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에서 지난해 총선 직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을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측에 사주했다는 논란에 이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직전 경기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있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정치생명을 끊기 위한 표적수사가 진행됐다는 논란까지 터지며 파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혐의자를 강압수사하며 이재명 지사를 엮으려 했다고 지목된 곳은 서울중앙지검이다. 당시 중앙지검장 자리에는 윤석열 전 총장이 앉아 있었고, 또 강력부를 담당하는 중앙지검 3차장 자리에는 한동훈 검사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위치해 있었다. 2018년 1월 서울중앙지검 조직 개편(4차장검사 보직 신설)을 전후한 시기에, 강력부는 3차장검사 산하에 있었다. 강력부는 지난해 8월 법무부의 조직개편 당시 사라졌다.
KBS는 7일 단독보도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2017년 12월 당시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혐의로 구속된 코마트레이드 대표 이준석 씨(현재 수감 중)를 수사하면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비위행위를 진술하라는 압박과 회유를 했다고 전했다.
초기에는 수사 검사가 이재명 당시 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압박과 회유를 함께 약 3개월간 이어갔다는 게 이준석 씨가 밝힌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준석 씨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인력 지원한 적 없다"고 하자, 수사 검사가 돌변해 다음과 같이 반말을 하며 노골적인 협박을 가했다고 한다.
"당신 내가 우습게 보여? 질문은 내가 하는 거야. 당신은 대답만 해. 내가 좋게 좋게 이야기하니 우습지? 당신 내가 탈탈 털어서 최하 15년 이상 살게 해줄게. 당신 와이프, 형, 엄마, 내가 싹 다 공범으로 구속시킬 거야. 당신 회사도 전부 탈탈 털 거고 매스컴도 타게 해줄게. 구속 재판만 3~4년 받게 될 거야. 변호사비만 수억 쓰게 해줄게"
말을 듣지 않으면 별건으로 걸어 본인을 중형에 처하는 것은 물론, 부인이나 형제, 모친까지 '멸문지화' 시키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인 것이다.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상대로 행한 '멸문지화'와도 오버랩되는데, 검찰은 이런 '인질극'을 강행했다고 한다.
이준석 씨가 응하지 않자, 검찰은 이 씨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사건 두 가지를 끄집어냈다. 하나는 '업무상 배임' 건이었는데 이미 한 번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10년 전의 '폭행' 건이었는데 이미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것이다. 따로 추가된 사실관계가 없었음에도 해당 건들로 다시 기소했다.
또 모친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회사 직원들에게 식사를 공급한 것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하려 했고, 회사에서 홍보를 담당하던 부인이 동생과 함께 운영하는 꽃집에서 회사나 직원들이 사용할 꽃을 공급한 것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가족들까지 '인질'로 삼아 검찰이 협박했다는 것인데, 이준석 씨에 따르면 수사 검사가 이렇게 협박했다고 한다.
"그런데 너 와이프는 왜 전화 안 받냐? 네가 시켰냐? 우리가 꼭 체포해야겠냐? 그런데 엄마 아빠 다 구속되면 애들은 누가 보지? 그건 아니지 않냐?"
이를 단독보도한 이재석 KBS 기자는 8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씨를 수사한 김모 검사에 대해 "이재명이라고 3음절을 이야기한 적은 없고. 항상 SNS 좋아하시는 그분 성남에서 축구 좋아하시는 그분 이런 식으로 돌려 말했다"며 "오히려 이준석 전 대표가 말하는 것의 어떤 구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석 기자는 "이재명이라는 3음절이 안 나오더라도 발화자나 청자 모두 이재명을 인식하고 대화가 계속 됐던 것"이라며 "'그런 일 없습니다. 뭐가 없어. 이야기해봐'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으니까 이거는 뭐 누가 봐도 이재명 시장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석 기자는 “본인(이준석 씨)의 휴대전화가 다 포렌식 되어서 거기에 통화 내용이나 카카오톡 같은 SNS 내역이 다 오픈이 됐을 거 아닌가. 거기에는 이재명이 아니라 은수미 현 성남시장이라든가 성남 지역의 국회의원인 김태년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내역이나 메신저 내용도 일부 있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그 부분은 강력부 검사가 지나가는 말로 통화 자주 하나보네, 이 사람들하고. 이렇게만 언급하고 아예 묻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은수미 현 시장은 지난 2016년 총선 낙선(성남 중원구) 이후 성남시장 출마를 준비중이었고, 김태년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해당 지역(성남 수정구)의 국회의원을 3번(현재는 4번) 지낸 중진 의원으로 이들 모두 성남시를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들이다.
이재석 기자는 "(강력부 검사가)'우리도 다 수사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인력상 여건상. 너랑 친한 SNS 좋아하는 그 사람이랑 경찰 고위직 한두 명만 하자'(고 제안했다)"며 “(이준석 씨가) 회유와 압박에도 계속 ‘그런 사실 없다’ ‘부정한 청탁이나 로비 없다’ 이런 식으로 줄곧 얘기하니까 그때부터 협박성 발언과 별건수사와 가족을 상대로 한 각종 수사가 진행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석 기자는 "또 다른 한 줄기로 저희가 보도한 거는 이것도 과잉수사인데 가족들을 상대로 이제 속칭 탈탈 털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수사들이 진행됐다"며 "엄마 또 아내 그리고 이준석 씨의 어떤 사생활 이런 것들까지도 다 먼지털이식 수사를 해서 기소하거나 압박용 수단으로 삼거나 이런 것들을 저희가 다 확인해서 법률 자문단의 진단을 받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이재석 기자는 "제가 3월부터 취재를 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이제 간헐적으로 취재가 쭉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이 시점을 잡은 거고 저희는 당초에 이번 주를 보도 시점으로 잡았다"며 "그런데 의도치 않게 뉴스버스 기사(윤석열 전 총장의 '고발 사주' 파문)가 지난주에 나갔다"고 전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김모 검사는 'KBS' 취재진에 "마땅히 필요한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고, 직속상관이었던 강력부장 박모 검사도 “모든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었다”며 역시 원론적 입장만 짧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