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검찰당 대표'로 군림하던 윤석열 전 총장의 명백한 항명 사태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징계조치는 옳았던 것이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은 언론과 검찰·야당의 합동공세를 거의 홀몸으로 막아내다시피 해왔다.
언론과 야당에선 추미애 전 장관을 공격하기 위해 아들의 '병가 연장' 건을 대단한 특혜로 왜곡, 한 달 내내 물어뜯었다. 그러나 그를 막상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할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강 건너 불구경' 태도로 일관했으며, 그를 정작 지원한 이들은 이른바 '촛불시민' 들이었다는 점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당시 자신의 신세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그는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3차 검언개혁 촛불행동'에서 "(민주당에선)저보고 '검찰이 매설해놓은 지뢰가 터지지 않도록 꼭 밟고 있으라, 그럼 우리끼리 그냥 잘 쉬고 있을게' 그 신세가 제 신세였다"라고 묘사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뢰를 안 터지도록 꼭 밟고 있어라. 움직이면 안 된다. 그냥 가만히 있으라'였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뢰를 밟고만 있으면 어떡하나. 열심히 해체해서 '개혁해야 한다'고 했는데 (민주당으로부터 돌아오는 답은) '시끄럽다' '우아하지 않다' '스타일이 문제다' '추윤갈등이다' '너는 해임되어 마땅하다' 이렇게 된 거 아니겠나"라고 토로했다.
이미 윤석열 검찰은 '동양대 표창장'으로 기사 100만건 논란까지 불러온 상황이었고, 여기에 사실상의 총선개입 사건인 '검언유착' 건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이낙연 대표 체제는 물론,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언론들이 짠 프레임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는 셈이다. 특히 자당 대표까지 지냈던 추미애 전 장관을 나무라며, 자신의 '몸보신'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의석이기에 얼마든지 윤석열 전 총장을 탄핵시킬 수도 있었고 검찰개혁 법안들도 조속하게 통과시켜 이들의 힘을 빼놓을 수 있었다. 검찰뿐 아니라 언론-포털, 사법 개혁여론도 높았던 만큼, 조속히 개혁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으나 결국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든지 개혁과제를 통과시켜 조기진압할 수 있는 일을 내버려두는 바람에, 윤석열 전 총장이 마치 권력의 대단한 탄압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림이 만들어졌고 결국 유력 대선주자로까지 키워준 꼴이 된 셈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출마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오직 검찰개혁 사명을 가지고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이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정치적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에 대해 "그 말은 야당뿐 아니라 정부여당 다 들으라고 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또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총장 징계국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사전달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나 "지난번 국회에서 한 말은 진심으로 받아달라. 내가 아니면 이 일 할 사람도 없다. 내가 사명을 가지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고 개인의 인기 관리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중요한 일이 끝날 때까지는 가만 내버려두라고 했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이 "검찰개혁 마치기 전까지 장관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의사를 강하게 전달했음에도,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장관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에서 공언했던 검찰개혁·언론개혁 등은 결국 말로만 했을 뿐 지금껏 어떠한 성과도 없다. 이런 개혁 지지부진은 결국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을 지치게 했던 것이고, 결국 민주당은 지난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대참패라는 초유의 결과까지 맞은 셈이다.
여기서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소위 '초선 5인방'의 기자회견이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소영·오영환·장철민·장경태·전용기 의원은 패배 원인을 추미애 전 장관과 조국 전 장관으로 돌리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던 것이다.
이들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은 종전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이었으나,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점철된 추진과정에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잃었다"라며 "오만과 독선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국민들께 피로와 염증을 느끼게 하였음에도, 그것이 개혁적 태도라고 오판했다"고 강변했다.
실제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시점은 지난해 총선보다 한참 전의 일이라 재보궐선거와는 인과관계가 없다. 특히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그를 지원하긴커녕 '거리두기'하기 바빴으며 이는 지금도 그러하다. 또 자당의 대표까지 지낸 추미애 전 장관과도 '거리두기'하며 언론에 철저히 끌려다녔던 것이다.
추미애 전 장관의 판단이 옳았음은 윤석열 전 총장의 야권 대선후보로서의 정치행보와 수많은 발언 구설들, 그리고 총선 직전 '청부 고발(고발 사주)' 건과 징계처분 취소 청구 기각 등으로 연일 증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당시 언론에 휘둘리며 '강 건너 불구경'하거나 추미애 전 장관을 나무랐던 이들은 비겁한 행동에 책임지기는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