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검찰당 대표'로 군림하던 윤석열 전 총장을 징계했던 것은 옳았던 조치였음이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전 총장의 징계 과정에서 징계위원장을 맡았던 인사의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추미애 전 장관으로부터 폭로됐다.
당시 법무부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본래 징계위원장 자리는 고기영 당시 법무부 차관이 맡게 돼 있었으나, 고기영 전 차관이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석열 전 총장 징계에 반대해 사직서를 내면서 정한중 교수가 맡게 됐던 것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17일 온라인으로 열린 '3차 검언개혁 촛불행동'에서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과 대담을 나눴다. 그는 "외부의 새로운 위원을 영입해서 징계위원장을 맡겼는데 누구인지 존함은 밝히지 않겠다"며 "그 분이 아직 심사가 시작도 안 됐는데 민주당 원내대표(김태년 의원)에게 전화해서 '이게 징계감이냐. 징계청구할 사안이냐. 정무적 고려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전화했다"고 폭로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도 전화해서 똑같이 얘기했다"며 "'당에서 정무적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더라' 자신이 지어낸 말을 당 원내대표가 한 것처럼 왜곡해서 전달했다"고도 폭로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또 "나중에 듣기로는 (정한중 교수가)모 언론사 대표까지 만났다. 그 언론사 대표에게 아마도 '윤석열 징계가 강하다. 법무부 장관이 지나치다'는 여론을 사전에 형성하려고 했던 거 같다"고 폭로했다. 그는 "그런 부분도 다 수사되어야 생각한다"며 직격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징계의결서를 도장 찍기 전에 다 읽어보니까 해임에 상당할 만큼 중하다가 곳곳에 표현돼 있더라"며 "정직 2개월을 장관이 결재하고 그걸 대통령께 보고해야는데, 제가 '징계위원회는 법리적 판단을 해야할 의무가 있는 곳이지, 거기서 무슨 정무적 판단한다는 거냐' 그렇게 통탄했던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추미애 전 장관의 발언에 의하면, 징계의결서 내용은 '윤석열 해임(공무원 신분 상실)' 혹은 '윤석열 면직(공무원 신분은 유지하되 직책에선 물러남)'에 해당한다고 돼 있으나 최종 결론은 고작 정직 2개월에 그쳤다는 것이다. 징계위원장의 '임의 조작'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금 법원에서 판단한 것이 제 견해와 같은 거다. '최소한 면직 이상이다. 그런데 무슨 정직 2개월이냐'"라며 "징계위원회라 한들 정치검찰에 무릎 꿇은 거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못 받아들이고 난동을 부렸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총장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 추미애 전 장관의 결정이 옳았음을 인정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렇게 폭로한 이유로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나중엔 야사가 되니 역사의 뒤안길에 빠져버린다. 이게 야사가 되면 안 된다"며 "역사는 우리가 정직하게 얘기해 바로잡지 않으면 길이 비뚤어지게 된다. 이 분들은 언제든 개혁세력으로 포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겉으로는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속으로는 기존 기득권 세력과 몰래 야합하는 인사들이 적잖다는 얘기다. 직무를 맡았으면 할 일을 해야 함에도, 몰래 윤석열 전 총장과 언론사들의 '첩자'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수박'이라는 단어가 연상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