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지난 8월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다가 1차에서 컷오프됐던 장성민 전 의원에 대해 대다수 언론에선 'DJ(김대중 전 대통령) 적자'라고 제목에 수식어를 붙인다. 장성민 전 의원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라 정치를 시작했고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지만, 정작 그 이후의 행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학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여전히 국민의힘 소속인 장성민 전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기로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장 전 의원과 함께 오찬을 가진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언론들은 여전히 습관적으로 장성민 전 의원을 'DJ 적자'라고 호칭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언론에 당부드린다. 장성민 이 사람이 왜 'DJ적자'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김한정 의원은 "나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 5년 중 3년 반을 제1부속실장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모셨고 퇴임 후에도 전직대통령 비서실 실장으로 지근거리에서 모셨다"며 "이 기간 또 그 이후에도 나는 장성민이 김 대통령님 면전에 떳떳이 나타난 일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성민 전 의원은 80년대 후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평화민주당에 입당했고, 이후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국정상황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서울 금천구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돼 금뱃지를 달았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선거 사무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확정판결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장성민 전 의원은 지난 2013년 종편 'TV조선'의 시사프로인 '장성민의 시사탱크' 진행을 맡는다. 그해 5월 'TV조선'과 '채널A'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선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고 밝힌 임모씨가 출연해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다”, “망월동 5·18 묘역의 신원미상자 70여명의 묘가 이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묘"라고 강변했다. 또 같이 방송에 출연한 모대학 사학과 교수도 “북한의 ‘인민군영웅들의렬사묘’는 광주에 투입됐다 사망한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의 가묘”라고 강변했다.
이들은 “최근 넘어온 탈북자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고만 할 뿐 별다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의 말은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 시민들이 간첩의 사주를 받았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과 결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진행자였던 장성민 전 의원은 “탈북자들의 직간접적 증언 등, 시민들이 빨갱이·폭도·간첩으로 매도된 데 대한 의구심을 해결한 결정적 증거와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되어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스스로를 'DJ 적자'라고 하는 사람이, 전두환 신군부에 맞서 민주화를 외치던 광주 시민들을 크게 모독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장성민 전 의원은 '대북전문가'임을 자처하면서도, 정작 망신을 당한 적도 적잖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망설을 제기했다가 크게 망신을 당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아직 김정은 위원장이 회복불능 상태라고 강변하곤 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멀쩡하게 지내고 있음이 확인됐음에도, 아직까지 정정하거나 사과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장성민 전 의원은 또 소위 '빤스 목사'로 불리는 전광훈씨와도 친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있다. 장성민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국민대통합당이라는 급조된 정당의 후보로 출마, 극히 미미한 득표율을 얻는데 그친 바 있다.
전광훈씨는 당시 교인들에게 장성민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정구속된 바 있다. 이를 두고 김한정 의원은 "장성민은 전광훈의 적자로 보인다"고 힐난했다.
김한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이런 사람이 '적자'라면서 돌아다닐 수 있었을까? 그것도 국민의힘당의 무슨 '대선 예비후보'를 자처하면서 말이다"라며 "장성민은 혹세무민을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정치를 하고 싶으면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일갈했다. 그는 언론을 향해서도 "김대중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적자' 타령에 대해 신중히 보도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던 동교동계 인사들 중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씨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에 입당한 이들이 꽤 많다.
또 지난 2015년말~2016년 초 사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대표가 이끌던 옛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들도 굉장히 많다. 그렇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선에서 완전히 다른 쪽으로 갈아탄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들을 과연 'DJ 적자'로 호칭할 수 있을 지 의문스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