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박형준 부산시장의 딸 최모씨(의붓 자녀)가 지난 1999년 1~2월 사이에 실시된 홍익대 1999년도 1학기 귀국해외유학생 입시전형에 응시한 사실이 부산지검의 수사결과 확인됐다. 박형준 시장 딸의 입시청탁 의혹은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제기됐던 수많은 논란들(엘시티 로얄층 2채 특혜분양 및 조형물 납품,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 반대단체 사찰 개입, 재산축소 신고, 국회 사무총장 시절 친인척 특혜채용 등) 중의 하나였다.
이에 따라 박형준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즉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도 충분히 제기된다. 기소될 경우 '당선무효' 선고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6개월로 10월 초까지가 데드라인이다.
박형준 시장은 선거 기간 당시 "제가 가족관계를 이루고 나서 그 일에 대한 기억이 없다"며, 딸이 홍대 입시에 응시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또 국민의힘 선대위는 박형준 시장의 배우자로부터 청탁을 받았다고 폭로한 김승연 전 홍익대 판화과 교수(올해 2월 정년퇴임)와 해당 보도를 한 '열린공감TV'의 강진구 기자와 '경기신문' 기자 등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었다. 박형준 시장은 여기에 5억 원의 민사소송도 추가로 제기했다.
여기에 하태경 의원은 "김승연 전 홍대 교수가 '카더라 통신'을 동원하여 박형준 후보 흑색선전에 앞장서고 있다"며 비방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박형준 시장의 딸이 입시전형에 응시했다는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응시조차 않았다"는 박형준 시장 측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취재진과 제보자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과 공개적 비방까지 이어간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출마한 하태경 의원은 취재진과 제보자를 맹비난했음에도, 정작 '경기신문' 측의 질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열린공감TV'와 '경기신문'에 따르면, 부산지검은 박형준 시장의 딸이 1999년 1월 25일 귀국해외유학생 입시전형에 서류를 접수했고, 2월 5일 실기시험과 면접에 모두 참여한 것으로 확인했다. 부산지검은 1999년 1학기 홍익대학교 귀국해외유학생 입시전형의 정원 1학년 4명과 2학년 2명이었으며 1학년 시험에는 5명 2학년 시험에는 1명이 응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승연 전 교수가 22년 전 기억을 떠올려 당시 입시전형에서 5명을 채점했다고 했는데, 이와 일치하는 것이다.
박형준 시장의 딸이 지원했던 1999년 귀국해외유학생 입시전형의 응시일정표를 살펴보면 오전 10시에 대기실로 들어가 10시 30분부터 14시 30분까지 실기시험을 봤으며, 15시 20분에 면접 대기실로 입장해 15시 30분부터 면접시험을 본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박형준 시장 배우자인 조현 씨는 검찰 조사에서 14시 30분에 실기시험 장소를 나와 15시 20분에 면접대기실로 들어가야 하는 일정에 비추어 볼 때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 모 교수를 만나 청탁을 할 수 있겠냐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열린공감TV' '경기신문'의 현장점검 결과 실기시험을 봤던 C동에서 이 모 교수의 사무실이 위치한 F동을 거쳐 면접장소인 문헌동까지 가는 시간은 보통 걸음으로 5분이면 충분했다.
앞서 김승연 전 교수는 지난 3월 '열린공감TV'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을 전후한 시기 미대 입시 실기시험이 끝나고 지금은 작고하신 이모 교수가 연구실로 불러 가보니 박형준 후보 부인과 딸이 와 있었다”면서 “이 교수가 오늘 우리 둘이서 채점을 하는데 잘 봐 두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김승연 전 교수는 “박형준 후보 부인의 청탁이 있은 후 대학 교무과 직원이 채점장에서 어느 것이 박형준 딸의 실기작품인지 알려줬다”며 “30점 이상 주기 어려운 실력이었지만 옆에 있던 이교수의 지시로 80여점을 줬다”고 폭로했었다. 박형준 시장 딸은 실기에서 85점을 받았으나 필기시험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해 최종합격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연 전 교수는 "1997년 개인전을 박형준 후보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에서 열 정도로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면서 “내가 다른 사람을 착각할 리도 없고 당시 박형준 후보 부인이 ‘우리 딸 떨어지면 안 된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고도 밝힌 바 있다.
김승연 전 교수는 지난 14일 '열린공감TV'에 출연해 "청탁을 안했으면, 제가 그 입시를 본 것을 어떻게 알며 그 딸을 어떻게 알고 그러겠나"라며 "그 딸이 유럽에서 공부한 걸 어떻게 알겠느냐"라고 했다.
김승연 전 교수는 박형준 시장 측을 향해 "제가 굉장히 화났던 부분은, 철저히 부정하고 자꾸 말이 바뀐다. 계속 거짓말이 나오고 '정치공작'이라 했다. 마치 상대방 당에 사주 받은 느낌을 줬다"고 질타하며 "제가 열린공감TV를 처음 만나서 취재할 때도 박형준이 부산시장 후보인 줄도 몰랐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는 "취재진에게 응시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있었음에도 개인정보법을 이유로 홍익대는 버티고 교육부도 별다른 수단을 강구하지 않아 결국 시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사안이 됐다"라며 "문제는 그 사이에 4.7 보궐선거가 끝났고 박형준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됐다는 것"이라며 홍익대와 교육부의 무능·무책임을 비판했다.
이밖에도 박형준 시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재임했을 당시 4대강 반대단체 사찰 논란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있다. 지난 7월 MBC에 따르면, 박형준 시장이 사찰 건에 개입했다는 국정원 문건이 또 공개됐다.
국정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월 국정원은 이명박 청와대의 요청으로 '4대강 살리기 현안대응 TF'를 구성했고, 4대강 반대 인사 20명을 선정해 특별 관리하겠다며 청와대 홍보기획관에게 보고했다. 다음 달 박형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4대강 사업 반대 인물 및 관리방안'을 이명박씨에게 직접 보고했으며, 이에 이명박 씨는 "보고서에 명기된 전체 인물을 잘 관리하라"고 지시했다고 국정원은 기록했다. 이명박 씨의 지시는 역시 그대로 이행됐다.
박형준 시장은 재보궐선거 당시 TV토론회 등을 통해 "국정원 불법 사찰에 관여한 적도, 알지도 못한다" "4대강은 내 업무범위도 아니었다"고 하는 등 사찰 논란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MBC 보도 이후 민주당에선 박형준 시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었다. 박형준 시장은 해당 건으로도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박형준 시장이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되면 공직선거법 250조 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여기서 박형준 시장의 잔여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나오는데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걸 감안하면 그가 중간에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재판을 받게 될 경우, 박형준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받을 가능성도 재선을 노릴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박형준 시장 입장에서도 만약 재선이 된다 할지라도 언제든 시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을 염두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확정되면, 선거비용 보전 금액까지 국고로 다시 반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