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국민의힘 대선 경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상식밖 발언들과 '무지함'을 드러내는 발언들이 수개월 째 주목받고 있다. 언론들은 이를 '말실수'라고 애써 표현하고 있으나, 사람은 언어에 자신의 평소 생각과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기 마련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소위 '검찰당 대표'로 불리던 총장 시절에는 공개적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국정감사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기에, 자신을 '베일' 속에 감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일선에서 정치를 시작하면서 이미 예상됐던 '리스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최근에도 '주 120시간 노동' '손발 노동은 인도도 아닌 아프리카나 하는 것'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도 먹을 수 있어야'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 '집 없어서 주택청약통장 없다' '이한열 열사 사진 보고 부마항쟁 언급' 등 셀 수도 없이 설화를 일으켰다. 시민들의 삶 그리고 상식에 한참 벗어난 듯하게 보이는 윤석열 전 총장이 만약 국가의 큰 일을 맡게 될 경우, 분명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이유다.
윤석열 전 총장은 26일 밤 '채널A'를 통해 방송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의 "작계 5015를 아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해놓고도 이후 세부 질문엔 엉뚱한 답을 이어갔다. '작계(작전계획) 5015’는 한미 연합군의 전시작전계획 중의 하나로 북한 핵무기 사용 징후 포착시 선제타격,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 투입 등이 핵심이다.
홍준표 의원은 "작계 5015가 발동되면 대통령으로써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윤석열 전 총장은 "글쎄요. 한 번 좀 설명해달라"고 한다. 그러자 홍준표 의원은 황당한 듯 "아니 작계 5015 아신다고 했잖나?"라고 되물었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가 남침이라던가 이런 비상시에 발동되는 작전계획 아니냐"라고 하자, 홍준표 의원은 "작계 5015라는 것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전시에 하는 대북계획이다. 작계 5015가 발동되면 대통령으로써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거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석열 전 총장은 "제가 대통령이라면 한미연합 작전을 해야 되기 때문에 일단 미국 대통령과 먼저 통화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홍준표 의원은 "작계 5015는 이미 미국 대통령하고 협의가 끝났는데 (무슨 통화를 한단 말인가)"라며 "원래 작계 5027, 5029가 있었는데 다 폐기되고 2016년에 작계 5015가 생겼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홍준표 의원의 "종전선언 찬성하나"라는 질문에 "반대한다"고 답하며 "종전선언은 그냥 정치적 선언으로써 종전선언 하게 되면 지금 그 UN사 해체라던가 주한미군 철수라던가 또는 일본에 전개되어 있는 UN사 후방기지 이런 것들을 요구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김여정(조선노동당 중앙 부부장, 북한 대남·대미정책 총괄)이 '북한의 군사적 균형 깨지 말라'고 경고했다"며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은 "언제 했나? 이번에?"라고 답하며 최근 남북관련 이슈조차 파악하지 않는 무성의함도 보였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요구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공개적 반대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윤석열 전 총장이 현재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만큼, 당연히 외신에서도 그의 말과 행동에 관심 가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전 총장이 공약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3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전술핵 배치, 핵공유 요구 공약'과 관련, "한국 정치인이 한반도 핵 문제를 이용해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중국 입장에선 한국의 미국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를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박근혜 정권 당시 돌연 강행했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 견제용'으로 인식했던 것이고 '한한령' 등으로 경제보복을 물밑에서 가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전술핵 배치의 명분이라는 '북핵' 능력 억제에도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북한은 이를 핵무기 증강의 명분으로 삼을 게 분명하기에, 오히려 북핵이 한반도에 '영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술핵 재배치의 협상대상국이자 동맹국인 미국 역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미국의 국영 방송인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는 지난 24일 '미국,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 배제(US Rules Out Redeploying Tactical Nukes to South Korea)'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매체는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일본·한국 담당 부차관보의 말을 인용하여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거나 한국과의 핵무기 공유 협정을 지지하지도 않고, 한국 대선 후보의 해당 공약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정책에 무지한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라며 윤석열 전 총장을 '무지'하다고 공격했다.
이를 두고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경선 후보로 나선 것만으로도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힐난했다.
이처럼 윤석열 전 총장을 '무지'하다고 비판한 미국의 반응에 대해, 그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학술지 논문 제목(member Yuji)에서 비롯된 호칭인 'yuji'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적잖다. 윤석열 전 총장은 'muji', 김건희씨는 'yuji'로 라임이 딱딱 맞아서다.
김건희씨(당시 김명신씨)는 국민대 대학원 재학시절인 지난 2007년 한국 디자인트렌드학회 학술지에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여기서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라고 엉터리로 번역해 올린 것이 확인되며 검증 절차를 거친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이 알려지면서 김건희씨에게 붙은 호칭 중 하나가 'yuji'이며,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의 경우에도 상당 분량이 포털에서 검색되는 내용과 일치해 표절 논란에 휩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