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1차 슈퍼위크'와 충청권, 대구경북권, 강원권의 순회경선이 끝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과반을 넘기며 대세론을 입증했다. 현역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면서도 지지자들과 유쾌한 선거전을 이어가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1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개혁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라며 "허울좋은 중도지향, 신기루 같은 외연확장, 국회의원 숫자놀음, 여의도식 정치공학은 언제나 공허하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나는 충청권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이재명 53% 내외의 과반 득표와 추미애의 3위 진입과 2위 위협 가능성을 예측했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그 이유로 다섯 가지 이유를 들었다. 정 의원은 우선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이 승부를 가른다"고 분석했다.
정청래 의원은 "권리당원은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이라며 "권리당원은 정치 고관여층으로 SNS로 적극 소통하고 뜻을 모아간다. 권리당원은 개혁후보로 이재명과 추미애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명한 개혁을 내걸고 있는 이재명 지사나 추미애 전 장관 모두 온라인 홍보에 능한데다, 수십만 구독자(대부분 정치 고관여층)를 보유하고 있는 민주개혁 성향 유튜버들로부터도 극찬받고 있다.
'변방사또'로 불리던 이재명의 '대세론', '혈혈단신' 추미애 약진
정청래 의원은 두번째로 "국회의원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회의원 지역구에서야 국회의원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지역에서는 조직의 강자"라면서도 "전국판의 큰 선거는 조직으로 바람을 이길수 없다. 국회의원 숫자로 대세를 장악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은 세번째로 "민주당 경선룰은 이재명 과반, 추미애 약진을 예고하고 있었다. 빵빵한 캠프와 조직, 이런 저런 국회의원의 지지선언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는 "자발적 권리당원의 열정은 기존 선거방식을 압도하고 있다. 혈혈단신 추미애의 약진이 이걸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역 국회의원들을 캠프에 많이 참여시켜 '조직력'을 과시하는 것은 대선과 같은 전국단위 선거에서는 '구태' 방식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현역 의원 20여명이 캠프에 참여한 정세균 전 총리보다 현역 의원 한 명의 지원도 받고 있지 못한 추미애 전 장관이 훨씬 높은 득표를 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에 비해 조직력은 분명 월등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최장수 총리를 지낸데다 당대표, 5선 의원까지 지내며 많은 현역 의원들과 원외위원장, 시·도의원 등을 조직표로 끌어모았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국회 경력이나 당의 요직 등을 맡아본 적이 없는 만큼 조직력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언론에서 누군가를 띄워주는 요소로 쓰이는 '화려한 학벌'같은 것도 이재명 지사에겐 없다. 그러나 자신의 공약을 실천으로 보여준 것과, '사이다' 발언 등으로 성남시장 때부터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 '대세론'까지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하는 거 더 잘하겠다'는 신뢰, '안 했는데 앞으로 잘하겠다'는 불신
정청래 의원은 네번째로 "정치 연설은 개혁 이미지를 이기지 못했다"며 "발군의 연설 솜씨와 청중을 매료시키는 사자후도 없었지만 말꾼이 일꾼을 이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반짝 변신이나 말의 향연은 무용지물이 됐다"며 "유권자 대중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고 걸어갈 길을 평가했다. 화장빨이 먹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장밋빛 공약 제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명박 씨가 내세웠던 '747 공약'(연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이나 박근혜 씨의 '경제민주화' 공약도 실천만 하면 한국을 '경제대국이자 복지국가'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과거 살아온 삶의 궤적이나 행동의 결과물들을 보면, 실천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결국 시민들은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그 과거 사례들을 보고 신뢰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지금 하는 거 더 잘하겠으니 밀어달라'고 하는 것은 신뢰받을 수 있지만, '과거에는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할테니 밀어달라'고 하는 것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가 연설에서 "이재명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 공약이행률 평균 95%가 이를 증명한다"고 한 점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중동 프레임'에 놀아나면 백전백패, "민주당 경선 지도부는 진보스피커들"
정청래 의원은 다섯번째로 "민주당 지도부는 권리당원과 유리되었다. 상층중심의 정치공학을 날려버렸다"고 했다. 그는 "진보 스피커들은 권리당원과 소통하며 이번 경선을 진두지휘했다. 민주당 경선의 지도부는 진보스피커들이었다"라며 "정권재창출을 열망하는 진보 스피커들은 분열없이 한 목소리로 개혁 후보를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은 "진보 스피커들과 진보 스피커 지지자를 무시하고는 이제 민주당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진보 스피커 귀한 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수십만 구독자(대부분 정치 고관여층)를 보유하고 있는 민주개혁 성향 유튜버들은 대부분 이재명 지사와 추미애 전 장관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며 이들을 적극 지원해왔다. 구독자들은 이에 동의했으며 소액의 정치후원금을 보낸다거나 온라인 홍보 등을 도와줬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 측의 경우 '이명박근혜 사면' 발언 이후 자신에게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서거나 혹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민주개혁 성향 유튜버들을 '블랙리스트' 문건에 올리며 열혈 지지층과 큰 각을 세웠다는 점이다.
실제 민주당의 수많은 정치인들은 이들 민주개혁 성향의 스피커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다. 몇몇 정치인들을 제외하곤 '자기 편'과도 거의 소통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지지층의 뜻과는 전면 반대되는 발언과 행동들을 수시로 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눈치를 보면서 그들이 짠 프레임 안에서만 놀아나면, 절대 이길 수 없고 실패 사례만 수없이 낳을 수밖에 없다.
정청래 의원은 "오늘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경선이 마무리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재명 과반과 추미애의 득표율이 관심사가 됐다. 이재명과 추미애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개혁성과 비주류"라고 강조했다. '선명한 개혁'을 내건 이재명 지사와 추미애 전 장관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공격을 수없이 받아온 공통점이 있다.
정청래 의원은 "이재명도 불과 몇달 전까지 지지하는 국회의원이 별로 없었다. 국회의원들이 이재명의 지지율을 끌어 올린게 아니다"라며 "이재명의 높은 지지율이 국회의원들을 끌어 모았다는게 정확한 말"이라고 단언했다.
정청래 의원은 추미애 전 장관에 대해서도 "추미애 캠프는 자발적 자원봉사자 조직"이라며 "한 장소에 모이지는 않지만 전국 곳곳에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열성적 지지자가 있다. 여의도 공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청래 의원은 "경선에서 보여준 권리당원과 민주당 지지층들이 보여준 개혁에 대한 열망을 당이 어떻게 수용하고 환골탈태할 것인가? 그 기조 위에 본선 승리를 위한 선대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고 민주당 지도부에 반문했다.
정청래 의원은 "시대는 물처럼 흐른다. 언제나 뒷물은 앞물을 밀어낸다. 뒷물이 개혁"이라며 "개혁은 언제 하고 언제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어제의 개혁이 오늘의 보수가 되고 내일의 수구가 된다. 개혁은 일신우일신과 같다"며 조속한 개혁과제 처리도 함께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