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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고집이 불러온 혼란·갈등, 10년전 '오세훈' 교훈..
정치

선별 고집이 불러온 혼란·갈등, 10년전 '오세훈' 교훈 잊었다?

고승은 기자 merrybosal@hotmail.com 입력 2021/09/11 00:01 수정 2021.09.11 13:18
홍남기 제어 못한 민주당, 원성 폭발에도 88%→90% 올리겠다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 고승은 기자 ] = '소득 하위 88%'에 지급하는 5차 재난지원금 관련 부작용이 예상대로 속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왜 나는 제외됐느냐"며 이의신청을 제기, 최근 나흘 동안 5만4천건이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불과 2~3만원 더 '두텁게' 지급하겠다며 '선별'을 고집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여기에 호응한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늘공'인 홍남기 부총리 하나 꺾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결국 큰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불러온 셈이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1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어제(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약 5만 4천 건이 접수됐다. 하루에 한 1만 3천 건 규모"라며 "이의신청 사유를 보니까 가족 구성 변경, 최근에 혼인을 했거나 해외 체류 중인 가족이 귀국해서 구성원이 늘었다, 그래서 기준을 재검토해달라, 이런 게 제일 많다"고 밝혔다.

결국 2~3만원 더 '두텁게' 지급하겠다는 선별 방침 때문에, 수많은 공무원들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큰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불러오고 있다. '선별'을 고집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그를 꺾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국 2~3만원 더 '두텁게' 지급하겠다는 선별 방침 때문에, 수많은 공무원들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큰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불러오고 있다. '선별'을 고집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그를 꺾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현희 위원장은 "건강보험 조정 건이 그 다음인데 지역가입자 경우에 작년 소득기준으로 지급대상 여부를 판단하는데 '최근에 폐업을 했다, 소득이 크게 줄었다 그래서 기준을 재검토해달라' 이런 내용이 한 35% 정도 두 가지 사유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소득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건강보험료를 '선별' 기준으로 삼으면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권익위는 지난 6일부터 11월 12일까지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서 국민지원금 관련 이의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이의신청 사유는 올해 7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출생, 해외 체류자 귀국 등으로 가족 관계가 변동되거나 소득이 감소한 경우 등이다. 이처럼 공무원들이 일일이 '선별'하고 또 이의신청까지 번거롭게 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2~3만원 더 '두텁게' 지급하겠다는 선별 방침 때문에, 수많은 공무원들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온갖 복잡한 절차를 거치니, 당연히 엄청난 행정력이 낭비된다. 그 뿐 아니라 가계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정작 못 받은 사람들도 많을 수밖에 없으니, 이들 입장에선 강한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역시 '선별' 행위는 코로나 장기화로 지칠대로 지친 시민들에게 또 한 번 사회적 분노만 촉발시키는 최악의 행위였음이 또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돈 주고 욕먹는'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야 곳간지기를 자처하는 자신들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민주당 입장에선 10년전 '무상급식'을 반대(선별 급식)하며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투표율 미달로 물러났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철을 계속 밟고 있는 모습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 사건의 여파로, 정치적으로 재기하는 데 거의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 때 이후로 '보편 복지'라는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정착됐고 큰 교훈까지 남겼음에도, 이마저도 까맣게 잊고 있는 셈이다. 

10년전 '무상급식'을 반대(선별 급식)하며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투표율 미달로 물러났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 그 때 이후로 '보편 복지'라는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정착됐고 큰 교훈까지 남겼음에도, 이마저도 까맣게 잊고 있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10년전 '무상급식'을 반대(선별 급식)하며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투표율 미달로 물러났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 그 때 이후로 '보편 복지'라는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정착됐고 큰 교훈까지 남겼음에도, 이마저도 까맣게 잊고 있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지난 세 차례의 '선별' 지급 과정에서 각종 폐단이 속출하고 효과도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는 것이 확인됐는데, 아직도 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을 향해선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갖고도 왜 홍남기 부총리 하나 제어하지 못하냐는 불만이 폭주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이의신청이 폭주하면서 진화에 나서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역시 근본적인 것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9일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최대한 이의신청에 대해서 구제하는 방안은 당도 정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리겠다"면서도 "저는 88%보다는 조금 더 상향,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아서 최소한 90% 정도"라고 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국민들도 상위 10%에 대해서는 재산이나 소득이나 이런 부분에서 상대적 여유가 있고, 보고서에 의하면 보도도 됐다"며 "그 정도는 국민들이 상위 10%가 받지 않고, 대신 어쨌든 캐시백이라고 하는 간접방식으로 조금 보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조금 더 경계점에 있는 분들이 억울함 없이 받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해당 발언의 취지는 2%를 올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90%에겐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또 90.1%에 속하는 사람들은 또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결국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만 가질 사람들은 여전히 많을 수밖에 없고, 선별하고 또 이의신청까지 받는 행정비용까지도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처음부터 '전국민 지급'헀으면 아무 문제없을 일이었다.

'소득 하위 88%'에 지급하는 5차 재난지원금 관련 부작용이 예상대로 속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왜 나는 제외됐느냐"며 이의신청을 제기, 최근 나흘 동안 5만4천건이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소득 하위 88%'에 지급하는 5차 재난지원금 관련 부작용이 예상대로 속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왜 나는 제외됐느냐"며 이의신청을 제기, 최근 나흘 동안 5만4천건이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취재진에 "이런 문제(이의 신청)가 전국민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던 근거 중 하나"라며 "그럼에도 재정당국과 야당 쪽에서 반대가 워낙 강해서 결국 협상과정에서 그렇게(88%에 지급) 된 것"이라고 기재부와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그래서 지금도 전국민 지급이 맞지 않았냐는 말씀들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고용진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다시 선회할 수 없느냐는 질문엔 “이의신청을 받아서 하는 것들은 현재 추경안 범주 내에서 처리가 가능할 텐데 이것과 다르게 협상해 틀을 바꾸는 건 어렵다”며 부인했다. 거대여당의 '당론'조차 관철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보이고도, 비난의 화살만큼은 회피하겠다는 태도로 읽힐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지난해 봄 시장에서의 효과가 명백하게 입증됐던 '전국민 재난지원금' 방침을, 이낙연 전 대표 체제에서 '선별'로 틀며 이런 부작용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통신비 2만원마저도 '선별' 지원하며 구설을 키웠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놓고도 이를 고치지 않으면서, 이후 끼운 단추들까지 줄줄이 잘못 끼워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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