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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수렁에 빠진 윤석열, 약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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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수렁에 빠진 윤석열, 약점 잡혔다

이창은 기자 editor@newsfreezone.co.kr 입력 2021/09/15 03:10 수정 2021.12.27 08:59
‘사주 고발’ 의혹 ‘박지원 게이트’ 전환 실패, 박지원과 홍준표 협공 불러

[뉴스프리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까운 검찰 인사가 지난해 총선에서 야당을 통해 여권 인사들을 고발하려 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에 연관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권의 ’정치 공작‘이라 규정하면서 전방위적인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제보자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박지원 국정원장과 함께 홍준표 후보 캠프의 사람까지 묶어 고발하는 등 전선을 확대했지만 박 원장과 홍 후보의 반발로 파장은 더욱 커지며, 이 과정에서 윤 후보의 최대 약점이 부각되는 등 정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검찰발 ‘고발 사주’ 의혹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검찰'의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사 출신인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후보(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여권 정치인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과정에서 당에 문건을 전달하는 역할의 조성은씨가 지난 7월21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제보를 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윤석열 검찰’에 의한 ‘사주 의혹’이 구체화 되자 윤 후보는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원고도 없이 시종 격앙된 목소리로 “번번이 선거때마다 이런 식의 공작으로 선거 치러도 되겠나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여러분 앞에 섰다”면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앞으로 정치공작하려면 잘 준비해서 제대로 좀 하라”고 반격했다. 

지난 8일 윤석열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 중
지난 8일 윤석열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 '박지원 게이트'로 국면전환을 시도했지만, 어설프게 시도하는 바람에 박지원 국정원장과 홍준표 후보의 협공만 받게 됐다. (사진 국회공동취재단)

윤 후보는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 근거나 물증은 없었다. 이 상황에서 제보자 조성은씨가 지난 8월11일 서울의 한 호텔 식당에서 박 원장과 만났던 것으로 확인되고, 이어 지난 12일 SBS에 나와 이번 의혹의 보도 시점과 관련해 "사실 9월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박지원)이나 내가 원했던 거나, 내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고 말한 게 문제가 되어 마치 두 사람이 사전 기획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조성은씨의 언론 인터뷰 이후 윤 캠프는 ‘고발 사주’ 의혹을 ‘박지원 게이트’라 명명하며 박지원 원장에 대한 수사 촉구 요구 등 전면적인 공세로 전환했다.  

물론 조성은씨는 문제의 발언이 ‘무심결’에 나온 것이며, 전후 맥락상 언론보도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나온 것이라 해명했지만, 이런 내용은 중요치 않았다.  

윤 캠프 측과 국민의힘은 연일 ‘박지원 게이트’로 몰아가며 공세를 이어갔다. 윤 캠프는 한술 더 떠 8월 11일 모임에 조씨와 박 원장 외에 성명불상자 1명이 더 참석해서 모의했다며 13일  제보자 조씨 및 박 원장, 성명불상자 1명 등 3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국정원법·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윤 캠프측은 이 동석자가 특정 선거 캠프 소속이라고 주장하며 역공에 나섰다. 고발장에는 성명불상자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 인사가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 캠프의 이필형 조직본부장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측의 역공에 박지원 원장과 홍 후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홍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발 사주 사건에 우리 측 캠프 인사가 관여된 듯이 거짓 소문이나 퍼트리고 (동석자를) 특정해보라니 기자들에게 취재해보라고 역공작을 하고, 참 잘못 배운 못된 정치 행태”라고 윤 후보측을 공격했다. 홍 의원은 “야당 내 암투가 아니라 본인과 진실의 충돌에 불과하다”면서 “그런 작태는 5공시대나 통했던 음모 정치”라고 했다.

이어 홍 의원은 “그 사람들은 공격수로 따지면 초보 공격수”라며 “나를 공격할 ‘깜’이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이필형 본부장 또한 8월 11일 당일 여의도에 있었다며, 박지원 원장과 조성은씨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강력 부인했다. 

보다 강력한 반발과 주목할 발언은 박 원장에게서 나왔다.

박 원장은 '검찰 고발 사주'에 자신이 배후로 지목되자 "정치개입 그런 거 안 한다.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나"라며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철 CBS 대기자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박 원장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권 대기자에 따르면 박 원장은 자신에 대한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있는 윤 캠프를 겨냥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국회에서 내가 제일 먼저 터뜨린 사람이다. 모든 걸 잘 알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원장이 거론한 사건은 윤우진 전 서장이 현직에 있던 2011년 세무조사 무마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육류업자 김모씨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윤우진 전 서장의 동생이 바로 윤대진으로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이었다. 이같은 관계로 윤석열 전 총장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에 얽혀 있다. 

윤우진 전 서장은 윤석열 전 총장 등과 식사를 하고 골프를 치는 등 친분이 있었고, 윤석열 전 총장이 윤우진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윤 전 총장에게는 '아킬레스건'과 같은 사건이라는 평가인데 박지원 원장이 이를 거론하면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지 말라"고 한 격이다.

박 원장은 여야 통틀어 현존하는 정치9단이다. 게다가 가장 많은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장이기도 하다. 박 원장이 홧김에 ‘윤우진 사건’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 윤 후보의 이른바 ‘X파일’  중 가장 약점이 바로 ‘윤우진 사건’인데 이것을 슬쩍 흘리면서 경고 겸 노련하게 대중에게 사건을 부각시킨 것이다. 

홍 후보 역시 ‘사주 고발’ 의혹이 불거진 3일 윤 후보의 ‘정치 공작’ 해명을 두고 "곤경에 처하니 이제 별의별 말을 다 한다"며 "자신이 총장 시절에 정부에 불리한 고발이 들어오면 수사를 하지 않았나?“며 비판했다. 이어 "부인 주가조작 사건 대비나 잘 하시고 본인 청부 고발 의혹 사건이나 잘 대비하시라"며 "곧 위기가 닥칠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 ‘본인 청부 고발’이 바로 ‘윤우진 사건’을 두고 한 말이었다. 

박지원 원장이 소환하고, 홍 후보가 내내 강조한 ‘윤우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가 지난 10일 윤우진 전 서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빠른 속도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윤 후보측의 어설픈 ‘박지원 게이트’ 만들기에 홍 후보측 인사까지 저격했다. 이 바람에 이제 박지원 원장과 홍 후보 양쪽의 협공을 받게 됐다. 

애초 이 문제는 박지원 원장의 말대로 검찰측 ‘사주 고발’의 당사자인 손준성 검사의 고발장 작성과 김웅 의원이 당에 전달한 문건의 실체가 핵심인 사항이다. 제보자 조성은과 박지원 원장은 이른바 곁가지일 뿐이다. 공수처 수사가 진쟁중이니 곧 드러날 사항이다. 

여기에 14일 <세계일보> 보도로 지난해 3월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대검이 윤 전 총장 장모 연루 각종 사건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총장 장모 사건 대응 문건' 의혹에 대해 "윤석열 검찰이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야당과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과 가족에 대한 변호 활동까지 나선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장모 사건 대응 문건까지 작성한 정황은 자연스레 ‘고발 사주’의혹과 연결된다. 손준성 검사가 관여된 것은 이른바 ‘빼박’이다. 당내 정점식 의원실을 통한 고발문건도 드러났다. 

문제는 ‘고발 사주’ 의혹 자체는 윤 후보에게 큰 타격을 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고발 사주’ 의혹에 어설픈 대응으로 박지원 원장과 홍 후보를 통해 가장 큰 약점인 ‘윤우진 사건’이 부각되었고, 이는 경선이나 본선과정에서 윤 후보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된 것이다. 

윤 후보는 이제 더 이상 범야권 지지율 1위가 아니다. 최근의 지지율 조사에 의하면 홍 후보가 다자대결이나 범보수 후보 적합도에서 윤 후보를 제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결과 등록현황 참고)

홍 후보의 전략은 단순하다. “조만간 (윤우진 사건으로) 피의자가 될 사람을 대선후보로 뽑을 수 없다”고 외칠 것이다. ‘윤석열 리스크’에서 ‘윤석열 불안감’은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 할 것이다.

우리말 속담에 “여우 피할려다 호랑이 만난다”라는 말이 있다. 윤 후보측은 ‘고발 사주’ 의혹을 어설프게 벗어나려다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고, 내부 총질로 당내 갈등만 증폭시켰다. ‘장모 사건 대응 문건’에서 보듯 ‘검찰권력 사유화’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렁에 빠진 윤 후보,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더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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