다거나 수사진행상황을 보고했다는 그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통상적인 절차에 따른 정상적인 토착비리 수사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황운하 의원은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 재판에 넘기고 이를 온갖 언론에 보도하도록 하여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다"며 "지금 시간도 정신적·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검찰의 횡포에 맞서 싸우느라 황금같은 시간을 허비하고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까지만으로도 피눈물나는 억울함의 고통은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의원은 "경찰의 통상적인 절차에 따른 정상적인 부패비리 수사를 청와대 하명수사로 둔갑시킨 윤석열의 죄상은 너무도 무겁다"며 "천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한편 오세훈 시장과 관련해 구설이 나오는 파이시티 사업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복합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었으며, 오세훈 시장이 재임하던 시기인 지난 2009년 11월 인허가가 났다. 당초 양재동에 화물터미널을 조성하려 했으나, 백화점과 업무시설을 들일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이 이뤄지면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왔다.
당시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인 강철원 현 서울시 민생특보(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는 인허가 과정에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인정되며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파이시티 사업은 이후 표류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