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거칠어지고 있다. 2차 컷오프 이후 8인에서 4자토론으로 토론의 밀도가 높아지고, 여권에서 이재명 지사가 후보로 확정된 이후 이른바 ‘대장동 특수’로 야권 후보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인지 발언은 날카롭고, 후보간 공세가 격해지고 있다. 이른바 민주당 ‘명락대전’보다 더 살벌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지율 1위로 후보들의 공동타겟이 된 윤석열 예비후보가 “이런 정신머리면 당이 없어지는 게 맞다”고 작심 비판하자 여타 후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격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윤 후보는 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판에 들어오니까 이건 여당이 따로 없고 야당이 따로 없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을) 가지고 대장동 사건에 비유해가면서, 이재명과 유동규의 관계가 저와 (수사)정보정책관의 관계라는 식으로 (공격한다)”면서 “이게 도대체 야당 대선 후보가 할 소리인가. 이런 사람이 정권교체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는 유승민 후보가 전날인 12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윤 후보가 정작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홍준표, 유승민 후보를 겨냥한 ‘원죄론’이다.
기존 정치인인 이들이 제대로 못해 정권을 뺏겼다는 주장이다. 그는 “그분들이 제대로 했으면 이 정권이 넘어갔겠으며, 제대로 했으면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저렇게 박살이 났겠나”라며 “제 개인은 얼마든지 싸움에 나가 이겨낼 자신이 있지만 참 당이 한심하다. 정권교체를 하려면 당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저야말로 본선에 나가도 전혀 끄떡없는 사람”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은 정치판에서 십수 년을 지내왔는데 월급쟁이 공직생활을 한 사람한테 도덕 검증, 윤리 검증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게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아닌가”라며 본인의 대선 경쟁력을 내세웠다.
윤 후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자신이 문재인 정부에서 핍박받을 때는 ‘정말 훌륭한 검사’라고 칭찬하던 사람들이 지지율 1위 후보가 되니 “의혹을 제기하면서 민주당과 손잡고 거기 프레임에 (맞춰) 공격한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격앙된 불만에 대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작심 비판에 나섰다.
홍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참 오만방자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들어온지 석달밖에 안된 사람이 뭐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 해체해야 한다? 나는 이 당을 26년간 사랑하고 지켜온 사람이다.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대통령과 한편이 되어 보수궤멸에 선봉장이 된 공로로 벼락출세를 두번이나 하고 검찰을 이용하여 장모 비리,부인 비리를 방어 하다가 사퇴 후 자기가 봉직하던 그 검찰에서 본격적인 가족 비리, 본인 비리를 본격적으로 수사하니 그것은 정치수사라고 호도한다”며 “여태 검찰 후배라고 조심스레 다루었지만 다음 토론 때는 혹독한 검증을 해야 하겠다. 그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시절 버릇인가"라며 윤 후보를 정조준했다.
유 후보는 "떳떳하면 TV토론에서 사람 눈을 보고 당당하게 말하라"라며 "무서워서 손바닥에 '王'(왕)자 쓰고 나와도 버벅거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재명을 이기나? 붙으면 탈탈 털려서 발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 후보는 "일주일만 털면 다 나온다? 특수부 검사다운 말버릇"이라며 "22년 정치하면서 야당 때도, 여당 때도 탈탈 털어 먼지 하나 안 나온 유승민한테 무슨 약점 운운하나"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걸핏하면 '털어서 뭐 나온 게 있나'라고 하는데, 10원짜리 하나 안 받았다던 장모는 나랏돈 빼먹은 죄로 구속됐었고, 부인과 장모의 주가조작 의혹, 본인의 고발사주 의혹, 윤우진 사건 거짓말 의혹, 화천대유 김만배(누나)가 부친 집 사준 의혹 등등은 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는 웃기는 소리도 그만하라. 적폐라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 구속시킨 당에 들어와서 하는 스파이 노릇도 그만하라"라며 "'조국 수사는 문재인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수사였다'고 말했는데 끝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려고 우리 당에 온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유 후보는 "본인과 부인, 장모 사건들부터 챙기시고, '1일 1망언' 끊고, 정책 공부 좀 하라. 지지도 좀 나온다고 정치가 그리 우습게 보이고 당이 발밑에 있는 것 같나"라며 "차리리 '나 좀 추대해달라'고 말하라. 처음부터 원했던 게 꽃길에 추대 아니었나"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본인 약점이나 신경쓰고, 무서우면 '천공스승님 정법 영상'이나 보고 오라"라며 "문재인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한 덕분에 벼락출세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마지막으로 "당원과 국민들께서 정권교체를 진정 원하신다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주셔야 한다. 이재명에게 탈탈 털리고 당에 치욕을 안길 윤석열 후보로는 필패"라며 "이재명 이길 사람은 유승민뿐이다. 경선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권의 충견’ 등의 표현은 같은 당내 후보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금도를 넘어선 것이었고, “이재명에게 탈탈 털리고 당에 치욕을 안길 윤석열 후보로는 필패”라는 표현 또한 경선 후 ‘원팀’을 우려할 정도의 강도 높은 공격이다. 그럼에도 유 후보가 작심하고 나선 것은 현재 범야권 지지율 3위이기에 윤 후보 집중공격으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방편이긴 하지만, 공격이 통한다는 것 자체가 윤 후보가 취약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자토론이 시작하면서 윤 후보와 ‘깐부(친구, 동지를 뜻하는 말)동맹’을 맺었다는 의혹을 받는 원희룡 후보도 이날 SNS에서 “당 해체 발언은 분명한 실언이다. 당원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당의 최우선 목표는 정권교체다.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를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 소속 경선 후보로서 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기를 당부드린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홍 후보 캠프의 여명 대변인도 '윤석열 후보의 오만방자함을 강력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윤석열 예비후보는 '내 개인은 얼마든지 싸워 이길 수 있지만 당이 참 한심', '이런 정신머리부터 고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낫다' 등 작심 망언을 늘어놨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여 대변인은 "윤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을 '억울한 네거티브'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도로 맞서라"며 "고발사주 의혹, 부인 주가조작 의혹, 장모 비리, 박영수 특검 대장동 게이트 연루 사전 인지설, '화천대유' 김만배 누나와 윤 후보 부친의 부동산 거래 등 여러 의혹을 뭉개고 있으면서 '이재명 특검' 주장하는 모습부터가 윤 후보 표현처럼 소가 웃을 일"이라고 덧붙이면서 “토론회에서 불안함만 보이는 '방구석 여포'부터 벗어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준석 대표 또한 당내 경선 상황과 관련 "개성이 다 강한 분들이라 초반에 기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은 이해가 가지만, 너무 이런 게 장기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려를 표하면서 "윤 후보 입장이 (상대 후보) 공격에 반응하는 것이었다면, 그 화살을 당 해체로 돌리는 것은 개연성이 좀 떨어지기에 의아하다"고 말했다.
‘당 해체’ 발언에 대한 역공과 우려가 강해지자 윤 후보는 14일 경기 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와 경기 지역 언론인 간담회에 참석, "너 임마, 그런 것도 못 밝힐거면 검사 때려치라 해. 이게 때려치라는 건가. 잘 하라는 거지"라는 식으로 해명했다. 그는 "옛날에도 어느 대선후보 한 분(유승민 후보를 지칭)이 자유한국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한 것도 있는데, 저는 제대로 하자 이거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선후보의 발언은 즉흥적인 것이 드물다. 후보 본인이 고심이든 캠프의 상황판단에서 나오는 고도의 전략의 일환이다.
윤 후보의 ‘당 해체’ 도발은 토론회에서 홍, 유 후보의 협공을 ‘민주당과 손잡은 프레임’으로 비판하면서 공세를 누그러 뜨리고 당심을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11월 5일 결선은 당원 50%, 일반여론 50%로 그동안 당심은 자신했지만 ‘이준석 효과’와 경선 이후 폭증한 당원가입을 볼 때 윤 후보는 이제 당심도 안심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14일 해명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당을 확실히 혁신하고 당 대표에게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이준석 대표를 언급한 것은 이 대표로 상징되는 ‘이대남’의 지지를 끌어 오겠다는 포석의 일환이다.
그러나 윤 후보의 ‘당 해체’ 발언 등 도발은 윤 후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임금 ‘王’자를 새기고 주술논란으로 경선토론회를 희화화 시키고, 무엇보다 “점은 여자들이 보러 다닌다”, “광주는 민주당의 나와바리(세력권)‘이라는 등 실언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각 후보들이 지적하는 고발사주 의혹, 부인 주가조작 의혹, 장모 비리, 박영수 특검 대장동 게이트 연루 사전 인지설, '화천대유' 김만배 누나와 윤 후보 부친의 부동산 거래 등 ‘윤석열 리스크’는 차고 넘치고 진행형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치명상이다. 후보들이 3:1로 윤 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것은 지지율 1위여서가 아니라 가장 만만하고 가장 빨리 무너질 것 같기에 자신의 주목도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 공격을 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경선, 후보간 대립을 보면 민주당 ‘명락대전’ 보다 더 살벌하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대장동 공방’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이재명 후보의 과반득표로 결선없이 끝났다. 마지막 슈퍼위크에서 예상치 못한 이낙연 후보의 반전승리로 ‘원팀’으로 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지만,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벗어나면 ‘원팀’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경선은 ‘윤석열 리스크’의 확장으로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여론조사상 홍 후보는 범보수 후보 적합도에서는 이미 윤 후보를 앞서고 있고, 유 후보와 원 후보 또한 지지율이 상승중이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 후보는 “이재명에게 탈탈 털리고 당에 치욕을 안길 윤석열 후보로는 필패”라고 단언했다. 홍 후보는 ‘혹독한 검증’을 선언했다. 10번의 토론회 중 이제 겨우 2번했을 뿐이다. 3회나 되는 1:1 맞수토론은 시작도 안했다. 11월 5일 결선, 이제 20일도 안남았다.
명낙대전 보다 더 살벌하게 전개되는 국민의힘 내부경선, 더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