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탄로에 국힘 전체로 번지는 조직적 개입 정황..지도부도 사전 인지
[정현숙 기자]=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이 국민의힘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발장의 원본을 전달한 인사가 법사위 소속 정점식 의원으로 확인되면서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정황이 드러날 조짐이다.
9일 'CBS노컷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 지도부도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정점식 의원은 당시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매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8월 법사위 소속 정 의원이 해당 고발장 초안을 당무감사실에 전달했고, 당무감사실은 다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인 조상규 변호사에게 전했다"라며 "당 지도부도 이미 당직자들에게 보고를 받아서 이미 이 사실을 다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상규 변호사가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진 '최강욱 고발장' 초안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월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초안과 매우 흡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힘은 지난 2일 '뉴스버스'가 해당 의혹을 보도한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한 규명에 무게를 뒀지만, 당이 직접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준석 대표는 그동안 해당 고발장이 당으로 접수된 내용이 없다며 '당무 감사'로는 확실한 조사가 힘들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점식 의원이 이를 당무감사실에 이첩한 확실한 기록이 나온다면 국힘 역시 윤석열 검찰과의 고발 사주 커넥션으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 의원과 당시 당무감사실 관계자는 모두 휴대폰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다. 정 의원은 전날 TV조선과의 통화에서 "8월경 해당 보고를 받은 뒤, 공익적 목적에 따라 당무감사실에 전달했다"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손준성 검사나 김웅 의원, 현재 제보자로 거론되는 인사 등은 이 초안과 전혀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고발장을 제출한 조상규 변호사는 당 당무감사실 관계자로부터 '초안'을 전달 받았고, 이 관계자는 지난해 8월 20일 정점식 의원실에서 해당 파일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정 의원은 해당 초안을 누구로부터 받았는지에 대해선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당 소속 법제사법위원이나 의원일 가능성은 있다"라고 했다.
고발장 이해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국회 현안질의에서 최강욱 대표를 몰아냈던 국힘은 당 내부에서 고발장을 전달한 인사가 법사위 정점식 의원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됨에 따라 진퇴양난이 됐다. 아울러 당 지도부에서 이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모르쇠하다가 조직적 개입 정황이 제기되면서 당의 존립 기반까지 흔들려 수습에 고민하는 모양새다.
이준석 대표는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이날 오전 당 최고위 산하에 '공명선거추진단'을 구성해 고발사주 의혹 관련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추진단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비단주머니가 벌써 소진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과 함께 최순실 국정농단 못지 않게 '고발 사주'라는 희대의 국정농단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제원이 의도하지 않게 불어버린 윤석열과 정점식 고리의 진실
이날 고발장의 당사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IT전문가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의 SNS글을 인용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장으로 있는 장제원 의원은 지난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지금까지 언론도 정치권에서도 미처 상정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부각시킨 매우 중요한 발언을 했다.
"윤 후보가 진짜 야당의 고발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그 당시에 법률 지원 관련된 책임자가 정점식 의원입니다. 정점식 의원이 책임자고, 윤 후보와 정점식 의원은 가장 가깝습니다. 그분에게 전달해가지고 바로 고발하는 게 맞지, 왜 건너건너 가지고 이런 짓을 하죠?" -장제원 의원 KBS 라디오 발언-
박 대표는 "장제원의 매우 합당한 논리에 따르면, 고발장 전달 경로로서 '손준성->김웅' 경로 외에, '윤석열->정점식' 경로도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그는 "정점식이 드러나기 전 당시에는 장제원이 윤석열의 관여 가능성을 배제하려던 의도로 한 발언이었지만, 정정식의 관여가 사실로 드러난 지금에는, 오히려 윤석열의 직접 관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가 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방송에서 장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정점식 의원은 '윤석열 후보와 가장 가까운 사이'이고, 이미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정점식이 검찰에서 작성한 고발장이 전달된 핵심 단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발 사주 늪에서 벗어나려다 도로 빠져 버린 꼴이다.
박 대표는 "장제원 말대로 '윤석열과 가장 가까운 정점식'이 이번 '윤석열 고발사주 게이트'의 핵심 연결고리였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장제원은 '윤석열과 가장 가까운 정점식'한테 한번 물어나보고 떠들었어야지. 국힘 내 윤석열의 왼손이 윤석열의 오른손을 저격한 셈이 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