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메이저 언론 통해 문제 제기해라".."아직도 총장놀음"
송영길 "후보 시절부터 저렇게 윽박..권력의 자리 가면 어떨지"
[정현숙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로 나선 윤석열 후보가 8일 고발 사주와 관련한 기자회견 이후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치인의 기자회견은 자신을 알아 달라는 국민을 향한 호소다. 하지만 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모른다, 괴문서, 정치공작"으로 치부하면서 손가락을 휘젓고 윽박 지르는 수준의 언행을 보였다.
이날 윤 후보는 기자회견 서두에서 "국민들께 드릴 말씀과 정치권에도 할 말이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나온 말이 잔뜩 화가 나 "내가 그렇게 무섭냐"라고 일갈했다. 협박에 가까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대선후보로서의 자질에 불신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서 나온 고발장을 가리켜 '괴문서'라고 불렀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찌라시와 같은 괴문서가 아니라 '고발 사주' 고발장은 고발인 이름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형태를 갖춘 3가지 버전의 '최강욱 고발장'이다.
또 윤 후보는 "앞으로 정치공작을 하려면 인터넷매체나 재소자, 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차별없이 대해야 하는 대통령 후보로서 부적절한 인식이자 약자를 경시하는 편협한 ‘언론관’을 드러냈다는 비난이 무성하다.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처음으로 제기한 '뉴스버스'가 인터넷매체라는 점을 겨냥해 ‘신뢰할 수 없다’고 단언한 것이다. 하지만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는 조선일보와 TV조선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기자 출신으로 과거 신정아 사건부터 2016년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특종을 쏟아냈다. 그는 매체에서 사회부장 등을 역임했다가 미투 혐의로 해고당했지만 끝내 무죄 혐의를 받아내고 뉴스버스를 설립해 현재 발행인으로 있다.
윤 후보가 메이저 언론 운운하며 뉴스버스를 인터넷 매체라며 깎아내린 것은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 메신저를 공격해 메신저의 주장을 불신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여권은 물론 시민사회도 윤 후보의 특권의식에 젖은 언론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후보의 과거 '120시간 근무'와 가난한 사람들은 질 낮은 음식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부정식품' 발언에 이어 이번 메이저 언론 발언을 두고 소수자나 약자를 폄훼하는 인식이 또다시 확인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에 대해 설명하면 되지, 국민을 상대로 윽박지르는 태도는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분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며 "후보 시절부터 저렇게 윽박지르면, 권력의 자리에 가면 어떨지 국민들은 걱정이 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 앞에 성실하게 설명하는 자세가 아니라 ‘증거를 내놓으라, 제보자가 누구냐,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윽박지른다”라며 “자신들이 언론중재법을 비판하던 때와 반대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의 ‘메이저 언론’ 발언을 두고 ”김건희씨는 왜 신생매체인 뉴스버스에 인터뷰를 했느냐“라고 되물었다.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도 없고, 상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국회에 와서 국민을 상대로 윽박지르고, 화내는 모습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책상 치면서 소리치던 모습과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라고 질타했다.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독재자 전두환이 말하던 ‘건전언론 육성’을 통한 ‘언론사 통폐합’의 악취가 윤석열 후보에게서도 진동한다”라며 “윤 후보가 생각하는 메이저 언론은 어디까지이고, 인터넷매체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정치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솔직히 말하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총장 그만둔 지가 언젠데 아직도 총장 놀음인가. 본인 지휘하에 벌어진 검찰의 정치 개입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고 사과하는 것이 먼저”라고 몰아붙였다.
이재명 대선캠프의 이경 대변인도 "보도를 한 언론사가 메이저 언론이 아니라고 폄훼했다"라며 "메시지로 반박을 못 하니 메신저를 공격하자는 뻔한 수작"이라고 힐난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조중동처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써주는 '메이저 언론'만이 언론이라는 식으로도 들린다. 얼마전 윤 후보는 '언론중재법'이 악법이라면서 자신과 가족에 대한 언론사 고소는 당연하다는 이중적인 인식을 보여 많은 비판을 받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가 국민들이 시청하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무섭냐?'고 언성을 높인 이유를 두고 "그에게 국민은 자신 앞에서 눈치 보고 벌벌 떨던 비루한 (잠재적) 피의자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에게 기자는 ‘단독’ 구걸하고 술 얻어먹는 관리대상일 뿐, 하물며 '메이저 언론'도 아닌 한낱 ‘인터넷 언론’ 따위야…"라며 "요컨대, 그는 국민과 언론을 무서워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서 '내가 무섭냐?'라는 질문은 '날 무서워해야 할 것이다'라는 겁박의 다른 표현이다"라고 꼬집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안도현 시인은 9일 트윗을 통해 "윤석열의 비루한 언사는 한국어의 품격을 심하게 떨어뜨렸다. 말을 칼 휘두르듯 사용했고 어휘를 부문별하게 구사했다. 윤석열의 언어는 저자거리 포악한 조폭의 언어다. 공정과 상식의 선을 넘었다. 스스로 택했다는 정면돌파 전략은 그를 급격하게 하락시킬 것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