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선 초반 기세가 이재명 경기지사 쪽으로 크게 쏠리자 어떻게든 이재명 지사의 과반을 저지, 결선투표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미 이재명 지사로 대세가 기울대로 기운 상황에서, 10일 마지막으로 발표된 3차 슈퍼위크(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모두를 경악케했다.
종전 결과와는 정반대로 이낙연 전 대표가 60%를 넘기는 충격적 득표율을 기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는데는 결국 실패하며, 이재명 지사가 결선 투표 없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3차 슈퍼위크' 결과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선거인단에 대거 참여해 '역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재명 지사가 전날 경기 순회경선에선 60% 가까이 득표했고, 이날 서울 순회경선에서도 과반을 역시 넘긴 상황이었다. 또 각종 여론조사상에서도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요지부동이었던 만큼 '역선택'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케 한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의 후보 선출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 있던 부분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경선 당시 큰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펴다가 역풍을 맞았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비판받는 원인이 됐는데, 이번 경선에선 이낙연 전 대표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도 선제적으로 '중단' 선언을 했으며 자신이 말한 바를 끝까지 지켰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는 '네거티브 중단하겠다'고 한 자신의 선언조차 전혀 지키지 않는 '언행 불일치' 모습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낙연 캠프의 핵심 인사들인 설훈 의원, 신경민 전 의원, 윤영찬 의원,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은 쉴 새 없이 이재명 지사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펴왔다. 설훈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구속'까지도 거론하는 등,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경악할 모습까지 보여준 바 있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등 기본 시리즈와 함께, 자신의 높은 '공약이행률'을 바탕으로 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는 당 내부와는 싸우지 않고 국민의힘과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의 공세와 싸우는 데 집중해오고 있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알려서 지지를 얻으려하기보다는 선두인 이재명 지사의 발목만 잡으려 했다는 평을 할 수밖에 없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지사를 겨냥해 '불안한 후보'라고 계속 호칭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장점으로 보여줬어야 할 '점잖은 품격' '안정감' 등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지지층이 원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동안 보여줘 왔다. 이낙연 전 대표가 거대여당의 대표를 맡았을 당시, 검찰·사법·언론·재정·교육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들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었으나 거의 손조차 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분명 자신의 입으로 "올해 2월까지는 검찰·언론개혁 법안 제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결국 말로만 그쳤을 뿐이다.
소수 '엘리트' 집단이 치외법권 영역에서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불합리·불공정한 구조에 대한 개혁을 많은 이들이 열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그의 측근 인사들에겐 그런 개혁의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 경선에서 '신복지' 등 분야별 여러 공약을 내세우긴 했지만, 이재명 지사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 묻혀 거의 부각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 측은 경선 막판 '조중동' 등 언론에 편승해 대장동 건으로 이재명 지사에 대한 도 넘은 공격까지 계속해왔다.
그러나 정작 '대장동' 건에서 줄줄이 딸려 나오는 이들은 곽상도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 혹은 박영수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전관변호사들이었다. 특히 이재명 지사가 '치밀한 설계'를 통해 국민의힘과 개발업자들의 공세를 뚫고 5500억원 가량을 환수해 성남시민에게 돌려준 역대급 '모범 사례'임이 확인되고 있음에도 '팩트체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과 국민의힘의 이재명 지사를 향한 합동공세를 이낙연 전 대표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원 팀'이 되어 막아줬더라면, 지금보다 더 큰 지지를 받았을 것이 분명할 것이며 결선 투표까지도 갔을 것이다. 그러나 정반대로 행동하며 자신의 '비호감' 이미지만 대폭 쌓았던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되면서, 문 대통령의 후광을 받아 오랜 기간 부동의 '대선후보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는 총리로 지명되기 전까지 4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지냈지만, 당시 그의 전국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고 내세울 만한 업적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때부터 수많은 독자적 정책과 시원한 발언·행동으로 전국구급 인지도를 얻었던 것과는 대조적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이낙연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최대 수혜자가 분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그렇게 후광으로 얻은 지지를 '이명박근혜 사면 거론' '각종 개혁과제 미처리' '같은 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등으로 줄줄이 깎아먹은 셈이 됐다. 이낙연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실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준 셈이 됐다.
이낙연 전 대표는 스스로를 '흠없는 안전한 후보'라고 자부했지만, 실제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각종 의혹들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열린공감TV'에서 단독 보도한 이낙연 전 대표 관련 각종 의혹들은 이재명 지사 측에서 얼마든지 검증 대상으로 따져물을 수 있음에도,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지키기 위해 따로 문제제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열린공감TV'의 각종 합리적인 의혹 제기에 지금껏 명쾌하게 해명한 것이 하나도 없으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완패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경선 결과에 승복하느냐'는 질문에 "차분한 마음으로 책임이 있는 마음으로 기다려 주길 바란다“며 답을 회피했다. 여기에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인 설훈·홍영표 의원은 경선 중 중도하차한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무효표' 처리와 관련, 당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기로 하면서 사실상의 '경선 불복'을 선언한 상황이다.
만약 이낙연 전 대표가 '제 2의 후단협'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캠프의 '경선 불복' 시도에 대해, 신속하게 결자해지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혹은 몰래 꼼수를 부린다면 '정권을 국민의힘에 가져다 바치겠다는 것이냐'는 더 큰 비난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경선 결과를 조속하게 인정하고 이재명 지사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실천하며 '4기 민주정부' 창출에 앞장선다면, 이낙연 전 대표에게 새로운 정치적 기회가 찾아올 수 있으며 존중받는 '전직 총리'라는 이미지도 남길 수 있다. 이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이낙연 전 대표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