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연일 자신의 발언과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번엔 '공약 복붙' 그리고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이 없다"는 모순적 발언까지 하며 또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 공약 표절 논란은 이른바 논문(소위 Yuji 논문) 표절에 휩싸인 배우자 김건희씨를 연상케 하며, '주택청약통장' 관련 발언은 얼마나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사고를 하는지 짐작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의 부동산 정책 중 신혼부부나 청년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80% 상향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정세균, 이낙연, 송영길 또 유승민 후보 공약까지도 짬뽕을 해놨더라"고 직격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건 윤석열 후보 공약이 아니다. 전부 그리 해놓고, 핵균형 공약도 보니까 국익우선주의라고 얘기했는데, 그거 제가 한 얘기"라고 일갈했다. 그는 "자기 고유의 생각으로 한 공약이 아니고 참모들 말 들어준 공약을 그대로 발표하니까 문제가 커지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17일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저의 국정철학과 국가운영의 기본이념은 좌우 이념을 넘어선 국익우선주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22일 윤석열 전 총장이 발표한 '국익을 최우선하는 당당한 외교'라는 슬로건과 같다. 윤석열 전 총장은 "국익 우선주의란 말은 누구든 못 쓰겠나"라며 "국익 우선이란 말에도 특허가 있나"라고 반발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윤석열 전 총장에게 "아마 여러 후보들 공약을 보신 거 같은데, 소상공인 코로나 회생공약에 있어선 제 공약이 제일 완벽한 거 같아서 고스란히 갖다 쓰신 거 같은데 맞나"라고 따져물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정책 가져다 쓰는 건 좋은데, 별명이 하나 새로 붙은 거 같은데 카피 닌자라고 애니메이션 나루토에 나오는 아주 인기있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후보들 공약을 가져다 쓰는 건 사실 있을 수는 있지만, 문제는 어떤 공약이 나올 때는 현실에 대한 매우 심각한 인식 그리고 현실에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한 게 묻어 있어야 한다"며 "말과 아이디어만 내놓게 되면 현실에 부딪쳤을 때 그 힘과 깊이가 안 나온다"고 직격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지난 7월 출마선언을 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100조원 지원을 공약한 바 있다. 그는 이머전시 플랜(비상계획) 1호 공약으로 ‘100조 원 규모의 담대한 회복 프로젝트’를 공약했었다.
헌법에서 부여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해 100조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취임 1년 차에 50조원을 코로나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게 전액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후 매년 10조 원씩 5년 동안 예산 편성 변경을 통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생존 기반을 다시 만드는 데에 투입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윤석열 캠프에서도 지난 16일 100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긴급 구조 플랜’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원희룡 전 지사가 내놓은 예산 규모와 취지도 일치한다.
윤석열 캠프가 발표한 긴급구조플랜의 내용은 △50조원 규모 초저금리 특례보증 대출 △희망지원금 43조원 조성 △연간 5조원 규모 팬데믹 극복 특별기금 조성 △부가세·전기세·수도세 한시적 50% 경감·과학적 거리두기 도입 등이 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지금 여야 대선후보 중 주택청약 가점을 5점 주고, 의무복무한 전 기간에 대해 국민연금 크레딧을 준다고 말한 분은 윤석열 후보와 저밖에 없다"고 역시 '공약 베끼기' 논란을 직격했다.
이에 윤석열 전 총장은 "실제 청년 제대자들을 상대로 군 장성이나 영관급으로 있다가 제대하시고 우리 정책그룹에 계신 분들이 일일이 수십명 인터뷰해서 얻은 결과"라고 반박하자 유승민 전 의원은 "그러면 제게 인터뷰 결과를 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급식 문제 하며 용산 8군에 근무하는 사람과 같이 먹게 해달라는둥 이런 모든 의료체계 개선 등이 제대자들을 인터뷰해서 나온 것"이라며 "참고로 우리가 어느 후보분들도 제가 낸 공약 얼마든지 갖다 쓰시고 싶으면 써라. 여기엔 특허권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유승민 전 의원은 "별로 가져다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미국 선거에서는 공약 표절은 심각한 문제"라고 거듭 직격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7월 5일 군을 전역한 청년들에게 민간·공공임대 주택청약 가점 점수를 '5점' 주겠다고 했으며, 현역병들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18개월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윤석열 전 총장이 지난 22일 발표한 공약도 이와 일치한다.
유승민 전 의원은 "공약과 숫자까지 똑같고 토씨 하나 안 틀리더라. 남의 공약을 좋다면 베껴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공약을 이해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혹시 직접 주택청약 통장같은 거 만들어보신 적 있느냐"라고 윤석열 전 총장에 물었다.
이에 윤석열 전 총장은 "집이 없어서 만들어보진 못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답한다. 집이 없는 사람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 주택청약 통장이다. 주택청약통장은 주택을 분양받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이자 첫 걸음이라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얼마나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사고를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윤석열 전 총장이 22일 군 복무자에 민간주택 청약가점 5점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주택 청약에서 가족, 직장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서 하기 때문에 군 생활도 하나의 직장으로 보고 청약 점수를 계산하는 데 포함하겠다"고 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현재 국토교통부령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른 가점 항목은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입주자저축(주택청약종합저축 등) 가입 기간 등 세 가지로, 무주택 기간과 입주자저축 가입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언급한 직장 재직기간의 경우 가점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토론회에서 "청년원가주택을 얘기하다가 기자의 질문 취지를 잘 이해 못해서 그랬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총장의 '공약 표절' 논란과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 없다"는 모순적 발언에 대해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24일 SNS에 "표절은 부부일심동체다? 김건희씨 아파트에 살아서 모른다?"라고 직격했다.
김진애 전 의원은 "숫자까지 구체적 공약 복붙은 무양심 표절이다. 급조한 짬뽕 캠프에서 여기저기 자료 긁어다 복붙하는 건 반칙"이라며 "같은 당 안에선 경선 이후에 공약 종합이 이루어질 수도 있건만 따옴표도 없이 마구 쓰는 건 게으르고 성의없는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김진애 전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이)주택청약통장 하나 없는 것은 이상하긴 하다. 26년 검사생활에 재산 2억 여 밖에 안되는 것도 이상하고, 부친 집 상속을 당연히 여겼던가"라며 "오십 줄 되도록 저축도 별로 없고 집 한 칸은 커녕 청약통장도 마련해놓지 않은 윤석열 검사가, 배우자로 믿음직했던 이유가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