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주두옥 기자= 거리 두기, 집합금지, 마스크 쓰기는 일상과 삶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 방역으로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현실이다. 이 시기는 가을 나드리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자연 속 가을 풍경은 예년과 다르지 않고 독특한 개성과 특색으로 계절의 눈길을 끈다. 직접 관광을 자제하는 어려운 시기지만 자연이 기다려 주지 않으니 단단한 채비로 고창 선운사 주변의 꽃무릇 핀 풍경을 담았다.
선운사 꽃무릇 취재는 19일 추석 연휴 첫날이다. 선운산 줄기에 자리한 선운사는 사계절 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관광지다. 사찰을 중심으로 봄이면 연두색 새잎으로 봄의 향연이 펼쳐지고 여름은 원시림 고목이 울창한 도솔천이 더위를 식혀 주고 가을이면 오색 찬란한 단풍으로 스님들의 회색 평상복에 단풍색이 스며든다. 겨울엔 사찰 언덕에 둘러쳐진 수백 살 나이 먹은 푸른 동백들은 흰 눈 이불 덮고 한겨울을 지낸다.
선운사 관광단지 마을을 지나면 널따란 평지에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 숲이 있고 우리나라 각 8도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들을 모아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학생들의 수목 학습장으로도 활용된다.
그러나 수십만m2의 공원과 사찰 주변 꽃무릇 군락이 땅속에서 꽃대를 밀어 올려 화려한 치장으로 꽃을 피우는 9월 중순부터 말까지는 온통 붉은 비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이때면 관광객은 물론이고 이 모습들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큰 가방 둘러메고 곳곳에서 작품을 담기에 바쁘다. 또 선운산의 맑은 물줄기인 도솔천 따라 언덕배기 고목들의 용트림하는 뿌리 사이를 비집고 핀 꽃무릇의 자태는 여왕이 화관을 쓴 양 꽃 감상의 백미다.
예로부터 꽃무릇은 사찰 주변에 있었다. 함평의 불갑사, 용천사가 이곳처럼 이 시기 사찰주변을 온통 장악한다. 그 이유는 꽃의 뿌리인 구근이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사찰의 탱화나 단청을 할 때 찧어서 바르면 탈색방지 효과가 있고 강한 독성으로 좀과 벌레들이 접근을 막는 방부제 역할로 사용되었다. 또 구근의 비늘줄기의 독을 제거한 뒤 녹말과 함께 반죽하여 벽지를 바를 때 사용되었다.
꽃무릇은 화려한 치장의 꽃인 만큼 그 이름도 다양하다. 돌 틈 사이를 비집고 자란다 하여 석산이라 하고 또 잎은 11월 말경에 돋고 겨우내 푸른 잎으로 있다가 이듬해 봄이면 흔적없이 사라진다. 그러다가 9월 중순이면 맨 땅속에서 꽃대만 올라와 꽃을 피운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한다. 짝사랑으로 만날 수 없는 운명에 가슴앓이의 병을 얻어 죽는 상사병에 비유하여 상사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