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소득 하위 88%'에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5차 재난지원금 관련 부작용이 예상대로 속출,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수없이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닷새 간 접수된 이의신청 건수만 7만2천건을 돌파했다. 불과 2~3만원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선별'을 강행한 기획재정부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론을 정해놓고도 관철시키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에 비판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이같은 '부작용' 속출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11일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전국민 100% 지급에 나서야 한다"며 "코로나19로 더 없이 힘든 국민들에게 좌절감과 소외감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차별이 아니라 공평하게, 배제가 아니라 통합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본소득'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이재명 지사는 늘 일관되게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코로나상생국민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분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첫 지급이 시작된 이후 5일간 이의신청만 7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선별지급을 결정할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국민 보편 지급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지사는 "기재부가 확정한 지급대상은 애초 발표했던 88%보다 못 미친 83.7%로 4,326만 51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애초 대상자중 220만여 명(4.3%)이 더 제외된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당초 발표한 '선별' 기준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지사는 '88% 선별' 지급에 대해 “모호한 기준에 따른 혼란과 배제에 따른 차별, 소외감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결과적으로는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됐고, 갈등만 커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88% 선별' 기준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했는데 자산이나 소득과의 차이. 직장보험과 지역보험 가입자의 형평성 등이 제기됐다. 또 건강보험료가 소득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다보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선별'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며, 코로나 장기화로 지칠대로 지친 시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고 분노케 하는 것이다. 굳이 선별하고 싶으면, 전국민 지급했다가 연말정산 등으로 환수하면 간단한 일임에도 이런 최악의 행위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이 속출하자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의신청을 최대한 구제하고 88% 기준도 90%로 2%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방침에 이재명 지사는 "이의신청을 받아준다고 해서 혼란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지급대상을 90%까지 늘린다고 해도 마찬가지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다. 90%는 되는데 왜 90.1%는 안 되는지 합리적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결국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조차 못하는, 하나마나한 얘기에 불과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책의 일관성도 없고 불필요한 행정력과 비용까지 낭비되는 것도 마찬가지라서다.
이재명 지사는 "지금이라도 바로 잡았으면 한다. 방역을 위해서라도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지원금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지사는 '또 국가빚을 내느냐'는 지적을 겨냥해선 "재정여력도 충분하다. 7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세수가 55.1조원 증가했다"며 "세정지원에 대한 기저효과, 추경예산 기반영 등을 반영한 실제 초과세수분은 10.8조원 가량 된다. 지방재정도 여력 있다. 금년도 2차추경에 반영된 지방교부금이 약 6조원이고, 지방세수 초과분도 상당하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열린캠프 선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도 10일 페이스북에서 '88% 선별' 기준을 90%로 올리겠다는 당의 방침에 대해 "고생하는 국민과 흥정하자는 거냐"라고 반발했다.
우원식 의원은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분류한 '계급표'가 등장하고, 재난지원금 대신 자부심을 받았다는 불만과 냉소가 가득하다"며 "애초에 재원 문제가 아니었다. 기재부의 독단이었으며 아집이었다"라고 일갈했다.
우원식 의원은 "지금 폭발하는 불만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이고 당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적했던 사안"이라며 "관료주의의 고집을 막지못한 당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의원은 "코로나로 다 같이 전쟁치르고 있는 가운데 특정 국민 배제하고 그것도 모호한 기준을 만들어서 가르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라며 "재난지원금의 선별지원으로 불필요한 갈등과 불만을 만든 데 대해 국민께 면목이 없다"고 했다.
우원식 의원은 기재부를 향해 "자신이 곡간의 주인인 것처럼 길을 내겠다고 하더니"라며 "국가 재정의 주인인 국민의 뜻에 따라 재정운용을 하는 곳이 기재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예산으로 국정 철학이 무력화되고 주권자의 뜻이 외면받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