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부산 해운대 백사장 코 앞에 위치한 101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엘시티는 분양 과정에서 온갖 특혜가 주어지는 등, 비리로 얼룩진 대표적 건물로 꼽힌다. 엘시티 분양으로 인해 민간개발업자는 조 단위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부산시는 엘시티 인근 조성을 위해 1천억 가량의 예산마저 퍼주고도 단 1원도 환수하지 못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당시 5500억원 가량의 예산, 즉 온갖 반대롤 뚫고 절반 이상의 개발이익을 환수한 것과는 대조적 사례다. 당초 부산시는 해당 부지를 국방부로부터 불하받아 시민수변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 관광시설 조성을 목적으로 '해운대 관광개발 리조트 사업' 민간 입찰을 공모한다.
엘시티 실소유주이자 이른바 '로비 황제'로 불리던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은 이에 응모해 사업을 따냈다. 그런데 부산시는 얼마 뒤 관광시설만 들어갈 수 있던 해당 부지에 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해줬다. 이후에도 △60m 고도제한 해제, 400m 이상 초고층 건물 건축 가능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면제 △부산시 예산 1천억 이상 들여 엘시티 주변 도로 확장 및 공원 등 기반조성 △'투자 이민제' 대상으로 민간 건물로선 최초 선정 등 각종 특혜가 정부와 부산시로부터 줄줄이 주어졌다.
해당 시기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었고 당시 부산시장(허남식-서병수)과 지역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 등은 대부분 국민의힘(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이었다. 이영복 회장이 엘시티 인허가를 받기 위해 어느 쪽에 막대한 로비를 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영복 회장은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리고 유력 정치인들에게 로비 명목으로 금품 5억원 가량을 건넨 혐의로 지난 2018년 징역 6년이 확정됐다.
어마어마한 특혜가 연이어 주어진 만큼, 이영복 회장의 로비 규모가 얼마나 될 지 이를 받은 사람은 얼마나 될 지 그 규모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엘시티는 소위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웠던 것이다. 그러나 해당 건으로 처벌받은 인사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었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전 의원(전 해운대구청장) 등 일부에 그치며, 검찰 수사는 '꼬리 자르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렇게 묻혀져 가던 엘시티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시 입방아에 떠올랐다. 박형준 당시 부산시장 후보가 엘시티 '로얄층 2채' 특혜분양 구설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거주 중인 엘시티 한 채는 아들(의붓자녀)로부터 구입한 기막힌 사실까지 드러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세차익을 40억 이상 얻었다는 논란, 또 엘시티 조형물 납품 건에도 아들 회사가 관여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문제의 '엘시티'는 반 년도 되지 않아 다시 소환됐다. 국민의힘과 조중동 등 언론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 측까지 합세해 이재명 지사를 잡겠다고 '대장동' 건을 꺼내들면서, 자연스럽게 엘시티가 다시 소환된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시는 예산 1천억을 들여 (엘시티)주변 도로 확장 기반 시설 정비 사업도 투입해주었다"라며 "온갖 편법과 특혜를 몰아준 엘시티는 사업비만 2조 7천억에 수익은 1조 원 이상인데, 부산시가 환수한 금액은 단돈 1원도 없다"고 직격했다.
송영길 대표는 "성남시 대장개발 사업은 2015년 협약 당시 민간사업자 예상 이익이 1,773억 원이었다"라며 "당시에 4,500억 원을 환수하기로 확정을 하고, 나중에 920억 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추가로 부담시킨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민간사업자의 예상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성남시가 환수할 수 있도록 이재명 지사가 치밀하게 설계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송영길 대표는 "왜 추가 이익을 환수하지 않냐고 그러는데, 나중에 이렇게 부동산 값이 폭등될지 어떻게 알았겠는가"라며 "그 당시에 확정 이익을 얻지 않고 추가 이익을 얻으려고 했으면 손실에 대한 보장을 성남시가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리스크 없는 이익이 어디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송영길 대표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결과가 달라지는데, 엘시티 사업을 허가하고, 특혜를 주고, 1,000억 시 예산을 퍼 주고도 한 푼도 부산시를 위해 확보하지 못한 역대 부산시장(허남식, 서병수)은 모두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소속 시장들이다"라고 거듭 직격했다.
송영길 대표는 "5,500억을 환수한 성남시장을 도둑이라고 한다면 국민의힘 대표와 원내대표는 그럼 역대 부산시장들은 단돈 1원도 돌려주지 않고 1조원의 엘시티 이익을 남겨준 이 부산시장들은 뭐라고 불려야할지 한 번 말씀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일갈했다.
대장동 개발이 한창일 당시엔 분명 박근혜 정권이었으며, 줄곧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때다. 또 경기지사도 역시 김문수-남경필 전 지사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는 분명 대립관계였다.
송영길 대표는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며 "아예 장관들이 대놓고 성남시장을 비판할 때였다. 만일 이재명 시장에게 뭔가 허물이 있었다면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서 연예인 밥줄을 끊던 박근혜 정권과 우병우, 최순실 사단이 상식적으로 가만히 있었을 리가 있겠나"라고 따져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