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를 8명에서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가나다순)이 통과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대표는 탈락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이같은 내용의 2차 컷오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컷오프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 70%, 당원 선거인단 투표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관위는 규정에 따라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공개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이날 오후 늦게 “종합 1위는 윤석열, 2위 홍준표, 3위 유승민, 4위 원희룡 후보”로 순위와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득표율 차이는 근소한 것”으로 밝혀 논란을 불렀다.
<조선일보> 보도로 ‘공식’ 1위를 차지한 윤 후보측은 기세를 더욱 높였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경북 영주에서 당원들과 만나 "당원 동지 여러분의 열렬한 지지로 2차 경선도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됐다. 감사하다"며 기세를 올렸다. 윤석열 캠프의 김경진 대외협력특보는 이날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윤 후보가 홍 후보를 4% 정도 앞섰다"며 "당원 (투표) 부분에 있어서는 윤 후보가 홍 후보를 2배 이상 앞섰다는 것 같다"고 하는 등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곧바로 홍준표 후보측에서 강한 반발이 나왔다.
홍 후보측 여명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모 언론사(조선)가 미확인 득표율 수치에 기반한 순위를 사실인 양 보도해 국민과 당원의 혼란을 초래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 대변인은 "2차 컷오프 경선 발표 직후부터 오늘 하루 동안 다양한 버전의 각 후보자 간 득표율 수치가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됐다"며 "당 선관위에서 현 사태에 즉각 개입해 입장을 발표하고 해당 언론사의 공정선거 위반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촉구한다"고 했다.
유승민 캠프도 “선관위의 신속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캠프는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사들은 당 관계자 취재에 의해 밝힌다며 2차 경선 결과 후보들 간의 순위를 공개하고 마치 사실인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당 선관위는 즉각 해당 보도가 나온 경위를 명명백백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만약 선관위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이는 특정 후보를 위해 일부 언론과 손을 잡고 경선과정을 농락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후보측이 강경 대응을 밝힌 이유는 “당원 투표는 원 후보가 유 전 의원을 누르고 3등을 했다”는 지라시(정보지)가 돌면서다. 이후 “윤석열 캠프와 원희룡 캠프에서 조직적인 거짓선전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또다시 돌며 양측의 여론싸움도 이어졌다.
이같은 후보들의 반발과 해명 요구에 대해 선관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일까지 공표할 수 없다며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의도연구원과 선관위원 등 소수 관계자만이 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관련 서류는 즉각 파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주 당 선관위 대변인 또한 컷오프 순위가 공개된 해당 보도 내용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며 "선관위 측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일반 여론조사의 경우 2개의 기관에서 실시했으며, 두 기관 모두 서로의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최종 결과를 취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혼란을 자초한 것은 득표율과 순위를 밝히지 않은 국민의힘 선관위 결정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각 지역에서의 예비후보 득표율을 현장에서 공개, 누적 순위를 발표하기에 후보들의 순위와 추세까지 알게 한다. .
1차 컷오프와 달리 2차 컷오프에서 논란이 커진 이유는 1위를 둘러싼 윤 후보와 홍 후보간 피말리는 접전 때문이다.
그동안 범야권 지지율 1위는 윤 후보였지만 각종 실언과 최근 토론회에서는 손바닥에 임금 ‘王’자를 쓰고 나오는 등 ‘주술’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범야권 지지율에서 완만한 하락세이지만, 이미 범보수 후보 적합도에서는 지난 9월 초부터 홍 후보가 역전하기 시작, 현재 그 추세가 공고해지고 있다.
지난 9월 6일, 7일 양일간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가 27,1%로 윤 후보(22,8%)를 허용오차 내에서 앞질렀다. 공중파 방송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가 윤 후보를 처음 앞선 이후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또 다른 지표인 범여권 지지율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양자대결에서도 홍 후보는 윤 후보 보다 더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이 창간 75주년을 맞아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상대로 여론조사한 결과,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31.1%로 1위였다. 이어 윤 후보 19.6%, 홍 후보 14.1%,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10.1%였다.
양자 가상 대결에서도 이 지사는 43.4%로, 윤 후보(35.7%)보다 오차범위(±3.1%) 밖에서 우세했다. 이 지사는 홍 의원과의 양자 가상 대결에서도 43.2% 대 36.3%로 앞섰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홍 후보가 29.8%로, 윤 후보(22.4%)를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섰다.
MBN·매일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와 함께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의힘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홍 후보가 36.5%를 기록, 윤 후보(26.5%)를 10.0%p차로 앞질렀다. 홍 후보가 윤 후보를 두자릿수 격차로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개 여론조사전문기관 공동 NBS(전국지표조사) 10월 1주차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양자대결시 차이가 더 좁혀졌다.
'이재명과 윤석열' 양자 대결에서는 이 지사가 44%로 윤 후보(33%)보다 우세했다. 지난 조사(9월 5주차)에서 두 후보가 각각 43%, 34% 지지율을 얻었는데, 이번 조사에서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재명과 홍준표' 양자 대결은 이 지사가 40%, 홍 후보가 37%로 나타났다. 지난 조사(9월 5주차)와 비교하면 이 지사는 3%P 하락한 반면 홍 후보는 변동이 없었지만 그 차이는 윤 후보 보다 많이 줄었다.
홍 후보에게 더 고무적인 것은 20대(18~29세)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29.1%가 홍 후보를 택했다. 그 뒤를 이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20대 지지율은 15.2%로 홍 후보의 절반에 그쳤다. 직업별로 보면 20대~30대 초반이 대부분인 학생 그룹의 홍 후보 지지율은 33.0%에 달했다.
윤 후보는 노년층인 6070세대에서 강세를 보였다.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후보는 60대에서 39.4%, 70대 이상에서 47.2%의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4.9%에 그쳤다. (경향신문 여론조사)
그동안 홍 후보의 범보수 후보 적합도 부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효과라며 평가절하 됐지만, 최근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에서도 홍 후보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보수 진영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홍 후보는 TK에서 37%를 기록했다. 지난 번 조사 23%보다 무려 14%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반면 윤 후보는 TK에서 26%에 그쳤다. 지난 번 조사 26%와 동일했다.
대구경북 뿐만이 아니라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도 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부울경 지역에서의 홍 후보 지지율은 19%로 윤석열 후보 지지율 20%와 1%의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참고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홍 후보 지지율 19%와 동률이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본진이라 할 대구경북, 부울경에서의 홍 후보 약진은 그동안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라는 비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자신감으로 8일 2차 컷오프 직후 홍준표 후보는 경북 구미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 "소문에는 2차 경선에서 내가 1등을 했다고 한다"며 "3차 경선은 수월하게 치르도록 홍준표를 찍어달라"며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제 4인만 남은 본경선에서는 일반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 반영 비율이 5대 5로 재조정된다. 지금보다 당원투표 비중이 훨씬 커지는 만큼 후보들의 '당심 잡기'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고, 특히 6월 전당대회 이후 입당한 약 25만 명의 신규 당원과 기존 20여 만명의 표심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심 경쟁에서도 홍 후보가 유리하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통적 보수층인 6070 노년 세대의 지지가 야당 유력 주자로 자리매김한 윤 후보에게 옮겨갔지만 윤 후보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청년층과 중도·무당층의 지지는 ‘당색’이 상대적으로 덜한 홍 후보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특히 ‘이준석 돌풍’에 따른 MZ(청년층)세대의 ‘무야홍(무조건 야당후보는 홍준표)’ 현상은 지지가 굳건함을 의미한다.
진짜 핵심은 3차 경선에서 윤 후보 대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의 집중공격, 이른바 1:3 대립구도가 되는 것이다. 일단은 1위인 윤 후보를 끌어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8인토론으로 산만했던 토론회는 지역순회 7회, 1:1 맞수토론 3회 등 11월 4일까지 10회나 열린다. 그동안 토론회 마다 ‘토론에 약하다’는 평가를 뒤집지도 못하고 갖은 실언에 무엇보다 ‘주술’ 논란까지 자초한 윤 후보가 실언이나 ‘주술’ 같은 실수를 할 경우 치명상을 입게 된다. 특히 맞수토론은 1:1로 붙기 때문에 후보의 철학과 정책, 비전이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진검승부다. 토론에 자신있다는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에겐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홍 후보는 하락하는 후보는 치고 올라가는 후보를 당해내지 못한다고 했다. 지금 여론조사 내용으로는 윤 후보가 쫒기고, 홍 후보의 역전 분위기이다.
이제 3차 경선은 11월 5일에 끝난다. 한 달도 안남은 시간, 최후에 웃는 자가 누구인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