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지난해 4월 총선 전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시 측근과 국민의힘이 연결된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몸통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기자회견을 각각 열어 의혹 해소에 나섰다.
김웅 의원은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가 된 해당 고발장은 제가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유승민캠프 대변인직을 사임했다.
김 의원은 “당시 대화는 보도된 고발장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가 최강욱 의원 관련 문제를 당내에서 최초로 제기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었고, 실제 보도된 본건 고발장은 저와 관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가 정치공작에 가담했다는 루머를 퍼뜨리는 세력이 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유포이며 엄중히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본건 고발장 등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며 “하지만 모 매체의 기사에 나온 화면 캡쳐 자료에 의하면 제가 손모씨라는 사람으로부터 파일을 받아서 당에 전달한 내용으로 나와 있다. 이 자료들이 사실이라면 정황상 제가 손모씨로부터 그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고, 명의를 차용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락가락 해명으로 논란을 더 증폭시킨 점을 고려, 해명에 나섰지만 법률적 책임을 면하려는 면피용 발언으로 또다시 ‘맹탕’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조작 가능성’을 전제로 하면서도 “손모씨로부터 그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은 인정했다. 고발장이 윤 전 총장의 측근인 손준성 검사에게서 나온 것을 확인한 것에 의미가 있다.
김 의원 해명 기자회견 이후 오후 4시 30분 윤 후보(전 검찰총장)가 같은 장소인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후보는 원고도 없이 시종 격앙된 목소리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앞으로 정치공작하려면 잘 준비해서 제대로 좀 하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번번이 선거때마다 이런 식의 공작으로 선거 치러도 되겠나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여러분 앞에 섰다”면서 “(정치공작을 하려면) 인터넷 매체나 재소자(KBS가 7일 보도한 2018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국제마피아파' 출신 사업가 이모씨를 수사하면서 이재명 지사를 엮을려고 부당한 압박 수사와 가족 등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의미)를 통하지 말고, 의원들도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하라”면서 “시나리오가 뻔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페이퍼든 디지털 문건이든 작성자가 확인돼야 신빙성 있는 근거로서 의혹도 제기하고 문제도 삼을 수 있다”면서 “그게 없는 것은 소위 괴문서다. 괴문서로 국민을 혼돈에 빠뜨리지 말라”고 하면서 ‘고발장’을 실체없는 괴문서로 지칭했다.
또한 윤 후보는 제보자를 향해서는 “(기자들도) 그 사람 신상을 아실텐데 과거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 모르는 사람이 없고 모두 알 것”이라며 “그가 어떻게 갑자기 공익제보자가 되나. 폭탄 던져놓고 숨지말고 디지털문서의 출처, 작성자를 정확히 대라”고 했다. 이어 “나를 국회로 불러달라”면서 국회 국정감사나 현안질의 등 진상규명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
시종 격앙된 목소리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윤 후보는 또 인터넷언론을 작은 언론으로 폄훼하는 실언을 저질렀다.
윤 후보는 회견 말미에서 “앞으로 정치공작 하려면 인터넷 매체에 하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기자가 “메이저 언론이 아니면 의혹을 보도할 수 없느냐”라고 묻자 윤 전 총장은 “처음부터 독자도 많고 이런 데다 해라. 어차피 다 따라올 텐데”라며 “KBS·MBC에서 시작하든지, 아니면 더 지켜보든지”라고 답했다.
윤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같은 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의원이 직격탄을 날렸다,
홍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후보가) 아직 직접 연루됐다는 혐의도 없는데, 갑자기 중대발표를 할 듯이 언론 앞에 나타나 메이저 언론도 아닌 ‘허접’한 인터넷 언론이 정치공작 한다고 언론과 국민 앞에 호통을 쳤다"면서 "네거티브 대응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며 "오늘은 실언이 아니라 옛날 버릇이 나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는 군림하는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받들어 모시는 정치판"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 후보의 기자회견은 캠프도 전혀 모를 정도로 윤 후보 독단으로 긴급하게 열렸다고 한다. 머리 모양도 정돈되지 않았고, 손엔 원고도 들려있지 않았으며 흥분된 상태이서 시종 격앙된 목소리로 15분간의 기자회견을 이어 나갔다.
처음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됐을 때 윤 후보는 “자신과 상관없다. 수족이 다 잘려서 고소도 안되는데 고발이 가능하겠느냐?”며 선을 그으면서 원론적인 대응을 유지했다. 그러나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반영한다.
지금 윤 후보는 진퇴양난의 국면이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홍준표 후보가 기세등등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소극적 대응을 하다가는 그대로 밀려 버릴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있다. 수세 국면에서 상황을 역전 혹은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 하는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윤 후보가 직접 연루됐단 증거는 없다. 이같은 배경에서 지지층의 동요를 막고, 세결집을 위해 강공모드로 나선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간과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
KBS와 <한겨레>의 연속 보도로 윤 후보 측근인 손준성 검사의 고발장이 김웅 의원을 통해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전달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KBS와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현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이었던 조모 변호사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을 작성할 당시 당에서 받은 고발장 '초안'이 당무감사실장이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변호사는 당으로부터 고발장 초안을 받아 다듬어서 검찰에 접수했다고 했는데, 초안 전달자가 당의 책임있는 직책에 있는 당무감사실장이었고, 이 고발장이 김웅 후보(당시)가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전달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고발장인 것이다.
그동안 ‘고발 사주’ 의혹 관련 한발 물러난 자세를 취해온 국민의힘도 당 공식 조직이 의혹에 관여됐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진상조사나 검증을 진행할 수 있는 대응 조직 설치를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라며 "해당 문건이 전달된 유일한 경로가 김웅 의원인지 아니면 공익 제보를 신청한 분이 다른 경로로 전달한 것인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당내 대선주자인 장성민 후보가 지적했듯이 '윤석열 덫'에 걸려 개인의 리스크가 당의 리스크로, 또 정권교체의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 측근을 통한 검찰권력과 국민의힘의 연결되면서 리스크가 당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격앙된 윤 후보의 ‘고발 사주’ 해명에 묻혔지만, ‘재소자’ 발언 또한 핵폭탄급 사안이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정치공작을 하려면 인터넷 매체나 재소자를 통하지 말라”고 하면서 본인 스스로 ‘재소자’ 문제를 끄집어 냈다.
문제의 재소자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이재명 지사를 엮기 위해서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국제마피아파' 출신 사업가 이모씨를 수사하면서 부당한 압박 수사와 가족 등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며, 7일 KBS 보도로 알려진 사안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이씨를 상대로 이 지사의 비위 의혹을 털어놓으라며 압박했고, 압박이 통하지 않자 가족들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또한 ‘고발 사주’와 마찬가지로 검찰의 찍어내기식 과잉수사임이 드러나고 있다.
해당 보도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은 "인권보호관실에서 사실관계와 인권침해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이 문제 또한 조사가 확대될 것이다. 윤 후보로서는 ‘고발 사주’ 못지않은 대형악재임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언급했다.
그러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상황을 반전시킬려던 윤 후보가 오판한 것은 따로 있다.
윤 후보로서는 ‘의혹’ 국면에서 수세에 몰리기 보다는 공세로 전환, 지지층의 동요를 막고 세결집을 위해 강공책을 썼지만, 이런 경우는 지지율이 압도적이거나 경쟁자가 없을 경우 유효하다. 대선후보는 ‘지지율이 깡패’라는 말이 있듯이 지지율이 받치고 있으면 이른바 네거티브나 불리한 국면에서 역공을 취하면서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내 경쟁자인 홍준표 후보가 턱 밑까지 추격, 윤 후보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감찰과 대검 조사, 그리고 공수처가 움직이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에 이재명 지사를 노린 표적 수사 등이 실체를 드러내면 낼수록 ‘윤석열 불안감’은 커질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부인과 장모 등 ‘처가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검찰출신 홍 후보가 ‘곧 닥칠 위기’라는 윤 후보의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된다. 그동안 ‘돌고래급’ 윤 후보 때문에 토론 한번 없이 학예회 수준의 맹탕으로 흥미도 관심도 못끌어 다른 후보들의 원성이 높았다. 이제 여타 후보들이 벼르고 벼른 검증이 시작되는 날선 토론이 시작될 것이다.
후보간 토론에서도 윤 후보 특유의 격앙과 호통이 어떻게 나오는지 더 지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